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 사태로 러시아산 킹크랩의 값이 20% 이상 떨어졌다. 러시아 당국이 우한 폐렴의 국내 전파를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국으로 수출될 물량이 한국으로 대거 풀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킹크랩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거의 갖추지 못한 러시아 수산업자들이 중국 판로가 막히자 어쩔 수 없이 물량을 대거 한국으로 돌렸다는 지적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서 무역 통관 물류업을 전문으로 하는 정원우 임포트로지스틱 사장은 지난달 말 "러시아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방지 대책으로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러시아산 킹크랩의 값이 폭락할 것"으로 예견했다. 국경 봉쇄로 중국으로 나갈 물량을 러시아에서는 처분할 길이 없어 가격이 폭락할 수 밖에 없다는 예측이었다.
10여일이 지난 지금, 그의 예상은 적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의 주요 수산시장에서 러시아산 킹크랩은 kg당 7만원 대에서 5만원 대로 떨어졌다. 수산물 정보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서도 지난 8일 러시아산 블루 킹크랩(A급·중) 소매 시세가 ㎏당 5만6,000원으로 1월 하순(7만7,500원)보다 28% 가량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한때 4만원대로 떨어졌던 가격이 그나마 포장이나 배달 주문으로 조금 회복된 시세라고 한다.
하지만, '우한 폐렴' 공포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러시아산 킹크랩 100톤이 추가로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문이 수산시장 안팎에 나돌고 있다.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겨울철 최고의 별미로 꼽히는 킹크랩을 국내에서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kg당 5만원이면 블라디보스톡 현지에서 사먹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한 상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장사하면서 (킹크랩 가격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적이 잘 없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회식과 모임을 취소하는 경우가 늘면서 싼 가격에도 킹크랩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