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가지산정//글,사진 ─ 까치놀 님
새벽달이 서산마루에 걸려있고 졸린 눈으로 반짝이는 별빛따라 산길을 나섭니다....어둠이 밤새 머물다 떠나갈 시간 가지산정에
섭니다...아침해가 떠오르기를 바라지만 흐린날이라 카메라를 배낭위에 살포시 올려놓고 어스럼 새벽 그림한장 담아보는 여유는
혼자만의 특권이겠지요
어둠이 물러선 자리에 아침안개가 산자락을 타고 휘감아 옵니다..조금전까지 보였던 만추의 풍경은 사라지고 하늘은 재빛으로
변해가는 산정을 뒤로한채로 계곡길로 접어듭니다
반쯤 눈을 감고있는 하눌에 가을이 기웃거리고 오늘은 어떤 빛으로 마음을 흔들까..... 한장의 작은 옆서를 보내듯이 설레임으로
가득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것 같은 기분좋은 발걸음으로 가을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벼랑끝의 쑥부쟁이도 힘겨운 투쟁을 합니다..쉼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잠시도 가만두질 않습니다 산자락은 이리저리 역은 낙엽
커튼이 바람에 날리고 물든 잎사귀 서넛 친구되어 따라나서는 아침
아침안개가 서둘러 길을 떠나는 가을 앞에 햇살을 불러 모아야 하는데....스쳐오는 스산한 바람따라 살가운 단풍빛은 가을의 한
복판에 서성거립니다...초록에서 연노랑 붉은 빛으로 변해가는 이파리의 소리들로 숲길을 열어봅니다
작은새 숲을 깨우는 가을아침은 팔랑이는 가을 옷자락이 출렁이는 가슴에 바람이 일고 낙엽의 바스락 거림따라 황금빛으로 변해
가고 있다
초록빛 그늘을 만들었던 지난 여름의 잔상은 사라지고 알록달록 요염한 자태로 반기는 모습은 가지산 산정에서 숲을 찾는 그리
운 님을 맞이하듯... 붉은 립스틱 정갈하게 바르고 홍조띤 얼굴로 님마중 나왔나 봅니다
나를 반겨주는 네가 있어 행복하고 온몸으로 너를 느끼며 걸을수 있어 정겨운곳 자연과 숨쉼에 이보다 행복한 아침이 어디에 있
을까..늘 가까이 머무는 고운 풍경앞에 한없이 숙연해지는 아침이다
가을은 언제나 간이역 마다 쉬어가는 완행열차 처럼 천천히 지나가기를 바라는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간의 흐름속을 따라
갈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나 안타깝다
계곡길을 내려서면 설 수록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은 더뎌지고 눈길은 머무는곳이 많아집니다
숲길은 가을 뜰앞에 세워둔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붉고 노란 물방울을 머금고 금방일도 울음을 토해낼것만 같아서 눈
물이 날려고 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자리들이 이토록 질서 정연하게 바뀌는지 몰랐습니다....차곡차곡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햇살먼저 닿는곳은 더
빨리 잎새들이 영글고 가슴에도 가을빛이 넘쳐흐릅니다
숲속의 평화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라는 나의 염원들이 늘 남아있기를....욕심많은 마음이 날개없이 하늘에 올라 구름따라 산
자락에 머물때 마음속에 쌓여있는 번뇌를 지우며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온
온통 노랗고 붉은 빛의 모습에 마음의 거울이라도 바라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치자 열매의 빛으로 물들어있는 내면의 내모습을
그려 담는지도 모릅니다..발걸음은 작은 개울을 건너 또 다른 계절의 문턱으로 향하는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가을이 채 떠나기도 전에 또 다른 계절을 떠울리는것은 비워야 하는 기억들이 많은 탓이겠지요.. 걸어온 발걸음 만큼의
많은 사연들을 지우고 텅빈 산길에 마음 비우며 채우지 못한 욕심은 버리고 싶습니다
숲길의 아름다운 조화속에 물흐르듯 정갈하게 깊어가는 가을의 여운을 느끼는 아침.... 배낭속이 텅비어도 배가 불러옵니다 ...
가을을 한배낭 가득 담았으니까요
담쟁이 넝쿨도 이제 초로의 노신사 처럼 햇살에 반짝입니다.. O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떠올려도 좋은 아침 햇살이 더 돋기전에
발걸음을 서둘러봅니다
쉬엄쉬엄 걸음은 호박소를 지나왔고 또 다른 가을이 머무는 쇠점골로 발갈을 옮겨갑니다.. 백련사의 아침 염불소리는 가을아침
숲속의 침묵을 깨우듯 낭낭하기만 합니다
오천평 반석길로 향하는 숲길은 억새꽃 흩날림으로 시작합니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지만 볼꺼리 풍족하니 마음은 즐겁기만
하지요
숲속 다람쥐 도토리 입에 물고 어디에 숨겨둘까... 소풍나온 아이가 숨겨둔 보물을 행여 찾으면 어쩌나 하는 하는 심정으로 이리
저리 숲길을 헤메고 있네요
넓은 계곡도 가을빛 왼연하니 숲속길에서 바라본 모습보다 더 성숙한 가을을 보여줍니다
아침 안개 살짝 뿌려진 개울은 쓸쓸함 보다는 길따라 피어난 눈에익은 꽃길을 따라 걷다가 냇가로 들어 서기도 합니다.. 어릴 때
동무하고 노던 개울가 처럼 추억이 서려있는 고향 여울을 거너듯 가을의 강을 건너갑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잎 한잎한잎 고운 향기를 내품듯이 졸졸 흘러내라는 물길따라 옛 생각들이 물안개 처럼 피어오릅니다
물깊은 소를 만나면 돌아가고 작은 돌멩이 징금다리 만들어 뛰어 보기도 하고 혼자만의 여유는 가을볕 처럼 한가하기만 합니다
이 길이 꿈길이라면 영원히 깨지말고 머룰러 있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 그러나 가을은 흘러가기에 가을따라 걸음을 옮겨갑니다
숲이 머문 자리가 끝나가나 봅니다...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못한탓에 배꼽시계가 밥달라고 졸라됩니다..난 가을만 먹어도 배
가 부럴줄 알았는데....
귀여운 다림쥐 한마리 모델이 되어주니 잠시 그려보기도하고
작은 웅덩이 낙엽되어 붙이지 못한 연서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리운 이들에게 보내고픈 사연들이 가득하다.. 무슨 애절한 사연들
이 담겨져 있을까.... 가을에게 전화를 걸어봅니다 낙엽이 져서 서럽더냐고
담쟁이 담장을 기어오르다 끝까지 오르지 못함은 내년을 기약하고 계절의 흐름앞에 침묵으로 멈추선 기차처럼 가을앞에 서성거
립니다
아름다운 만추의 가지산정의 단풍 터널을 빠져 나오니 후련함 보다는 늘 애잔함이 묻어나오는 가을앞에 가을이 좀더 머물러 우
리의 마음이 겨울을 맞이할 시간과 여유를 준다면...
출처 : 어린왕자의 들꽃 사랑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