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봄에 돋아난 오동나무 어린 싹이
한 해만에 저렇게 자랐습니다. 일명 속성수인바 멀구슬나무도 보통 아니던데 오동나무는 참 대단합니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라 하였는데, 시집 보낼 때 장롱도 반닫이도 만들어 보낼 재목이라죠...

차오름이 보내준 블루베리 단풍.
역시 이 업계에서 엔간히 붙을 자가 없는 붉나무와 옻나무의 붉은 샅바를 쥐고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간밤에 꿈꾸는 사이, 내 고운 하늘에 누가 무슨 짓을 한거냐!!

동쪽하늘 아래 수묵화 한 점 소슬하고

아침 출근길에 가을 햇살 눈부시니 지난 밤 폭풍의 언덕은 어디가고
아침바람 그지없이 상쾌하고 평화롭습니다.

곱고 애틋했던 거미의 집이 다 헐었군요.
무당거미의 배가 저렇게 불어터지게 빵빵해지는 동안 사철 지주망 못할 짓 많이 시켰다 그거지...

저 조그만 녀석이 '게거미 새끼'일진데. 거미도 유치원 내지 보육원 내지 탁아소가 있는가??
무당거미가 쳐놓은 긴 빨래줄에서 그네를 타며
하루살이쯤 돼 보이는 아주 작은 날것들을 얻어먹고 있어요글쎄...

안개가 없는 겨울 산은 무거워요.
그러면 대신 구름이 짜잔 나타나서 재롱을 피우고 번개같은 비보이 춤솜씨를 자랑합니다.

아침에 쓰는 하늘의 시는 참 맑고 아름다워요.

붉지만 고요하고,
적막한 듯 가슴 뛰는 설레임의 시에요...

그러면 또 해님은 그리운 연인처럼 소리없이 다가와요.
새벽 그믐달이 서러울 때면 오도마니 다가와 어여삐 저 부신 속눈썹을 깜박거려요.

밤 사이 아무도 몰래 꿈꾼 흔적도 있어요.
그리움은 꼭 저 산처럼 도도록하고 또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아침이면 침묵처럼 사라지기를 반복하죠.

잔디가 누렇게 변하고 세상 풋것들이 기억 속에서 남김없이 스러져도
첫서리에 마늘모종은 파릇파릇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새까매지도록 지난 속이사 어떨지언정
전사처럼,
남은 시간들은 칼잎 치켜세우며 뼈아픈 대지를 뚫고 나와야겠습니다.
목련꽃 봄으로 횃불처럼,
둥글고 환한 꽃보숭이 하나 두둥둥 피워 올려야겠습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도담마을 주인의 시 감동입니다. 매일 새롭게 변화가는 모습 보시면서 만끽하시는 시인님이라 이런 맛을 우리에게 주겠지요 어데서 고로콤 나올까나? ㅎ
ㅋ 쑥스러워잉~~
내일 아침 도담의 설경이 기대되는군요.
깔끄막길 조심히 다니십쇼ㅎ
방금에야 출근하였어요. 어찌나 쌓였던지 세상 어디도 꼼짝 못하겠구나 싶어 출근을 미뤘어요. 막상 길을 나서보면 이런 첫눈짜리들은 눈 밑으로 얼지 못하고 대개가 물텅이라 슬슬 언덕을 내려가보았지요. 사륜에 로우와 브레이크로 버티는데도 미끄러져서 하는 수 없이 길을 내고 내려왔어요.^^ 번번이 속는 짓이지만 큰 도로에 나오니 비 그친 신작로처럼 말짱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