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아트 매거진-아띠마 원문보기 글쓴이: 예슬이
김정희 展
Trace Dancing
2013. 6. 11(화) ▶ 2013. 6. 30(일)
Opening 2013. 6. 15(토) PM 5
갤러리 포스 GALLERY POS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0-3 4F | T.02-543-1118
마주침2013001_캔버스에 혼합채색_41X41cm_2013
초월적 해방으로서의 言語
박옥생, 미술평론가, 박옥생미술연구소장
1. 추상에서 만난 변증법
추상표현주의는 미국의 평론가 알프레트 바(Alfred Barr)에 의해 명칭되었는데, 그는 칸딘스키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경향으로 형식적으로 추상적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표현주의적 의미에서 붙힌 이름이다. 김정희의 작품세계 또한 추상표현주의의 범주에서 이해해야 할 듯하다.
김정희는 동양화에서 경험하게 되는 전통안료와 바탕에 관한 실험적인 모색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그 동안 색의 표현성과 동양화론에서 추구되어 온 형상을 통한 정신의 표현과 같은 사의(寫意)성에 천착하였다. 그 과정에서 전작(前作)에서 보여주었던 <'Space' between the Encountering 마주치는 것들 '사이' 2012>는 동양 정신 속에서 전통재료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전시였다. 인물드로잉이 구성된 화면에는 색의 올림과 지움으로 그 형상의 변주들이 연출되었다. 마치 독일 신표현주의 인물군상과 같은 현대성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사실,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의 세계는 동양화가 화론(畵論)의 구체화와 전통재료의 성실한 운용에 관한 전통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곧 작가가 재료나 이미지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 그리기의 행위 속에서 자유로운 정신의 해방에 그 목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월적 해방, 정신적 해방의 조형적 발전은 근작(近作)에 새롭게 보여주는 일군의 시리즈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마주침>, <이중적 공속>, <사람들>과 같은 근작들은 이미지의 그림과 지움, 색채의 쌓음과 지움이라는 반복적인 행위들을 통해 색채의 덩어리와 이미지의 흐릿한 흔적들만이 존재한다. 드디어 이미지의 추상성과 폭발적 감성이 토해낸 완결된 추상표현으로서의 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겹겹이 쌓여진 색은 긁히고 지워진 흔적들에 의해 빠른 붓 자국을 남기며 근원에 관한 의문을 던지는 힘 있는 추상으로 변모하였다.
사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잭슨폴록(Paul Jackson Pollock)의 이미지의 무한자유와 초월성을 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잭슨폴록의 액션 패인팅이 미국 전통에서 근원하는 종교적 신화적 정신성을 토대로 승화된 정신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김정희의 <마주침>과 같은 시리즈에는 연두색, 파랑, 자주색, 핑크의 색의 향연을 보여준다. 이러한 흔적들에서 한국 정서가 가지고 있는 샤머니즘과 같은 정신적 기원과 신화를 느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한국성, 한국의 미와 같은 우리의 아름다움에 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작품에는 긴장된 조형의 흥분이 내재되어 있다. 이는 사유와 관조라는 동양적 회화의 방법론에 있어 객체와 자아가 만나는 지점을 넘어서는 초월성, 망아(亡我)의 순간적 이미지를 포착한 듯 한 느낌이다. 즉, 작가는 형상의 관찰에서 정신성으로서의 대상을 인식하고 다시 그 대상과의 합일(合一)에서 보는 유희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의 유희는 극적이고 힘찬 생명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본질적 존재로서의 자아를 발견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내밀한 작가의 안(內部)이 외부로 열려짐으로써, 드넓은 세계에로의 자아가 향하면서 만나게 되는 무한으로 가는 변증법적 이미지의 극대화인 것이다.
마주침2013009_장지에 채색_91.2x72.5cm_2013
2. 김정희 회화의 정신적 근원
작가가 근작에서 보여주는 <이중의 공속(Double Coexistence)> 시리즈는 색의 겹칩과 해체의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작가가 말하듯이, 근작의 작품들은 불교의 공사상(空思想)에서 연원하고 있다고 한다. 공사상은 불가에서 말하는 세상의 본질을 말해주는 말인데, 존재하는 것 가운데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생명사상을 기저로 불가지(不可知)한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용어이다. 작가는 이러한 철학성을 끌어들임으로써 작품의 철학적 바탕과 내용의 확장을 견고히 하고 있다.
사실, 추상은 이미지가 없는 정신의 작용을 그린 것으로써, 무의식이라는 정신의 사유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이 융의 무의식의 연구에서 기원하였으며, 융이 불교의 아뢰야식(阿賴耶識 alaya-vijnana, 무의식)과 같은 철학적 인식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불가에서의 아뢰야식과 같은 무의식 이론의 목적은 인간 심리의 바른 이해를 통해 건전하고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는데 있다. 융은 집단무의식으로서의 의식 지층에 존재하는 계승(繼承)된 원형적이고 근원적인 무의식의 층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것이 조형으로써 외부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동양적 서양적 무의식의 세계를 작품에 끌어들임으로써 그림 읽기의 풍부한 상상력을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불가에서 논하는 아뢰야식이 인간의 정신작용을 유지하는 근원적인 생명체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희의 작품세계는 공(空)에서 출발한 불교학적 관점이 융(Jung)이든 유식학이든 무의식의 세계를 가시화시킴으로써,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세계를 움직이는 생명성에 그 철학적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에서 이러한 무의식의 경계와 흔적들에서 부정할 수 없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현대성이 발견되고 있다. 작품 속에 사라진 것 위로 흔적(trace)이 대체하고 대체된 흔적위로 새 흔적들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데리다(Derrida)가 말하고 있는 불안정한 흔적들의 유희인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고전의 철학적 근간, 동양의 생명성, 이미지와 색의 견고한 관계 등을 전복하거나 불합리의 폭로, 해체하거나 다시 재고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것이 작가가 이미지의 무한 자유를 위한 외침이기도 동양화가 가진 이미지와 견고한 의미의 해체일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이 동양적 생명 중심의 사유와 상통하며 이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은 끊임없이 이미지가 미끄러지고 겹친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갖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해체를 통해 작가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김정희의 작품에는 일정한 무질서가 존재한다. 있음과 없음에서 느끼는 철학적 무게와 자유로운 색의 변주에서 더 없는 해방의 기쁨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2013.5)
사람들 사이 001_캔버스에 채색_72X72cm_2013
Double Coexistence
-이중의 공속성
본 작품의 사상적 근간은 동양사상의 중심 테마인 공(空)사상이다. 나는 공사상에서 ‘연기’설 즉 관계속에서 생성해가는 생성 존재론에 연원하여 작품을 하고 있다. 이중적 공속성은 진공(眞空)이 묘유(妙有)로 된다는 불교의 공(空)의 사상적 배경을 갖는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으로 하여 “약간의 필연과 약간의 우연”의 정신성으로 추상성을 탐색하는 과정에 있다.
‘다른 것에 의존하는 본성’에서 ‘다른 것’이란 어떤 개체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과거 행위의 흔적이나 습관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업의 내용은 무수한 형상과 형상의 조건들이 상호 의존적으로 화합하거나 파괴되어 형상을 이루는 비은폐와 은폐로써 이중적 공속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표현된 이미지는 “모든 것은 공한데 그 안에 알맹이가 있다”는 생성과정 속에 그 모든 것들은 마음이 만들어낸다. 나는 작품에서 다른 것에 의존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벗어난 마음의 요소를 삶의 리듬 감각으로 성장, 반복하여 피어나고 부식해 무한히 다양한 변형 형태들에 감성을 담아보고자 했다.
김정희 작가노트
이중적 공속 2_캔버스에 혼합채색_44X44cm_2013
Language as Transcendental Emancipation
By Park Ok-saeng, Art Critic & Park Ok-saeng Institute of Art Director
1. Dialectic in abstraction
Abstract Expressionism was a term coined by American art critic Alfred Barr in reference to Vasily Kandinsky’s early work, which is abstract in form and expressionistic in content.1) Kim Jung-hee’s art should be also understood in the category of Abstract Expressionism. Kim displays experimental explorations of traditional pigment and ground in Oriental painting. The artist has concentrated on color expressivity and the quality ‘saui’, meaning the expression of the spirit through form in Oriental painting theory. Her previous exhibition titled Space between the Encountering (2012) opened up the possibility of traditional material in Eastern spirit. In works of figure drawings displayed at the show Kim presented variations of form with color rendition and deletion, showing modernity found in a group of people depicted in German Neo-expressionist style.
The world of images Kim shows retains a certain distance from the concretization of Oriental painting theories and the use of traditional materials. With this the artist aims at liberating her spirit through the act of painting rather than seeking any material or image. Her work’s formative development to such transcendental emancipation or spiritual liberation is maximized in her recent series, such as Encountering, Double Coexistence, and People. In these, masses of color and dim traces of images are rendered through repetitive actions of painting and erasing images and piling and deleting colors. These works show completed abstraction with abstract image and explosive sensibility. The colors in layers leave swift brush marks within scratched, deleted traces, and turn to vigorous abstraction questioning its source.
In this sense we discover boundless freedom and transcendence of the images Jackson Pollock pursued in his work. As if Pollock’s action painting displayed elevated spirituality based on the religious, mythical spirituality of American tradition, Kim’s work like the Encountering series shows a feast of colors like yellowish green, blue, purple, and pink. Korean spiritual origins, mythology, and shamanism, to which Korean emotion is anchored is here undeniably sensed. This is perhaps a result of her long concern for Korean-ness and Korean beauty.
Tension and excitement in modeling is innate in Kim’s work. He work feels like a capturing of transcendence and a temporary image at the moment of self-surrender, transcending the point where object meets self in the methodology of Oriental painting such as meditation and contemplation. The artist perceives objects through spirituality in observing form, and reveals amusement through union with the object.
--------------------------------------------------------
1) Jeong Geum-hee, Jackson Pollock’s Unconscious Art World, The Collection of Critical Essays on Art, Vol.3, 1999.
The flow of a dramatic, vigorous life is sensed in this amusement. Kim seems to discover herself as her own essential being within this. This is a dialectical maximization of images that the artist attains when her inner self heads out towards a broader world as her inside opens to the outside.
이중적 공속 3_캔버스에 혼합채색_44X60cm_2013
2. The spiritual source of Kim Jung-hee’s painting
Kim’s recent work Double Coexistence series shows overlapped colors and unrestricted deconstruction. As she mentioned beforehand, her recent pieces originate from Buddhist thought of emptiness. Emptiness in Buddhism symbolizes that the true nature of the world means a lack of existence in existence, and existence in lack of existence. This is actually a philosophical term to understand the unknowable principles of the world, based on the contemplation of life. Kim extends and solidifies her work’s philosophical foundation and content by embracing this philosophical quality.
Abstraction is a representation of spiritual function without relying on images. For this we have to understand the spiritual thinking of the unconscious. This is why Jackson Pollock’s abstract expression originates from Karl Jung’s study of the unconscious, and Jung was deeply interested in Buddhism’s philosophical awareness like the Buddhist unconscious (alaya-vijnana).2)
The Buddhist doctrine of the unconscious is designed to shape a healthy, harmonious personality through a correct understanding of human psychology.3) Jung considers the prototypical, underlying unconscious to be under the layer of the collective unconscious. The unconscious is expressed outside as imagery. Kim enriches her paintings with abundant imagination by embracing the Eastern and Western worlds of the unconscious to her work. The significant point is that Buddhism regards the unconscious as the fundamental life form maintaining human spiritual operation. Kim’s art has its philosophical foundation in the life-ness moving the invisible working world by visualizing the world of unconsciousness.
Postmodernism’s modernity that cannot be denied in the border and traces of the unconscious is found in her work. What disappeared is replaced with traces, and the traces overlap with new traces.4) This is the amusement of unstable traces that Jacques Derrida mentions. The artist probably overturns, discloses, deconstructs, or reconsiders classics’ philosophical basis, Eastern life-ness, and the solid relation between image and color. Through this she proves that postmodernism coincides with and is anchored to Eastern thought of life centrism.
Kim’s work displays a postmodernist phenomenon in which images slip and overlap incessantly. The artist may feel freedom and emancipation through such deconstruction. There is certain disorder in Kim’s work. The joy of emancipation is sensed in her work’s philosophical weight and unrestricted variations of color.
----------------------------------------
2) Miao Zhu, The Comparison of the Doctrine of Alaya-Vijnana in Yogacara and Jung’s Theory of the Unconscious,, The Collection of Dissertations, Dongguk University Graduate School, Vol.28, 1998.
3) Refer to the footnote 2)
4) Lee Jo-won, Epistemology and Zen in Jacques Derrida’s De-constructivism, Korean Society for Seon Studies
이중적 공속 4_광목에 혼합채색_100X135cm_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