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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겨울나무 / 박기동
저 창밖에 겨울나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지난 가을 일찌감치 자기 몫을 다한 이 파리들을 모두 지우고
손이란 손은 모두 벌받듯이 하늘 향해 높이 들고
온몸으로 눈보라 속에서 강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거기에만 겨울나무가 삭풍을 견디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안에도 언제부터인가
겨울나무 한 그루 들어와 서 있습니다
전염성 강한 연두색 불씨 하나 터뜨리면서 밀어내면서
뿌리는 지난 가을보다 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자기 몸 속을 천천히 오르는 수액을 붙잡아 세우고
겨울나무는, 내가 얼마나 새순을 밀어내려 애쓰는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온 세상에 통사정합니다
겨울나무 몸 속을 들어가보면
봄나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새로 태어나고 싶은 열망들이 모여
수액으로 솟아오른다면 새 아침이 열리리라는 희망
겨울나무 몸 속에서 뜬금없이
연초록 새순을 밀어올리는 봄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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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처럼 집에서 창가에 앉아 이글을 쓰고 있습니다.
갑자기 요 며칠 한파로 또다시 추위가 엄습하고 있네요.
따스한 햇볕이 마치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보료처럼 감미롭기까지 합니다.
예전 유학시절, 주말에 학교도서관에도 못가고 난방도 안되는 집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햇볕을 벗삼아 책을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때 창밖 눈 내린 벌판에 오소리같은 짐승들이 눈속을 헤집고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들도 떠오릅니다.
그런데 문득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자연이 대견스럽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어쩌면 우리 사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 변화할 줄 아는 사람,
마치 겨울나무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봄이 오는건 자명한 일.
어쩌면 봄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지 모를 일 입니다.
응어리진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연두빛깔 새순이 돋아오르듯이...
겨울나무처럼...
그건 단순한 희망이 아닙니다.
천지개벽을 꿈꾸는 자의 소망입니다.
그리고 절규입니다.
이 봄에 스스로 거는 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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