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새 하늘과 새 땅
주상절리 아래 동굴의 깊이는 10미터쯤으로 당분간 집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집의 완성도나 모든 정황을 추론해보아도 동굴에서 최소한 2년은 살았던 것 같았다.
루카스는 동굴 안쪽 벽에 커튼처럼 걸려 있는 모포를 발견하고 살짝 들어보았다.
그곳엔 남녀의 털모자와 여기저기가 닳아진 낡은 남자의 가죽점퍼가 걸려있었다.
작업복으로 입은 것 같아 그들이 겨울에도 살았을 거라는 추측을 하는 사이에 벤이 호기심에
가죽 옷 주머니를 살폈다.
“아버지 지갑이 있어요. 동굴집 주인 것 같아요.”
그 안에는 젊은 남녀가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찍은 사진 한 장뿐이었다. 다정한 연인이나 부부로
보여 집을 짓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부를 살펴본 벤이 나와서 10여 미터쯤에 떨어져 있는 두 번째 동굴로 갔다.
루카스와 오스카는 안전을 위해 얼른 따라 나섰다.
두 번째 동굴도 용암이 바위를 잘라 놓은 사이로 흘러내려 빠져나가며 천정과 공간을 만들어 놓은,
신의 한 수 천연 동굴이었다.
같은 나무격자문이 달려 있고 굴의 깊이와 높이는 처음동굴보다 조금 작아 보였다.
벽엔 양쪽으로 하나씩 널빤지로 선반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램프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바닥엔 목재의 톱밥이 가득했다. 자른 통나무 여러 개와 반듯하게 잘라놓은 판자가 있고. 톱과 도끼
대패와 커다란 숫돌을 보자마자 집지을 재료를 만들어내는 목공소처럼 보였다.
침입자에 놀란 박쥐가 날자 먼지가 날리고 수북한 톱밥 량을 보아서 사람들이 떠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 사람은 감탄을 하고 벤이 탄성의 말을 했다.
“와~여기는 목공소다. 숲정이 사람들이 농기구나 살림살이를 만들었던 창고 같아요. 하하하.”
“맞다. 에밋 장로님께서 출산한 아기들을 위해 전통 축복 목걸이를 만드시던 생각이 난다.”
“예. 장로님과 마리아님께서 램프를 켜고 송진을 끓이고 목걸이를 만드시던 생각이 나요.”
루카스는 고향 생각을 하자 눈물이 나왔다. 두고 온 숲정이 사람들과 에밋 장로의 아들 막시밀리언의
말대로 한 달쯤이면 독일의 침공으로 폴란드가 넘어가고 숲정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벤은 먼지가 자욱한 램프 하나를 흔들어 보며 아버지를 위로하려고 조크를 하자 이를 알아챈 오스카가
맞장구를 쳤다.
“아버지, 여기 목공소는 밤마다 두 램프에서 거인과 요정이 나와서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이렇게 준비해
둔 것 같지 않아요? 하하하.”
“벤. 그렇구나. 거인과 요정이 선견지명이 있네. 우리가 올지를 어떻게 알았지 하하하.”
둘의 조크에 눈물이 사라지고 세 번째 동굴로 갔다.
높이와 깊이는 조금 더 작고 그 안에 1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나무박스 3개가 나란히 있어
첫 번째 박스를 열어 보았다.
육중한 삐걱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냄새를 맡자마지 호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호밀이3분의1쯤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루카스는 얼른 두 손으로 받아들고 소리쳤다.
“오스카 벤 호밀이다 우리를 위한 창조자께서 호밀까지 예비해 주셨다 할렐루야~”
“아멘~아버지 정말 누가 여기서 오래 살았던 것 같아요 추수한 곡식이라면 어디에 밭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 정말 그렇겠구나. 여기 남은 박스부터 열어보고 뒤로 돌아가 밭도 있는지 살펴보자.”
세 사람은 기쁨에 두 번째 박스를 열었다. 바짝 마른 호박과 어른 머리만한 천주머니가 4개나 보였다.
루카스가 꺼내어 놓자 오스카와 벤은 얼른 주둥이를 풀었다. 천 주머니에는 씨앗들이 발아를 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바라기, 땅콩, 강남 콩 옥수수 등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곡식 저장고로
쓴 것이 확실했다.
“와~ 아버지 여기는 식량 창고였어요. 창조자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해 두셨어요.”
“아멘~”
“형님. 그런데 정말 주인이 떠나고 없는 걸까요? 돌아오면 어쩌죠?”
“어쩌기는 함께 살면서 짓다만 집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으면 더 좋지 않겠어?”
세 사람은 동굴 구경을 하느라고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벤이 밭을 찾아보기로 하고 밖으로 나와
해를 보니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동굴로 들어가자 루카스가 말했다.
“벤 여기 곡식을 조금씩 가져가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자 모두들 좋아 할 거야.”
“예. 아버지 서둘러요.”
오스카는 곡식을 꺼내 주머니 여기저기에 넣고 벤은 가죽점퍼를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 루카스는 감격이 밀려왔다. 이렇게 예비 된 곳을 만난 축복이 두 번째였다.
숲정이 마을도 그랬으니까. 루카스는 감격을 토했다.
“보라! 새 하늘과 새 땅이로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예비 된 신천지.”
“아멘~”
세 사람은 숲정이에서 뛰듯 날 듯 산을 타던 몸에 익은 날렵함으로 오면서 길을 냈던 곳을 따라 주상절리를 빠져
나왔다. 그 시간에 리나와 이자벨라는 걱정에 버스에서 나와 서성거리며 주변 경관도 눈에 익히며 일행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의 기도하고 있었다.
요하나도 서성이며 아버지가 언제 올까 생각 하다가 체르노빌은 언제쯤 올까 생각하다가 멍한 시선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요하나의 개가 혼자 있으니 지루한 듯 버스바퀴 옆에 앉자 졸다가 고개를
불쑥 치켜들었다.
순간 리나와 이자벨라는 남편과 아들이온다고 생각했다.
먼발치에서 벤의 개가 먼저 달려오는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와우~요하나~벤이 온다. 벤.”
기다림의 초조함에 만남은 기쁨이 배가 되어 서로를 얼싸 안았다. 리나가 궁금함을 루카스에게 주상절리는
어떤지 살기에는 좋은지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물었다.
“리나, 그곳은 마치 창조자께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예비해 두신 신천지 같았어요.”
“예? 정말요? 어떻게 신천지를 예비해 두셨는데요? 곧 추어 질 텐데 숲정이 마을처럼 집이라도 지어 놓으셨어요?”
“하하하. 그걸 어떻게 알았지?”
모두가 놀라고 궁금하고 기대보다 더 기쁜 소식을 들려줄 것 같아 귀를 쫑긋 세웠다.
이 소식만큼은 요하나에게도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온 복음이었다. 얼른 식수통과 컵을 들고 나와 물을 따라
주고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리는 사이에 벤은 활짝 웃는 요하나를 보았다.
벤은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기쁨을 감출수가 없고 갑자기 요하나에게서 꽃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체르노빌이 꽃향기는 사랑이라는 말과 요하나와 체르노빌이 좋아하는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꽃향기 생각을 지워 버렸다.
벤은 낡은 가죽점퍼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요하나. 거긴 반쯤지은 통나무집이 있거든? 그런데 집을 짓던 사람들이 떠났는지 없어. 그래서 이걸
표식으로 가져 왔는데 주머니에 사진도 있으니까 보여줄게.”
여자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부부로 보인다며 그들이 돌아와서 함께 살면 제2의 숲정이
마을이 풍성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 남자는 서로 주상절리를 설명하며 신이 나고 듣는 사람도 한껏 들뜬
오후를 보내고 식사를 마치자 루카스는 내일부터 안전한 가시거리를 정하여 짐을 옮기자고 했다.
아침. 오데사가 선물로 준 개썰매에 짐들을 실었다. 한번 경험했던 개들은 벤과 요하나의 충견으로 더욱
좋아진 힘과 훈련된 솜씨로 썰매를 끌었다. 썰매가 진입하지 못하는 길은 어깨를 빌리고 가족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 이동을 했다.
그렇게 하루는 주변을 익히는 시간을 보내며 생각보다 빠른 나흘에 걸쳐 주상절리에 도착했다.
처음 보는 통나무집 광경에 놀란 여자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렸다.
“창조자께서 정말 우리를 위해 해비해 두신 신천지에요.”
일행은 동굴을 임시 거처로 삼고 청소를 시작했다. 침대에 말라있는 짐승의 변을 치우고 박쥐 똥과
짐승의 털과 깃털도 치우고 밤 기온을 생각해서 침낭과 텐트를 치고 모두가 함께할 잠자리를 마련했다.
저녁을 먹고 두 램프를 켜자 한층 밝아진 동굴 안에서 주상절리 도착 감사 예배를 올리고
루카스는 내일 일을 설명했다.
“당분간 이 동굴에서 모두 함께 지내기로 해요 혹시 모르는 짐승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동굴 높이에 맞게
통나무를 잘라 2중문을 달읍시다.”
하루를 보내며 햇볕이 잘 드는 곳을 발견한 리나는 포도나무를 심었다. 성찬식에 쓰일 포도주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틀 동안 박쥐를 몰아내고 청소를 하고 남자들이 일한 결과는 세 동굴에 문을 달고 문 곁에는
활과 화살을 걸어 두어 언제나 위험에 처할 때 쓸 무기가 되었다. 모포를 걸어 바람을 막고 걷으면
밖을 볼 수 있어 혹시 모를 짐승들의 침입을 확인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만하면 동굴 생활로 당분간 살기에 만족한 집이 되었다. 여유가 생기자 짓다만 집을 어떻게 지을까
모두 아이디어를 냈다. 다음날은 모두 나서서 총과 활 칼로 무장을 하고 주변을 살폈다.
참나무와 아카시아 그리고 사시나무숲을 빠져나오니 펼쳐진 전경에 모두 깜짝 놀랐다.
산 계곡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제법 큰 호수를 만들고 넘친 물은 아래로 흘러 제법 넓은 땅을 적셔주어
풀들이 듬성듬성 자랐는데 개간하다가 둔 밭 같았다.
“어? 이게 뭐지? 이건 풀이 아니고 호밀이야 호밀 하하하.”
“뭐라고 호밀?”
자세히 밭을 살펴보니 줄기가 마른 호밀과 수수. 강낭콩. 호박. 토마토 줄기도 보였다.
이 광경에 처음으로 요하나는 크게 웃음 띤 얼굴로 벤에게 말했다.
“와우 여기는 곡식 창고다. 벤 우리의 밭이야. 신께서 이것까지 예비하셨어. 그리고 여기는 우물을 만든 것
같다. 깊이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맑은 물이 있어.”
“요하나 여긴 호수가 가까워서 물이 잘 나오는 것 같아. 저 안에 돌 좀 봐 정화하려고 돌을 넣어 둔 것 같은데?”
“와~ 그렇구나. 우물을 봤으니 벤이 목공소에 가서 두레박을 만들어야겠는데?”
“목공소? 아참 요하나도 목공소라고 생각했구나?”
“하하하 숲정이에서 똑 같은 걸 보았는데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해?
벤과 요하나는 마치 숲정이마을에 다정한 친족으로 돌아간 듯 보였다.
리나는 포도나무가 자라고 봄이 오면 이곳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도 대책 회의가 열렸다.
먼저 입구 쪽에 나무들은 제거해서 짐승의 침입을 살펴보고 막자는 의견과 이 길을 따라가면 들어왔던 길로
나가기가 쉽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