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 주민들 대통령공약 이행 촉구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 통과 예정지역인 진주를 비롯한 합천·고성·통영·거제 등 서부경남지역 주민 500여명이 구랍 9일 세종시 정부청사를 찾았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의 조속한 통과와 공사 조기착수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앞에서 집회를 갖고 △예타에 서울~김천 간 편익을 100% 반영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분석기법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이원화해 적용할 것 △낙후된 남부내륙의 균형발전을 위해 경제적 논리만 따지지 말고 KTX 호남선, 전라선 복선전철, 원주~강릉선의 사례처럼 정책적인 판단을 고려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기재부와 KDI에 전달했다.
이날 정부 세종청사 집회는 지난해 10월 결성된 '남부내륙고속철도 조기 건설을 촉구하기 위한 범도민추진협의회'(회장 하계백 진주상공회의소 회장)가 주최했다. 김윤근 경남도의회 의장과 권민호 거제시장, 김동진 통영시장, 하창환 합천군수, 최평호 고성군수를 비롯해 도·시·군의원들도 함께했다.
하계백 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남부내륙철도가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김삼선(金三線) 기공식 이후 50여 년간 숙원사업으로 남아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선정되었지만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철도 접근성 동부와 서부 격차 확연
그러면 왜 서부경남 주민들이 이토록 남부내륙철도 조기 건설을 촉구할까? 이는 경남발전연구원(GNDI)이 경남 각 시·군지역 읍·면·동에서 승용차로 가장 가까운 철도역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분석한 것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경남도내 지역별 철도역 소요 시간' 그래픽 참고)
그래픽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철도역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지역이 서부경남과 남해안권에 집중돼 있다. 심지어 서북부경남과 일부 남해안권은 60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철도 접근성에서 경남 동부와 서부의 격차는 확연하다.
GNDI 도시환경연구실 송기욱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지역 간 통행량을 측정하는 방법에 사용되는 중력모형으로 설명한다. 중력모형에 의하면 지역 간 통행량은 인구에 비례하고 거리에 반비례한다. 오랫동안 발전에서 소외된 지역은 인구가 적을 수밖에 없고, 인구를 상수로 놓고 보면 결국 지역 간 통행을 원활하게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단축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때의 거리는 접근성, 즉 시간거리다.
이렇듯 경남 동부권과 서부권, 나아가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지역 간 시간거리 단축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더욱이 남부내륙고속철도는 수도권과 낙후된 서부경남을 편도 2시간대로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교통수단이다. 나아가 국토균형발전과 통일시대 한반도 종단철도의 중심축이자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실현과 아시아 -유럽 단일경제권 형성에 기여하는 철도교통망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비용편익(B/C) 분석 개선·균형 반영 필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철도 등 대규모 교통망 건설사업의 예타 평가에서 기준으로 적용하는 비용편익(B/C) 분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기재부와 KDI는 남부내륙철도의 B/C 지표가 낮다는 이유를 들어 예타 통과를 미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예타 잣대만 적용한다면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은 계속 발전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김삼선이 무산된 후 50여년 간 철도교통에서 소외된 서남부경남 주민들이 남부내륙 균형발전을 위해 정책적 판단을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KTX 호남선 등은 B/C 지표가 남부내륙고속철도에 비해 현저히 낮았는데도 건설되고, 개통됐다.
KTX 호남선 사례 등은 예타 정책성 평가(AHP)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해소를 위해 종합평가 구조개선이 필요하고, 비수도권 사업의 경우 경제성 비중을 낮추면서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의 충분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남부내륙철도 B/C 분석에 반영하는 항목의 불균형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비용은 서울~김천~거제 간을 모두 반영하면서 편익은 김천~거제 간 이용자의 것만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와 국토교통부는 서울~김천 간 이용자의 편익도 100%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사천·진주의 항공산단과 거제의 해양플랜트산단 등 2개 국가산단이 남부내륙철도 B/C 분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도 예타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남도는 이들 국가산단은 남부내륙철도 개통에 앞서 2020년 경 완공 예정이므로 국가산단 조성의 효과로 발생하는 편익이 B/C값에 당연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 최춘환 편집장 도움말 송기욱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