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까지도 공사 현장에 설치돼 있던 비계와 안전망이 지금은 모두 철거된 채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2014.1.12 촬영)
인천시 서구청은 1월 16일(목) SK인천석유화학(주) 측에 구조물과 설비의 안전을 고려하여 위반사항이 치유될 때까지 전체 공사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고, 공사 중인 시설물의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계획 등을 수립하여 서구청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공사 중지 요청’은 지난 1월 6일 서구청이 발표한 ‘시 감사결과에 대한 조치계획’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루어졌다. 이외에도, 서구청은 지난 1월 7일부터 일주일간 현장실사를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축조신고가 되지 않은 공작물을 추가로 적발, 건축법령에 따라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사 중지 요청’의 성격이 행정지도 즉,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 SK인천석유화학(주) 측이 서구청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SK인천석유화학(주) 측은 행정관청의 고민이나 주민 여론 등을 고려해 모든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하지만, 그간 SK인천석유화학 측이 밝힌 입장을 놓고 보면 서구청의 요청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SK인천석유화학(주)은 지난 1월 6일 서구청의 조치계획 발표 후, 자체 점검결과에 대해 “공사를 중지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없었다”라며 “서구청이 공사 중지 등 부당한 행정조치를 내릴 경우 법이 정한 모든 구제 수단을 동원하여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주민협의체의 상견례 자리로 마련된 간담회가 무산되던 지난 1월 15일, 주민들이 협의체 구성에 항의하며 “먼저, 공사부터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SK인천석유화학(주)의 김종수 상무는 공사를 중지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공사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공사 중지 발표가 있던 15일 오후 4시 30분에는 ‘인천 SK석유화학을 반대하는 인천엄마들의 모임’의 전 집행부 구성원 다섯 명(이하 인천엄마들)이 전년성 인천 서구청장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인천엄마들은 행정지도의 성격으로 공사 중지 요청이 나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깊은 실망감과 암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면담은 공사 중지가 강력한 행정조치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인천엄마들은 SK인천석유화학이 “서구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시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지시를 즉각적으로 이행하지도 않아 SK인천석유화학이 공장 증설 공사를 진행하도록 시간을 벌어주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 구청장은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해 “속단하지 말라”며 “일단 지켜봐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시 감사결과에 대해 서구청의 입장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어 그 결과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인천엄마들이 시의 감사결과를 이끌어낸 후, 집행부를 해산하면서 행정 시스템과 이를 견제하는 다양한 사회적 체계들이 작동해줄 것이라는 신뢰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서구청의 조치 결과가 이러한 신뢰에 회의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