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쇼크 사태, 한국도이치증권·임원 '중형' 선고
외국인투자가들, 국내시장 농락에 대한 경종.
양방향 파생상품 주도의 시장 메커니즘 이해해야.
구조조정기, 돈이 넘쳐나도 주식시장 오를 수 없어.
(관련내용)(뉴시스 2016.01.25)이른바 '옵션쇼크' 사태로 불리는 6년 전 주가 폭락 사건을 주도했던 한국도이치증권 임원과 법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옵션쇼크 사태란 지난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을 10분 남겨 놓고 한국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원이 넘는 매도 주문이 쏟아져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사건이다. 이로 인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14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돼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태로 기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도이치증권 임원 출신 박모씨에게 징역 5년을, 한국도이치증권에게는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으로부터 각각 추징금 436억여원, 11억8000만여원을 선고했다.
박씨 등은 임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현물주식을 옵션만기일인 2010년 11월11일 일시에 전량 매도해 코스피200 지수를 하락시켜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박씨와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상무 A씨 등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내는 '풋옵션'을 사들인 후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려 448억7837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가들입니다. 특히 KOSPI200지수와 연계한 주가지수선물•옵션의 양방향 레버리지 투자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1111사태'로 더 잘 알려진 '옵션쇼크 사태'도 대량의 '풋옵션'을 매수 한 후 KOSPI200지수의 현물•선물 차익거래를 통해 주가지수를 크게 떨어트린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우리나라 현물 주식시장이 외국인투자가들에게 개방된 것은 1992년 1월 1일 입니다. 주가지수선물은 1996년 5월 3일, 주가지수옵션은 1997년 7월 7일 도입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현물시장 하나만 있을 때는 주가가 올라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 이었습니다. 그러나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이 도입된 후로는 현물보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 중심의 양방향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을 주도 하면서 주가가 올라도, 주가가 떨어져도 똑같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환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자본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은 한 쪽이 1의 이익을 보면 한 쪽은 반드시 1의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윈윈게임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동안 외국인투자가들과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3개월 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주가지수선물의 '포지션 전쟁(롱=상승or숏=하락)에서 대부분 외국인투자가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을 일정지수대(1700p~2300p)에 가두어
두는 '밴드 트레이딩'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려 왔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보다 먼저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을 개방한 일본 증시도, 늦게 개방한 중국 증시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외국인투자가는 통상적으로 미국 투자가를 뜻합니다. 미국 금리, 미국 달러, 그리고 신용평가사인 S&P•무디스 등 강력한 무기를 몇 개나 갖고 있습니다.
전통산업 구조조정기에는 돈이 넘쳐나도 주식시장은 오를 수 없습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 중심의 양방향 '밴드 트레이딩'을 하는 가운데,
국내 기관투자가들 중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은행의 역할이 '신바젤협약'에 따른 BIS(자기자본비율)규제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해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곳은 사실상 국민연금 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도 시장을 우상향으로 끌고 올라가는 주도적 역할보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매도공세로 주식시장(KOSPI)을 폭락시킬 때 시장을 떠받치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러 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국감장에 불려나가 호되게 운용수익을 검증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섣불리 늘릴 수 없는 입장입니다.
종합해보면 외국인투자가들의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 중심의 양방향 '밴드 트레이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나라 주식시장(KOSPI)도 상당기간 지수밴드(1700p~2300p)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레버리지를 걸어 위로 10%, 아래로 10% 만 주식시장을 움직여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레버리지를 걸 수 없는 현물 주식시장을 매도 물량을 받아가면서 끌고 올라가는 바보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냉철하고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90%가 손해 보는 불공정 게임인 주식투자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승패가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2016.1.27 글. 이길영/전 한국경제TV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