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청년의 풀코스 마라톤 완주기를 담은 영화 ‘말아톤’이 개봉됐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더 생생하고 벅찬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99년에 개봉한 이장수 감독의 영화 ‘러브’ 역시 마라톤을 소재로 한 영화다. 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이 영화는 촉망받는 엘리트 마라톤 선수였던 정우성의 좌절과 마라톤을 통한 극복을 그리고 있다.
이미 고전 영화의 반열에 오른 ‘마이웨이’와 ‘러닝’은 마라토너 출신의 주인공들이 인생의 어려움을 마라톤을 통해 극복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에서도 마라톤은 관객들에게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70년대 액션 스릴러의 걸작으로 꼽히는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마라톤맨’도 있다.
마라톤 영화에는 한결같이 인생이 있고 감동이 있다. 혹시 여러분은 지금 부상 때문에 달리지 못해 침울해하는 건 아닌지. 만약 달리기를 할 수 없다면 오늘 하루쯤은 마라톤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것은 어떨까. 비디오 가게의 먼지 속에 숨어있는 오래된 영화에서 풀코스 완주 못지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아톤]
감독 정윤철 / 출연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백성현 / 제작 2005년
영화 ‘말아톤’은 실제 인물인 배형진군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엄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한 자폐증 청년이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인도 하기 힘든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낸 이야기다.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겉보기엔 또래 아이들과 다른 것 하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초원. 어느 날 초원이는 자폐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고, 엄마 경숙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러나 경숙은 초원이가 달리기에서만큼은 정상인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달릴 때만큼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아들의 모습에 희망을 갖고 꾸준히 훈련시킨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스무 살 청년이 된 초원. 그러나 지능은 여전히 5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를 뀌어대고, 동생에게 마치 선생님 대하듯 깍듯이 존댓말을 쓰고, 음악만 나오면 아무 데서나 특유의 막춤을 선보이기 일쑤니, 어딜 가든 초원이가 있는 곳은 시끄러워지게 마련이다. 하는 짓이나 말투는 영락없는 다섯 살 어린애지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달리기 실력만큼은 여전히 최고인 초원. 경숙은 자신의 목표를 ‘초원의 마라톤 서브3 달성’으로 정하고 아들의 훈련에 매달린다.
어느 날 세계 대회에서 1등을 한 전력도 있는 전직 유명 마라토너 정욱이 음주 운전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초원의 학교로 오게 된다. 경숙은 애원하다시피 해서 기어이 정욱에게 아들의 코치 역할을 떠맡긴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초원을 성가시게만 생각했던 정욱. 하지만 초원과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그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솔직한 초원에게 조금씩 동화되어 가고, 초원도 정욱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정욱은 매번 속도 조절에 실패해 지쳐 쓰러지지만 지구력이 남다른 초원에게서 서브3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한편 불성실하게만 보이는 정욱이 도통 미덥지 않은 경숙은 어느 날 정욱과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자식 사랑과 집착을 착각하지 말라”는 정욱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는 경숙. 경숙은 정욱의 말대� 이제껏 “좋다” “싫다”는 의사 표현도 할 줄 모르는 아이를 자신의 욕심 때문에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듯한 기분의 경숙. 그녀는 이제 마라톤도, 서브3도 모두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데….
[러닝(Running)]
감독 스티븐 힐러드 스턴 / 출연 마이클 더글라스,수잔 앤스패치, 로렌스 데인, 유진 레비 / 제작 1979년
마이클 트라폴리스(마이클 더글라스)는 어떤 일도 제대로 성공해본 적이 없는 무능력한 가장이다. 부모의 뜻대로 의대를 다녔지만 그만두었고, 아내의 소원대로 법대를 다녔지만 역시 중간에 포기했다. 여러 사업에 손대 봤지만 하나도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직장을 옮겨 다니는 데도 이젠 지쳤다.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에게서까지 이제는 이혼 요구를 당한 상태다.
이렇게까지 된 것, 마이클은 마지막 소원으로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한다. 바로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장래가 촉망되던 아마추어 선수였지만 마지막 순간 예선전 출전을 포기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34세의 늦은 나이에 다시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하지만 4위로 골인,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놓치고 만다. 하지만 3위 선수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대신 출전하는 행운을 얻는다.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인정받는 가장이 되고 지역에서도 유명 인사가 된 마이클은 뼈를 깎는 연습을 거쳐 몬트리올 올림픽에 출전한다. 드디어 대망의 올림픽 마지막 날. 마이클은 선두로 달리지만 마지막 순간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실격하고 만다. 지켜보던 가족들은 실망하고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는데 몇 시간 후에 깨어난 그는 늦은 밤까지 홀로 남은 코스를 달림으로써 전 세계인의 가슴에 가장 훌륭한 선수로 기억된다.
[마라톤맨(Marathon Man)]
감독 존 슐레진저 / 출연 더스틴 호프만, 로렌스 올리비에 / 제작 1976년
아카데미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윌리엄 골드만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더스틴 호프만과 로렌스 올리비에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1970년대의 대표적인 스릴러다. 콜롬비아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는 유대계 대학원생 베이브(더스틴 호프만)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자살 광경을 목격한 후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됐다. 그의 유일한 낙은 마라톤이다.
베이브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프랑스 여자 엘자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베이브의 형인 닥 레비는 겉으로는 출세한 석유 사업가로 행세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비밀 요원이다. 그는 한때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치과의사였던 극악무도한 나치 전범 스젤의 다이아몬드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고 미국 정부와 스젤 일당 모두에게 추격을 받다 결국 치명상을 입는다. 딕은 가까스로 베이브의 집으로 도망쳐 죽게 되는데, 이로 인해 베이브는 형이 얽힌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베이브는 뜻하지 않게 스젤의 부하들에게 납치돼 모진 고문을 당한다. 형에 대해서 모르고 있던 베이브는 고문을 받으면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스젤 일당으로부터 탈출 후 추적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마라톤맨’이라는 제목처럼 시종일관 쫓기며 뛰어다니는 젊은 베이브 역할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더스틴 호프만과 인상적인 악역을 소화한 로렌스 올리비에의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러브]
감독 이장수 / 출연 정우성, 고소영, 박철, 이범수 / 제작 1999년
잘하는 것이라곤 달리기밖에 없는 순수한 남자 명수. 한국 최고의 마라톤 선수로, 국제 대회 수상 경력이 화려한 선수다. 그러나 얼마 전 출전했던 아시안 게임에서 갑자기 중도 탈락하고 만다. 감기에 걸렸다는 이유였지만 자신은 잘 안다. 더 이상 완주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LA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대회에 대표 선수로 참가하지만 깊은 회의에 빠진 명수는 갈등 끝에 선수단을 나와 육촌형인 브레드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제니. 그녀는 브레드와 친남매처럼 지내며 함께 살고 있다. 한국 가요를 좋아하고 가끔 가로등 앞에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는 제니를 보며 명수는 점점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명수의 눈에 비친 제니는 사랑의 능력을 상실한 사람처럼 보인다.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이 한국에 대한 짝사랑만이 유일한 삶의 이유인 것 같다. 외로워하는 제니에게 조금씩 다가서는 명수의 애틋함을 느낀 제니도 서서히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하는 명수와 제니. 어느 날 브레드가 출장을 떠나고 명수는 잠시 거처를 옮긴다. 헤어져 있는 동안 명수와 제니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확인한다. 둘에게 사랑은 갇혀있던 자신에게서 벗어나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온다. 제니는 경기에 참가하도록 명수를 설득하고, 그의 파트너가 되어 엔젤 힐을 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하는데….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
감독 마지드 마지디 / 출연 미르 파로크 하스미안, 바하레 시디키, 모하메드 아미르 나지, 페레시테 사라반디 / 제작 1997년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신발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테헤란의 가난한 가정에 살고 있는 소년 알리. 엄마의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수선을 맡긴 여동생의 구두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 구두는 여동생에게 단 하나뿐인 신발. 당장 학교 갈 걱정에 동생 자라는 눈물을 글썽인다.
알리는 여동생에게 “오빠가 찾아줄게. 그때까지 오빠 운동화를 함께 신자”고 부탁한다. 그때부터 알리와 여동생 자라는 신발 한 켤레를 나눠 신느라 숨가쁘게 뛰어다닌다. 오전 반인 자라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오면 알리는 그 운동화를 신고 전력 질주해서 학교에 간다. 자라가 조금 늦게 오는 날은 어김없이 지각이다. 자라가 운동화를 개천에 빠뜨려 지각한 날, 알리는 교장에게 걸려 퇴학의 위기를 맡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 자라는 교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구두를 신고 있는 아이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오빠와 함께 그 아이의 뒤를 미행한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고 만다.
그러던 중 전국 어린이 마라톤대회 소식을 듣게 된다. 이 대회에서 3등 상품이 바로 운동화였던 것이다. 알리는 체육 선생님을 졸라 결국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이 대회에서 알리는 1등이 아닌 3등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