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룡산 능선을 타고
9반 전명수
해마다 3월이면 동갑네기 부부가 등산과 미나리 맛을 보기 위하여 찾아가는 곳이 있으니 내 고향 용성(龍城)이다. 오늘도 경산시청에서 합류한 다섯 가정, 열 명이 두 대의 승용차로 일찌감치 고향동네로 향한다. 육동(六洞) 미나리단지 2호로 지정된 친구인 김 군에게 미리 전화로 미나리 넉 단을 다듬어 놓으라고 일러 놓고 출발하였다. 30여분 달려 용천리(龍川里) 미나리단지에 도착하니 벌써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의 승용차가 여러 대나 주차해 있고 비닐하우스 안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미나리 다듬는 손길이 바쁘지만 기다리지 아니하고 다듬어 놓은 미나리를 받아들고 곧바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친구의 미나리꽝 바로 옆에 위치한 경산학생야영장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제 작년에 올랐던 지능지(祗能池) 못 둑을 올라 야영학생들의 탐방로로 개설해 놓은 산길을 따라 오른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날씨가 아직도 그 위력이 남아있는 듯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댄다. 겨울 모자를 꾹꾹 눌러쓰고 한고비 또 한고비를 오르니 능선 길에 닿아 여기서부터는 오르락내리락 반룡산 정상으로 향한다. 오른쪽 눈 아래에 다가오는 운문댐의 넓은 호수위에는 바람결에 따라 작은 파도가 일어난다. 철탑을 지나 가파른 길을 따라 힘겹게 오르니 반룡산에 닿게 된다. 지도상에 표기된 표고는 679.8m이지만 이곳에 세워진 정상석(頂上石)에는 630m라 되어 있다. 어느 것이 옳은지 시간을 두고 알아봐야할 일이다.
이곳 반룡산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봄 소풍을 하면서 넘었던 왕재(王峴)십리 길로 그 기억이 가물거린다. 왕재는 경산시 동극(東極)의 구룡산과 반룡산이 이어지는 7부 능선에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와 경산시 용성면 용천리, 용전리를 연결하는 옛길이다. 이 고개는 원래 삼한시대 압독국의 동남 관문으로 삼국사기 파사이 이사금 조에 의하면 서기102년 신라가 압독국과 합병, 동반관계를 유지하면서 입성하였던 주 통로로 이용되었고 파사왕, 지마왕, 일성왕이 각각 이 고개를 통하여 반란하는 압독국과 화친을 꾀하였다고 한다.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도 654년에 자신의 둘째아들인 압독국 주총관이 장산성을 쌓아 방어선을 구축하였으니 태종이 이고개로 행차하여 그 공을 기리어 식읍 300호를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 고개는 백제를 정벌하기 위한 신라의 병참로로 이용되었으며 누대에 걸쳐 왕이 입성하였던 고개라 하여 왕재(王峴)라 부르고 있다.
반룡산 왕재를 오르는 고개 마루, 이곳에는 마치 거대한 용의 등을 타고 오르는 듯 삼라만상의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원효성사, 요석공주, 설총의 행적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듯한 구룡산 왕재는 신라 천년의 역사를 아우르는 최대의 걸작인 삼국통일을 일구어 낸 성지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자비의 관음도량인 반룡사(盤龍寺)가 있고 사찰마당에 서서 서녘에 지는 낙조는 아름다운 여인 요석공주 아유다가 백의관음의 화신으로 이 땅에 다시 나타난 듯 운해마저 한가롭다며 어느 보살님이 자랑한다. 왕재를 오르는 발자국마다 관음보살의 가피가 가득하고 하산 길에는 아침에 매고 온 배낭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반룡이란 말은 ‘서려 있는 용’이고 풍수지리적인 뜻으로는 상스러움을 간직한 터이니 반룡사는 상스러운 터 위에 세워진 사찰이라 할 수 있겠다. 반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은해사의 말사로 신라 원효대사에 의하여 창건되었고 설총의 탄생지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여러 암자를 거느린 대사찰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그 후 중창하였으나 조선후기에 모두 불타 버렸다고 한다. 천년역사의 굴곡 속에 지금은 대웅전과 요사채만 남아있는데 눈에 띄게 중창 불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천년 역사를 간직한 반룡사와 왕재는 우리가 다듬고 아끼며 사랑하여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가꾸어 나가야 하겠다.
바쁜 걸음으로 뛴 산길이 포근한 봄날이라기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가하면 바람조차 세차게 불어대는 한나절이라 양지쪽에 둘러앉아 요기할 상황이 아니어서 부득이 미나리 단지까지 내려와 친구 김 군의 미나리꽝 옆에 조성해둔 비닐하우스 안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나 삼삼오오 친구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 실내가 분주하다. 삼겹살을 불판위에 올려놓고 지글거리며 익어 가는데 그 위에 미나리를 듬성듬성 가위질하여 올려놓고 살짝 익은 듯한 미나리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또 다른 맛이 우러나온다. 각자가 들고 간 도시락은 아예 펼쳐보지도 아니하고 고기와 미나리 그리고 소주만 마서도 포만감과 취기로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것 같다. 바람 때문에 달래와 냉이도 캐지 못하고 곧바로 상대온천장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피로를 풀 겸 넉넉한 휴식을 갖기도 하였다. 예년 같으면 지금 쯤 따뜻한 양지쪽 언덕아래 자리를 깔고 앉아서 저만치 앞에서 아지랑이 아롱대며 방끗 웃는 봄기운을 느끼며 봄노래를 불러볼 테지만 오늘은 봄 같지 아니한 봄날이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한 산길이 좋았고 미나리와 삼겹살에 소주잔을 주고받는 가운데 우정은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 물론 내년에도 또 이곳을 찾아 올 것이고 그 다음해 봄에도 연례행사처럼 이어갈 것이라 생각하며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 길에 올랐다.
첫댓글 송하님 하루하루를 어쩌면 이렇게도 알차게 보내시는지요 함게할수 있는 친구도 많으셔서 행복하시겠어요 전 건강상 미나리는 정말 살짝 뜨거운물에 대쳐 먹읍니다 오늘 송하님 기운받아 박물관대학에 아내와 함게 다니게되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정보와 좋은말씀 많이 부탁드립니다 고향 용성에 친구분들과 함게 다녀오신것 좋으셨겠으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십시요
박물관대학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문화유적에 대하여 공부해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용성에 미나리 단지가 잊다은 사실 처음알앗네요 송하 선생님의 미나리에 대한정보애
감사 드리며 한번쭘 용성에 미나리체험 할까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주말은 엄청 복잡하더이다. 가능하면 평일에 가시면 여유로울 것입니다. 자연과 함께 맑은 공기 마시고 좋은 추억 될 것입니다. 미나리 1단 8,000원, 삼겹살, 소주, 쌈장을 구비해 놓았고 가스료 조로 1인당 1,000원씩 받고 있습니다.
산행을 할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주어서 고맙네요. 반룡산과 구룡산 왕재를 꼭 한 번 둘러 보고 싶네요. 송하님 행복하세요.
하루 바람 쐬는 기분으로 친구들과 가볍게 산에 올랐다가 끄적거려 본 글입니다.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