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로 소통하기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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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이래 최대 인파(?)가 모인 가운데 영화를 보았다.
나는 영화를 볼 때 병이 있다. 뭔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찾으려고 영화에 집중한다.
이번 영화는 영화 보는 내내 이야기를 찾지 못했다. 왜 제목이 '녹차의 맛'인지 그것도 풀지 못한 채, 가끔 녹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올 때 무슨 암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심지어 주인공 집 주위의 보리밭(?)이 녹차밭인데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고민했다.
나의 모든 고민은 영화가 끝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해결되었다.
나는 너무나 자극적인 이야기만 찾다 보니 평범한 일상을 조용하게 카레라에 담은, 녹차의 맛과 같은 이 영화의 조용한 이야기를 이야기로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여학생을 짝사랑하면서도 제대로 말을 붙이지 못하고, 그렇지만 혼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아들, 철봉 거꾸로 오르기를 계속 연습하는 어린 딸,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아버지, 주부이면서 애니메이션 만화를 열심히 그리는 어머니, 치매에 걸린 듯 말 듯 한 할아버지, 헤어진 애인, 이미 결혼해 버린 여자 앞에서 어색해 하는 삼촌 등...
평범한 일상을 엮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가는 감독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할까....
다른 분들은 나에게 그냥 영화를 느낌으로 즐기라고 한다. 그래야 영화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다고...
그렇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오래 몸에 인처럼 박혀 있는 선입견을 떨쳐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앞으로는 편하게 영화를 보면서 느낌에 빠져보는 연습도 많이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