어지께가 그랑께
하루달, 하구달, 머심 생얼(生日)날, 영등날(靈登日), 칡캐먹는 날…….
진도에서 음력 2월 초하룻날을 부르는 이름덜이 찰로 많아다.
이날 까끔에 올라가가꼬 칡을 캐다가 먹고 집에서는 가매솥(가마솥)에다가 콩을 볶아 먹음시로 손끄시럼(손거스러미) 지지는 날이었고, 머심 생얼날(생일날)이기도 함시로 영등날이기도 했다.
하루달의 어원을 필자는 ‘하룻날’이라고 보지만 진도에서 고기잡이 해로의 연결지였던 강화도에서 ‘하루 다지는 날’이라고 부른다는 점은 유의해 보아야할 점이라고 본다.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음력 2월 초하룻날을 머슴생일날이라 하면서 동시에 하루 다지는 날(경기도 강화), 나이송편 먹는 날(경기도 연천), 나이 떡(경기도 남양주), 날씨 점(강원도 원주), 좀생이 점보기(강원도 원주), 콩볶기(강원도 영월), 모의 추수(강원도 평창), 송편 빚기(강원도 화천), 바람 영동과 비 영동(강원도 삼척), 영등날(강원도 강릉), 소밥 주기(충청북도 제천), 콩볶기(충청북도 청주·영동옥천·청원), 하드렛날(충청북도 제천), 새샘이볶기(충청남도 서산), 콩볶아 먹기(충청남도 당진), 용대기 내리기(충청남도 당진), 주대 드리기(충청남도 당진), 볏가래(충청남도 당진), 좀생이별 보기(충청남도 금산·청양), 초하룻날 날씨 점(충청남도 금산), 새삼 볶기(충청남도 연기), 잡곡 볶기(충청남도 공주), 하드렛날·하리아드렛날(전라남도 광주·광양·나주·구례·장성·화순·영광), 하리날·하릿날·하루날(전라남도 신안), 콩볶기(전라남도 나주), 콩밭 새심볶기(전라남도 순천), 하드렛날 줄다리기(전라남도 장흥), 여자들 손끄스럼 볶기(전라남도 영광), 바람영등과 물영등(전라남도 나주·구례), 헌새끼 꼬기(경상북도 구미·영주), 타줄 제작(경상북도 선산), 농사밥(경상북도 선산·성주), 볏가리 대오쟁이 태우기(부산), 콩볶아 뿌리기(부산), 보리밭 밟기(경상남도 밀양, 부산), 섬밥 싸서 일꾼들 먹이기(경상북도), 헌새끼 꼬기(경상남도 산청), 농사밥 먹기(경상남도 함안), 날씨 점(남제주), 영등할망(제주), 씨드림(남제주)….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렸다.
머슴들은 이날부터 새로 정한 새경으로 그해 한 해 동안 농사지을 주인집에서 새옷 한 벌 받고 쥔네가 한 상 걸게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머심생얼날’이기도 했다.
철나무와 가실걷이를 끝내고 한 겨울 별다른 큰 일 없이 쉬고 설날부터 정월 내내 잘 놀았으니 이날 잘 먹고는 이제 내일부터 봄 농사일을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작년 머슴 살든 데서 딴 데로 옮겼더라도 새 쥔네 집에서 일을 하게 되니 내나 새로 시작하는 날이고 생일이다.
본격적인 농사철의 시작인 2월 초하루가 농가에서는 중요한 시점이라 ‘머슴생일날’로 머슴에게 우대해 주었는데 반대로 머슴 입장에서는 힘든 농사일이 시작되므로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이기에
머슴 목매러 가는 날(전라북도 부안), 머슴이 우는 날(충청북도 청주), 머슴이 썩은 새내끼로 목매는 날(충청북도 충주), 머슴 목매러 가는 날(전라북도 부안), 머슴들 뒷산에게 새끼로 목매달로 죽는 날(전라남도 장흥), 일꾼들(머슴) 우는 날·울타리 붙 들고 울기(경상북도 구미·선산·울진·의성), 일꾼들 새내끼로 목매달기(전라남도 장성), 썩은 새내끼로 목매달기(전라남도 순천)…. 등의 이날에 대해 부정적인 이름들도 참 많다.
또 이날은 영등날(靈登日)로 예로부터 영등살(영등사리)과 백중살(백중사리)의 물때 차이가 가장 크다고 소문 난 날이다.
그러한데 특히 회동(回洞)과 모도(茅島)에서는 바닷길이 가장 크게 열리는 곳이다 보니 뽕(봉씨?)할머니 오씨할머니, 호환(虎患)에서 돌아온 동네라는 전설과 함께 풍어와 소원성취를 비는 기원제(영등제)를 지내고 회동과 모도 사람들이 모처럼 길로 이어진 바다 위에서 서로 만나 바지락, 낙지 등을 나누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오던 풍습이 전해져 왔었다.

1975년에 주한 프랑스 대사인 피에르 랑디(Pierre Landy)가 진도개(표준말은 아직 진돗개, 진도견)의 상태를 보러 왔다가 이를 보고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프랑스 신문에 소개한 뒤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계기로 요새는 ‘신비의 바닷길’, ‘모세의 기적’이라고도 하지만 이런 행사가 생기기 이전에는 ‘영등살(영등사리) 때 물이 젤로 많이 깔라진다’고 하는 말이 있었고, 용왕님과 영등할마니한테다가 영등제를 올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때는 양력으로 2월 말에서 3월 초순이라서 날이 추워 관광객이 많이 올 수 없으므로 날짜를 뒤로 미뤄서 좀 더 따뜻한 날로 정해서 행사를 하게 되었다.
참고로 이번 2020년 진도 신비의바닷길 행사는 4월 8일(수)~ 11일(토)까지 열린다.
우리나라 예전 기록들을 보자면 음력 2월 1일에는 ‘영등 환영제’를 지내고 14일, 15일에는 ‘영등 송별제’를 치르는데, 송별제를 더 성대하게 했다고들 한다.
이 영등날은 음력 2월 초하룻날로 영등할머니가 내려온다는 날인데 이날 비가 오면 풍년,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해서 이날 날씨로 그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영등신(靈登神)은 풍우신(風雨神)으로써 이 신이 내려올 때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가 있고, 딸을 데리고 올 때도 있다 한다. 그런 연유로 딸과 함께 올 때는 다홍치마가 나부껴서 예쁘게 보이도록 바람을 불게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는 비에 젖어 밉게 보이도록 비를 몰고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민간에서는 이 날 비가 오면 풍년,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믿고 그날에 날씨를 보고 그 해 농사의 길흉을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849년) 2월조(二月條)에는 ‘영남지방 풍속에 집집마다 영등신(靈登神)을 맞아 제사 지낸다.’고 했다.
진도에서도 갯가 마을 사람들은 아무래도 바람과 파도 그리고 물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살기에 예로부터 영등살에 거의가 용왕님과 영등할머니께 어업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영등제(靈登祭)를 지내고 영등맞이굿을 크게 하여 풍어(豊漁)와 집안의 평안(平安)를 빌어 왔었다.
영등할머니는 영등신(靈登神)ㆍ이월바람ㆍ이월할머니ㆍ바래ㆍ영동신(靈東神)ㆍ영동달ㆍ바람제석ㆍ구름제석ㆍ풍신할매 등으로도 불리며 2월 초하룻날에 하늘에서 내려와 집집마다 다니면서 농촌의 실정을 조사하고 2월 조금날(23일)에 하늘로 올라가는데, 바람을 다스린다고 전한다. 전국 어디나 내려오는 날은 정확히 초하룻날이나 초사흗날 올라가는 경우와 2월 보름에 올라가는 경우, 2월 20일에 올라가는 경우, 조금날(23일)에 하늘로 올라가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예전에 2월은 풍신이 다녀간다고 하여 ‘남의 달’이라 하는데 인간의 달이 아닌 탓에 이사도 하지 않고, 영등할머니가 심술을 놓는다 하여 결혼도 피하였다.
<진도 송현 출신. 진도사투리사전 저자 조병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