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혜와 감주, 식해는 서로 다르다
Feb-23-0223
식혜는 고두밥과 엿기름을 이용해 삭혀 먹는 전통음식이다. 삭힌다는 것은 숙성돼 익어간다는 의미로 발효된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식혜를 甘酒라고 한다. 만드는 방법이 약간 다르지만 대동소이하다. 또 식해라는 것도 있다. 이들은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식혜(食醯)는 식물성 발효음식이다. 혜(醯)자는 ‘초(醋)’를 의미한다. 특정 지방에서는 식혜를 감주(甘酒)라고도 한다. 식혜는 오래되면 식혜의 당분이 알콜로 변하면서 술맛이 나기 때문이다. 식혜는 단맛만 있지만, 감주는 단맛[甘]에 술맛[酒]이 더해진 것이다. 더 오래되면 결국 식초(食醋)가 된다. 그래서 ‘혜(醯)’자에서 출발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감주(甘酒)는 식혜(食醯)가 아니다. 식혜가 음료라면 감주는 술이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알코올 생성 전까지는 식혜였고 알코올이 만들어지면서 감주가 된다.
식혜를 마시면서 술 마시는 기분도 냈고 술을 못 드셨던 조상에게는 제사상에 술 대신 식혜를 올려 왔기 때문에 혼용돼 부르고 있을 뿐이다.
甘酒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라는 설이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만 식혜를 감주라고 부른다. 실제로 일본에서 판매되는 감주(아마자케) 맛을 보면 청주 맛이 많이 난다. 甘酒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술맛이 나야 한다.
일본 술 ‘사케’의 어원은 바로 식혜다. ‘사케’는 청주인데 막걸리에서 술지게미를 제거한 것을 청주라고 한다. 막걸리와 식혜를 만드는 방법은 동일하다. 식혜(막걸리)를 만들어 술이 되면서 맑은 청주가 생긴다. 이 또한 식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식혜의 발음인 ‘시케’에서 ‘사케’가 된 것이라는 설이다.
식혜와 감주를 구분 짓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식혜는 액상인데도 음(飮; 마시다) 字가 아닌 먹을 식(食) 字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로도 식혜는 ‘먹는다’ 고 한다. 반면 감주는 ‘마신다’라고 한다. 식혜는 밥알 건더기를 함께 먹고, 감주는 걸러내 물만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상들은 동물성 식재료를 발효해 먹었다. 바로 젓갈이다. 이것을 식해(食醢)라고도 한다. 해(醢)는 젓갈을 의미한다. 식혜(食醯)와 식해(食醢)는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지만 다른 의미다. 과거 서당 훈장 선생님들의 한자 실력을 바로 혜(醯)자와 해(醢)자를 구분해 쓸 수 있느냐로 시험했다고 한다.
과거 식해는 班家(양반)음식 중 하나였다. 요즘의 젓갈처럼 단지 소금에만 절인 것과는 다르다. 동의보감에도 ‘장(醬)’ 편에 보면 ‘육장(肉醬)과 어장(魚醬)은 모두 해(醢)라고 부른다’고 했다. 육고기와 물고기를 이용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메주나 청국장에 육류나 해산물을 넣어 만든 어육장(魚肉醬)이나 청육장(淸肉醬)도 모두 식해(食醢)의 일종이다.
요즘도 가자미식해, 안동 식해가 있고, 보리굴비(굴비를 보리쌀에 넣어서 보관), 삭힌 홍어(홍어를 쌀겨 파묻어 보관)도 일종의 식해다. 과거 이러한 동물 발효식품은 전통적인 대두 발효식품과 함께 사시사철 충분한 필수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의 주요 공급원이 돼왔다.
과거 조상들은 음식 이름도 그냥 허투루 짓지 않았다. 음식 이름에는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만드는 목적과 효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또 음식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식혜와 감주, 그리고 식해는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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