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가까와 오고 저 아래 내가 원하던 것들이 보인다
저렇게 작은 점처럼 보일 땐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내 전부가 되어버릴 곳으로의 여행
보여지기 위해 잔뜩 치장하고 있는 것보다
우연히 마주치는 진정한 아름다움들
나만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만나고 싶다
정적과 한가로움
그것이 로마의 첫인상 이었다
대체 이 도시엔 누군가 살고있기는 한 것일까
상점은 물론 아파트의 덧문들조차 모두 굳게 닫혀져 있었고
오가는 차들조차 드물어 도심은 텅 비어있는 듯 보였다
8월 한달 동안은 여행객과 도둑들만이 로마를 지킨다더니
나는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 로마를 찾아왔는데
저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한껏 즐기지 못하는 내가 딱하게 보였던가?
"네가 원하던 것들이 다 이곳에 있어"
내 앞에 펼쳐지던 그 아름다움들을 바라보면서도
한동안 내가 로마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반응하지도 않고 어정쩡하고 심드렁하게 서있는 내게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그렇게 말을 건넸다
그래..
한때는 나도 갈망했었어
아름다운 창조에 열광했었고
그것들을 향해 솟아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했었던 때가 있었지
지금은 사그러든 그 열망의 잔재들이
마치 부싯돌처럼 내 가슴에서 부비적거리다
찬란하게 화르륵 불길을 일으키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지만 이 느낌을 그리 오래 즐기지 못하고
무덤덤한 일상으로 돌아갈 무미건조한 내가 미리 서글퍼서 심드렁했던 것인지도 몰라
그러나 그런 걱정은 그때가서 하리라
지금은 아름다움만의 때이므로
나는 지금 로마에 있다
라틴어인 Roma를 거꾸로 하면
사랑을 뜻하는 amor가 된다니 참 매혹적인 해석이다
낙천적인 느낌이 들게하는 더운 바람
맑고 건조한 공기와 저 짙푸른 하늘빛
엄청나게 밝은 태양빛이 도로와 건물에 부딪쳐 눈부시고
온갖 색채로 눈을 파고드는 현란한 고미술품들
전 유럽을 호령하며 막강한 세력을 떨쳤던 제국의 수도였으며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다빈치 라파엘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로마
지금까지도 그 화려했던 영광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아름다운 궁전과 건물들은 현재 박물관과 미술관 음악 공연장으로 사용되며
예술의 감흥을 더욱 높이며 관광객들을 매혹시키고 있었다
여행은 막연했던 지식을 현실화 시키는 일인 듯 싶다
수많은 유적지와 화가들의 활동을 둘러보며
굳이 느끼려 애쓰지 않아도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환경들에 대한 감동
천재 예술가들의 혼은 아주 세밀한 것까지 놓치지않고
자신들의 예리한 감정을 승화시켜 기품을 잃지않은 경건함으로
음악과 건축 미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 묘미를 심어 주었고
수세기를 뛰어넘어 지금 이곳을 찾은 나는
황홀한 교감으로 그들을 만나는 일로 가슴이 활랑거렸다
트로이가 함락되면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아들와 함께 구렁이에 감겨 몸부림 치다 죽어가는 헬레니즘의 걸작인 라오쿤
발굴 당시 미켈란젤로에게 보수를 요청하였으나
자신의 기량으로 도저히 불가능 하다고 거절하였다 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바티칸 시스타나 성당)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죄를 빌고 있는 인물들의 고통스럽고 공포에 떠는 모습들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의뢰를 받아 시스티나 성당 벽의 프레스코화로 음울하고 비극적이었다
그리스도의 아래쪽에 그려진 수염을 가진 노인은 살가죽이 벗겨져 순교했다는 바돌로메이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얼굴가죽은 미켈란젤로의 자신의 초상이라고 한다
그 실체들이 나를 위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혼자만 그려오던 짝사랑과 마주한 듯한 친밀함으로
한꺼번에 다가와 모두 내 것이 되어버리는 통에
심장에서 과다한 피돌기가 시작되고 혈관이 부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
꾸역꾸역 밀려들어오는 관광객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자리를 내주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까지도 아까와하며
저들을 하나하나 내 뇌세포에 각인시킨다
아..나는 언제까지 기억하게될까
이 황홀한 소유의 충족들을
쉬..쉬..
이 방을 들어서자 곳곳에서 관람객들의 떠드는 소리를 제재하는 그 소리가 계속들렸다
근데 안내원 아자씨들~~ 그 소리가 더 시끄러웠다요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감시가 심했다
걸리면 그 자리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퇴장도 당한다는 엄포에
몰래..몰.래..
대신 플래시는 터트리지 않고 딱 두 장 찍었다
그래..나 무식하다.. 이태리말 몰랐다니까
만일 있을지도 모를 감시원의 제재에 답할 말까지를 그렇게 준비하며^^
천정화..부조처럼 보이는데 그림이란다
마치..
저 화려함 저 거대함
그 아름다움으로 나를 주눅들게할 양..
차가운 대리석 조각에 손을 대면
피가 돌기 시작하고 온기가 느껴질 것 같은 섬세함
지혜로운 여행자는 별들로 길을 점치고 바람처럼 길을 떠나거든
한곳에 머무르지않는 모든 것들처럼
가장 필요한 것 외에는 욕심 부리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막힘없이 떠나는 진정한 여행자가 될 것
로마의 하늘은 너무도 많은 것을 끌어안으려는 내게 그렇게 충고했다
바티칸 시국 작은 우체국 그 앞의 노란 우체통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가에 편지를 쓰던 그대의 작은 손~~♬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는 것보다 행복 하나니..
오늘 나도 청마처럼
에메랄드빛 하늘이 내다뵈는 우체국 창에 기대어
그리운 이에게 편지 한통 쓰고 싶었다
트레비 분수의 저 무수한 염원들
나도 동전 하나 던져넣으며 다시 로마에 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파스텔
첫댓글 피클에 사진솜씨에 이젠 글솜씨까지 ^^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로 향한 ......중학교때 이詩를 접하고 참 생각 ...... 로마가 가까히 왔습니다 음악도 좋습니다 파스텔님 good
피클은 아직 맛도 몬뵈드렸는데..무신 솜씨랄 것 까지야 아무튼 쌩유아..경복궁에 개나리 만개했나요 사진 찍으러 가야는디 어느 시간대가 가장 한적한지 좀 알려주
트레비 분수에선 동전 던지고 아이스크림도 먹어야 한다는디.........
사진 찍는다고 돌아다니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 진주 목걸이 잃어버리고 징징 묵었는디유
무신 언덕에서 구멍으루 뭔가를 본다는디....그 구멍으로 본 광경이 ~~~지가본 로마의 휴일사진 찬조출연 합니다...
사진은 유럽여행 떠난다고 디카 사서 처음으로 찍었던 것이라..지금보니 조금 아쉽다는 마음이 드네요~~
차말로 멋지네요이보통 사진에 내얼굴 넣어서리....작품이나 건물사진은 뒷전인데..파스텔님의 사진과 글은 남들과는 다른 뛰어난 감성까지 포함...입니다
인증샷 몇 장을 제외하곤 개인사진은 거의 안찍는 편이지요 다녀온지 고작 이년 밖에 안되었는데 예전에 써놓았던 여행기를 까마득히 잊고있다 재카님 로마 출장설에 언뜻 떠올리곤..들고왔는데 괜찮았나요 바욜렛이 칭찬해주니 어깨가 더욱 으쓱합니다요
내년 유럽 한달동안 여행하실분~~~~~ 모집합니다.
지가 낑겨두 된다면야~~~~
사진으로 다 봤으니 갔다 온 셈치지모. 근데 사진으로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질 수가 없어서 아무래도 로마로 다시 가야 할 듯.
동전은 내게 주면 될 듯.. 두개 던져놓고 왔으니 하나는 무명이 꺼 대신 던져준거라 하믄되지모
잃어버린 진주목걸이 찾으러 가야는디.. 나두 바욜렛따라 비비디 바비디 부 이루어져라 얍
감솨~~근데 급하게 써놓았던 글을 옮기다보니 정작 사진들은 몇 장 없네요^^
(여)원래전 사진만 보는데 글이 넘 감동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