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쓰이는 부름말 : 손주
지난 해 초여름, 방송출연 제의를 받고 녹화를 하기 위해 방송국에 갔다. 우리 어른을 비롯해서 아이들까지 3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서 무게가 있었다. 녹화 전 리허설에서 진행을 맡은 MC와 작가가 우리 어른 앞에서 아이를 보고 ‘손주’라고 불렀다. 프로듀스와 작가에게 ‘손주’를 ‘손자’로 고쳐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그리고 덧붙여 잘못된 부름말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미안하다며 고쳐주었다.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손자를 손주라고 부른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말 사전에 「손주=손자」로 버젓이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 우리말의 뿌리를 누가 잘못 만들어 놓았다. 얼른 고쳐야 할 일이다.
'아들의 아들'이 '손자(孫子)'로 된다. 그런데 '손주(孫主,孫冑,孫誅)'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 손주(孫主)라고 적으면 아들은 죽었고 손자(孫子)가 주인이 되는 말이다. ● 손주(孫冑)라고 적으면 애비가 죽고 없는 맏손자(주손:冑孫)를 말한다. ● 손주(孫誅)라고 적으면 손주조(孫誅祖)에서 나온 말로 풀이가 되어서 할애비를 때려서 죽이는 것으로 된다.
위와 같이 어떠한 경우에도 '손주'란 말은 맞지가 않다. 그런데 우리말 사전에는 표기하기가 모호하므로 '손주 → 손자'라고 하여서 버젓이 기록해 놓고 있다. 손주란 말은 쓸 수가 없는 말이다. '손자(孫子)'가 맞는 말이다.
며칠 전 모 방송국 퀴즈프로그램에서 '손자'가 정답이었는데 '손주'로 적었다. 진행자가 오답 처리를 했다. 후에 '손자'라고 답한 사람이 승리를 했다. 아주 통쾌했다. 우리 어릴 적에 경상도나 전라도 지방에서 '손주'라고 부는 적이 없다. '손주'는 양성모음(ㅏ, ㅗ)을 음성모음(ㅜ)으로 부르는 서울 사투리였다. 서울말이 전부 표준으로 되지 않았다. '삼촌'을 '삼춘'이라 잘못 칭하는 것과 같다. - 베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