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의 노부부가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쉼터에 들어섰다.
이하선암 수술을 한 할아버지와 방사선 치료차 쉼터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되고 예후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를 25회나 받아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조심스레 방사선 하시지 말고 그냥 댁으로 내려가시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권해 보았다.
“아줌니, 아무래도 그게 낫겄지유? 밥도 잘 먹고 별 이상도 없는디 병원에 또 다닐 필요가 있남유?
내가 안 간다고 하는디도 자식들이 저리 등 떠밀어서 여기까지 온 거여유.”
노인은 의외로 내 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노인은 나더러 아줌니라고 불렀다.
“제가 10여 년 이곳에서 보아온 바로는 특히 이하선암, 후두암, 식도암 등의 방사선 쪼이는 부위가 부작용이 심해서
대부분 식사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할아버지도 내내 잘 하시던 식사를 방사선 하느라 못하게 되면
오히려 체력이 떨어져서 힘드실 수 있으니까 고생하면서 방사선 하는 대신 할머니와 재미있게 맛있는 것도 드시고
놀러도 다니시는 게 건강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노인들은 암에 걸려도 기본적인 응급처치만으로 몇 년씩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말에 마음을 굳힌 어르신이 며느리에게 바로 내려가자고 채근하셨다.
하지만 지금 어르신을 보내면 언제 또 보게 될지 몰라 붙잡았다.
이분을 잠시라도 만나게 하신 주님의 뜻이 있을 것 같았서였다.
“그런데 할아버지, 천주교 다니신다면서요? 영세명이 어떻게 되세요?”
“예, 할멈이 하도 믿으라고 해서 다니긴 하는디…, '루까'여유.”
“루까 할아버지, 댁으로 가셔서 재미있게 잘 사시면 수술도 잘되셨으니 나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암에서 낫는다고 다시 안 돌아가시나요?"
“죽지, 왜 안 죽겠어요?”
“그럼 이 담에 돌아가시게 되면 하나님 계신 천국에 가셔야 할 텐데 가실 수 있겠어요?
거긴 죄가 한 톨도 없는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인데요.”
“아 난 죄가 없어유. 죄 안 짓고 살았으니께유.”
노인의 자신 있는 태도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죄가 무엇인지, 하나님 기준의 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간단하게 말씀드렸다.
그러자 노인이 “그렇담 저는 못 가겠네유.” 하신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저는 예수님 때문에 갈 수가 있어요. 할아버지, 예수님께서 왜 십자가에서 죽으셨는지 아세요?”
“글쎄유, 죽을 때 되니까 죽었겠지유.”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다시 예수님의 죽음에 대해서 알려드렸다.
예수님이 왜 죽었고, 어떻게 죽었으며, 그 죽음이 노인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간단하게 말씀 드리니
아주 경청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동안 성당에 다니면서 들어온 것들이 조합이 되는 듯했다.
결국 노인은 예수님의 죽음이 내가 받아야할 죄 값을 대신 갚아주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였다.
“루까 할아버지가 믿는 예수님은 할아버지의 마음속에 살아계셔서 언제 어디서든
할아버지와 함께 하실 거예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주실 거구요.
죽는 순간까지도 할아버지 손 붙잡고 천국으로 인도하실 거예요.”
“감사해유. 아줌니 말을 들으니 이제 잘 알 것 같네유.”
노인을 만나서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확신시켜 드린 일과 방사선을 포기시켜 내려가게 하신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잘했다는 확신이 들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지금도 과연 잘한 일일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분의 가족들과 통화를 해서 결정한 일이기는 하지만 내가 결정적인 결심을 하도록 도왔으니 늘 생각하고 기도해줄 뿐이다.
“하나님! 루까 할아버지에게 방사선치료를 포기하고 내려가시도록 권유한 저의 행위가
그분과 그 가족들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사시는 동안 식사 잘하고, 자녀들의 효도를 받으며 편안하게 사시다가 예수님 손잡고 천국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첫댓글 방사선 포기하게 한 것은 99%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암치료의 기본에 있어서 환우의 체력, 즉 면역력이 기본으로 고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진들의 습관적인 관습에 의한 처방은 하루바삐 사라져야 되겠습니다.
1%를 뺀 것은 우리가 아무리 타당하게 결정을 해도 완벽한 결과를 이룰 수 없어서요.
오직 하늘에 계신 그분만이~^^
꿈마님 잘 지내시죠? 항상 소식이뜸하면 넘 궁금함다. 자주 글 보여주세요
8순 노인분이라서 그렇게 했지요 ^^
목사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요즈음 어영부영 바쁘다 보니 자주 못들어 왔어요.
제 아내는 열심히 치료하고 있고요.
목사님 계시는 연풍의 가을은 어떠신지요?
11월 모임은 언제쯤 계획하고 계신지요?
인터넷이 안되어서 불편하시지요?
두루 두루 궁금해 집니다.
네 새출발님 소식 감사해요.. 권사님께도 홧팅 안부전해주셔요
연풍의 가을은 넘 멋집니다. 근데 쪼그만 집 하나 짓는다고 즐길 시간은 잘 없어요 ㅋ
게스트 하우스가 완공되어지면 11월 20일 이후 한번 이곳에서 1박정도 울 회원님들 초대 한번 하려고 해요
공사진행상황 봐가면서 공지 올리려구요 그 때 사모님과 함께 오세요
기도 많이 부탁드려요 감사!!
@사랑뜰 넵. 부르시면 달려가겠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짓느라고 바쁘시군요.
평행한 삶으로 한번 더 살 수 있다면야 어느 선택이 탁월했는지 확실히 비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이야 불확실한 선택일 수도 있겠지요.
비록 경험하지 못한 치료법에 대한 후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목사님의 조언이 일이년의 내공을 거친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분의 축복입니다.
더불어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확신끼지 가지게 되셨다니 대박이 곱빼깁니다.^^
참 맘에 드는 댓글입니다, 라이파이님 ^^ 대박이 곱빼기 라는 말이요 ㅎㅎ 감사 ~~
추수감사절이 가까와 졌으니 감사가 따따블....
대박이 따따블 입니다.
한생명이라도 구원하기 힘쓰시는
마음을 하나나님께서 기뻐하실줄 믿습니다
글읽으니 또한 제에게도 은혜가 됩니다
늘 목사님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벽송님이 누구신지 잘 모르겠어요 ㅜ 그런데 저도 댓글읽으며 은혜도 되고 힘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죽을때가 됐으니까 죽었겠지유,,,,,,,
한참 웃었습니다
넘 순진 하신 루까 할아버지의 건강을 기도 드려야겠습니다
목사님 또 한분을 주님께로 인도 해 주셨네요~~~♡
진짜 재밋지요?
실은 이 글 이달 말에 나올 저의 책 속에 들어가 있는 글이예요^^
10여년간 써 놓았던 글 들을 출판사 하는 친구가 정리해서 이번에 책으로 내어주네요
물론 경비는 내가 지불해야 해서 힘들지만요, 자기 수고비는 안받는데도 꽤 경비가 드네요 ㅋ
그 순진하신 루까할아버지 만난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급하게 그 한 영혼을 구원해주시고자 하신 섭리라면 사랑뜰에서 내려간 이후
아마 천국으로 가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간이 급하니 그렇게라도 한 영혼을 구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열심이시지요 ^^
솔내음님 감사하고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사랑뜰 11월 모임에는 목사님 책이 출간되겠네요.
어떤 은혜로운 글이 써 있을까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