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가 디펜더 LXV 스페셜 에디션을 공개했다. 모델명의 LXV는 로마자 숫자 표기법으로 65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숫자 65는 65주년을 맞이한 랜드로버의 역사를 뜻한다. 올해로 65년을 맞이한 오프로드의 명가 랜드로버는 1948년 선보인 시리즈Ⅰ 같은 실용적인 작업차량에서 시작해 최신형 레인지로버같은 럭셔리카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65년간 회사와 모델 모두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모든 랜드로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프로드 어빌리티고 그들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4WD 테크놀로지가 있었다.
랜드로버는 영국 웨일즈에서 태어났다. 로버의 기술책임자 모리스 윌크는 그의 농장에서 사용할 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모리스는 로버의 매니징 디렉터였던 그의 형제 스펜서와 함께 윌리스 짚을 개조해 시리즈Ⅰ 랜드로버를 만들었다. 최초의 프로토타입인 이 모델은 섀시 넘버 LR1, 등록번호 HUE166이었기 때문에 ‘휴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는데 이것이 바로 랜드로버의 기념비적인 첫 모델이다.
시리즈Ⅰ은 1948년부터 생산이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에서는 철강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리즈 Ⅰ의 양산차는 차체에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했고, 가격은 450파운드였다. 1958년에는 4륜구동과 디젤엔진을 선택할 수 있는 시리즈 Ⅱ가 등장하며 시리즈Ⅰ을 대체하게 된다. 시리즈Ⅰ 랜드로버는 등장 이후 큰 변화가 없이 단일모델로 1948년부터 10년간 20만대가 팔렸다.
오리지널 랜드로버는 시리즈Ⅲ로 진화하는데 이는 1990년에 등장한 디펜더의 원형이 된다. 디펜더는 랜드로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매년 25,000대 이상 꾸준히 판매됐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랜드로버의 각 시리즈모델과 디펜더의 수는 2,008,179대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랜드로버가 판매된 이유는 단순하다. 농부들과 탐험가, 그리고 단순하고 튼튼하며 어디든 갈 수 있는 차를 원했던 많은 사람들이 랜드로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영국 육군은 1949년부터 랜드로버를 사용했고, 일반인들을 위한 모델 역시 다양한 스타일의 보디를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군용 모델 중에는 정찰, 앰뷸런스, 수륙 양용 사양도 있었고, 심지어 하프트랙(전륜은 바퀴, 후륜은 캐터필러를 장착한 험로용 차량) 모델도 만들어졌다.
1963년 지프가 랭글러를 출시한 이후 미국의 오프로더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이에 랜드로버가 미국의 레크리에이션 오프로더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새로운 모델이 바로 레인지로버다. 1970년 등장한 1세대 레인지로버는 미국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았으며, 등장 이후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1994년까지 꾸준한 인기를 지속해왔다.
초기 모델의 최고속력은 144km/h, 4WD 모델로는 세계 최초로 ABS브레이크와 에어서스펜션,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을 탑재해 강력한 오프로드 주파능력을 자랑했다. 1972년에는 파나마와 콜롬비아 국경의 늪지대 다리엔 갭을 최초로 횡단하는데 성공한다.
1994년에는 2세대 모델(p38a)이 출시된다. 이 모델은 레인지로버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상징하는 V8 4리터/4.6리터 엔진, 혹은 2.5리터 터보디젤엔진을 탑재하였다. 서스펜션은 전자제어방식으로 업그레이드돼 노면상황에 따른 적응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승차감도 더욱 좋아졌다.
2001년에는 3세대 모델(L322)이 나오게 되는데 이 3세대 레인지로버에서부터 본격적인 럭셔리 SUV로의 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510마력의 V8 슈퍼차저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고, 다양한 노면의 변화에도 최적화된 주행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Terrain Response)이 적용된 것도 바로 이때다.
오리지널 레인지로버가 럭셔리 SUV시장을 위한 모델로 진화함에 따라,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가 빠진 빈 공간(구세대 레인지로버의 다목적 차량으로서의 위치)을 채울 일반적인 SUV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1989년 등장한 모델이 바로 디스커버리다. 디스커버리는 레인지로버를 베이스로 개발되었지만 크기가 작고 가격도 보다 저렴했다.
디스커버리의 초기 모델은 차체길이가 짧은 3도어 모델이었지만, 높은 인기로 인해 덩치를 키운 5도어 모델이 등장하게 됐다. 1세대 모델은 1998년까지 9년간 생산되었고 뒤이어 2세대 모델이 출시되는데 오프로드 주행 성능뿐 아니라 온로드 주행성능 또한 우수하여, 700가지 이상의 다양한 파생모델이 만들어졌다. 디스커버리 1은 험로주파 경기인 카멜트로피의 1990년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외관도 성능도 모두 진화한 디스커버리3는 2004년 출시됐다. 외관 디자인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맏형인 레인지로버와 닮았다. 사다리 형 프레임과 모노코크 섀시의 하이브리드 구조로 이루어진 것도 큰 형인 레인지로버와 유사한 부분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차체구조는 제작비용이 많이 들지만 매우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최신모델인 디스커버리4 역시 3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체구조를 이어받았다. 또한 기본적으로 디스커버리 3는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1세대 모델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 만큼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다.
프리랜더는 88만대가 넘게 팔린 랜드로버의 가장 성공적인 오프로드 모델 중 하나다. 소형 오프로더에 대한 아이디어는 로버 그룹에서 나왔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은 BMW 그룹에서 나왔다. 랜드로버가 더 이상 프리랜더를 위한 다양한 오프로드 킷을 내놓지는 않지만, 프리랜더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오프로드 차량 중 하나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프리랜더는 1998년 카멜 트로피에 참가하기도 했다. 참고로 카멜 트로피는 전 세계 18개국에서 선발된 참가자가 랜드로버, MTB, 카약을 타고 험한 코스를 완주하여 우승자를 뽑는 대회로, 현재 랜드로버 G4 챌린지로 이름을 바꾸어 진행되고 있다.
2세대 프리랜더는 2006년에 출시됐다. 재규어 X타입과 마찬가지로 프리랜더는 포드의 엔진과 플랫폼을 이용하여 개발됐지만, 생산은 영국 헤어우드/머지사이드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2005년 공개됐다. 2004년 공개되었던 디스커버리3 스토머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수한 온로드 주행 성능 외에도 디스커버리를 베이스로 개발된 만큼 오프로드 주행 성능 역시 뛰어나다.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대형의 엔진을 탑재했고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슈퍼차저 모델 5리터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의 경우 503마력의 출력으로 0-100km/h 가속에 6.2초라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심지어 이는 당시의 포르쉐 박스터 1세대 모델(6.5초)보다 빠르다.
올해 출시된 2세대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알루미늄을 이용한 경량화 된 차체에 보다 효율적인 엔진을 탑재했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스포트 신형모델이 뉘르부르크링에서 미니GP와 같은 기록으로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랜드로버의 또 다른 성공작으로 2011년 공개된 후 165,000대가 팔렸다. 이보크는 역대 레인지로버 시리즈 중 가장 가벼운 모델로, ed4 모델의 경우 4리터의 연료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 뛰어난 연비를 가졌다. 또한 2014 이보크는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첫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이보크가 전통적인 랜드로버의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매력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보크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모델이며,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빅토리아 베컴과 함께 디자인한 콜라보레이션 모델이 나오는 등 셀러브레이티와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프로드의 명가라고는 하지만 지난 65년간 랜드로버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명가라는 표현만큼 순탄한 길만을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회사는 50년간 로버 그룹의 일부였지만, 로버와 레이랜드의 병합 (1967),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로 로버 그룹의 매각(1988), 1994년 BMW로의 매각을 거쳐 2000년에 BMW는 로버그룹과 랜드로버를 분리하여 각각 피닉스 매니지먼트 그룹과 포드에 매각했다. 그리고 2008년 타타그룹은 재규어와 함께 랜드로버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말이 명가지 따져보면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던 거친 역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메이커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차량을 만드는 인도의 한 자동차그룹에 인수되는 것을 우려 섞인 눈빛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타타그룹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인수 후 그들이 만들어놓은 문화를 존중하고 역사를 계승해 유지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 랜드로버는 역대 가장 강력한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결과물이 바로 타타그룹의 산하에서 랜드로버가 탄생시킨 새로운 레인지로버다. 이제 아무도 랜드로버를 럭셔리 SUV의 강자라고 표현하는데 이견이 없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좋은 상황이 유지될 듯 보인다. 이제는 오프로드 명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수한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순탄한 성장의 길을 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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