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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채식과 화식, 무엇이 옳을까?
건강, 치유, 다이어트와 관련한 뜨거운 논쟁 꺼리중 하나이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앞뒤 생략하고 대뜸 이렇게 물어보면 참 난감하다.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것도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만 갖고 있는 건 없기 때문이다.
또 사람에 따라 장점이 모든 이에게 장점이고 단점이 모두 단점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어쨌든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생채식이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다.
왜냐하면 치유의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자연의 모습을 가장 그대로 지녔고 자연의 생기를 거의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생채식을 잘 받아들이면 맛감각이 매우 발달되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또 화석 연료를 쓰지 않아도 되니 환경을
더욱 살리는 부수적인 이점도 있다. 덧붙여 생채식에 마음을 쓸수록 신선한 재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베란다나 옥상 등에서 직접 길러 먹는 도시 농업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줄 수 있다.
이런 선한 마음으로 생채식을 받아든다면 그 선한 기운이 다시 돌아 내 몸에 더 큰 치유의 힘을 불어넣어 주리라 믿는다.
또 열을 가하지 않으므로 영양 손실이 거의 없어 영양 분석적 관점에서 생채식의 치유적 가치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생채식 요법인 거슨요법을 필두로 장두석 생채식, 그린스무디, 녹즙요법, 포도 또는 과일 단식 등 생채식과
관련된 많은 요법이 존재한다. 이 방법으로 치유 효과를 본 환자들의 수기 또한 많다. 예를 들어 1950년 대 전후로 난치성으로
알려진 피부 결핵 환자 대부분이 거슨의 생채식 요법으로 치유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사례도 있었다.
이 이유는 영양적인 측면뿐 만아니라 효소가 유지된 음식을 섭취하므로 체내 효소가 절약된다.
영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소화가 용이하니 소화시키는 데 자연치유력이 덜 분산되어 질병을
치유하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덤으로 소화 총 소화 시간은 길어지므로 배고픔이
좀 더 천천히 나타나면서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도 뒤따른다. 섞어서 갈아먹지 않는 한
생채식은 저절로 가지 수가 단순해져 소화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상차림이 단순하여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독성이 있는 특수한 식물을 제외하면 생채식의 장점을 대체할
음식은 없다. 그러나 생채식 시작 한 뒤 몸이 더 나빠졌다거나 소화가 잘 안되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화식에 길들여진 사람이 생채식 할 때 더욱 주의해야 점이다.
첫째, 잘 씹어야 한다. 잘 씹어 먹지 않는 경우 소화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표면이 거친
생채식으로 인해 위장에 미세한 생채기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초식동물들은 씹고 또 씹어 충분히
분쇄하여 완전히 즙으로 만든 뒤 위장으로 보낸다.
또한 생채식은 금방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현대인들은 냉장고 사용을 애용하는 데 이 때 찬 기운을 충분히 없앤 뒤 먹지 않으면 몸이 차가워질 수 있다.
셋째, 생채식은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므로 실내에 머물며 정신적 활동을 위주로 하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육류 섭취자에 비해 열 발생이 매우 떨어질 수 있어 냉증에 빠질 수가 있다.
따라서 햇볕의 기운을 받으며 야외 신체활동을 꼭 곁들여야 생채식에서 얻는 장점을 최대한
얻는 것은 물론 단점 또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아침저녁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음식이 생각나거나 비오는 날 부침개가
먹고 싶을 때 무조건 피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물론 바깥 활동 또는 심호흡과 명상 등으로
마음을 다시 차분히 가라앉히고 식탐을 잊어버릴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음식재료 선택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이다. 잔반이라도 감사히 받은
가난한 암 환우는 나아도 까탈스럽게 투정하며 진수성찬을 받는 부자는 낫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생채식 등으로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맛있게 요리된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을 참을 때
받는 스트레스 중 무엇이 더 클 지를 스스로 잘 판단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불에 익힌 요리를 자주 섭취한다고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몸 안의 자연치유력은 허약하진 않고 또 일시적이지만
체온을 높이는 데 화식이 좀 더 유리하다. 다만 암 환자들은 화식을 즐기되 가능한 생채식을 많이
곁들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사실 극단적 식단이 아니고서는 생채식은 늘 우리 곁에 놓여있다. 샐러드나 생과일이 대표적이다. 또한 청국장, 라또,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잘 발효된 식품은 완전 생채식은 아니지만 자연식이고 또한 발효에 의한 장점도 상당하다.
신선한 생채식을 구하기 어려운 한 겨울에는 잘 말린 무청시래기이나 무말랭이 등 건조식품에는
불안정한 일부 비타민은 줄어들지만 칼슘이나 철분 등 무기질은 크게 늘어나며, 또한 햇볕이나
바람 건조 중에 받은 자연의 기운도 매우 커진다. 물에 불려 양념을 해서 묻혀 먹거나 살짝 삶아
먹어도 좋겠다. 생쌀은 치아 손상 위험도 있으므로 충분히 불려 불린 뒤 여기에 곡물효소를 조금 섞어먹으면 생채식의 이점도 얻고 먹기도 편하고 맛도 훨씬 좋다. 또 토란이나 고사리 등 일부 음식 재료는 적당히 요리해야 독성을 없앨 수 있어 음식 종류의 다양성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또 당근이나 호박의 안티비타민(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비나제)은 가볍게 열을 가하면 사라지고 토마토의 리코펜(대표적인 항암 항산화물질) 양은 증가하므로 살짝 데쳐 먹을 필요가 있다.
특히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탕제나 최근 개발된 무, 무청, 당근, 우엉, 그리고 표고벗섯을 푹 끓여 만든 대표적인 항암 식품으로 사랑받는 야채스프는 오래 달이면 달일수록 미네랄이 많이
빠져나온다. 잘 불려서 살짝 볶은 곡식은 열량 섭취를 줄이는 대신 소화가 훨씬 용이해지고 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며 약간의 숯의 효능도 얻는다. 다만 기름을 튀겨 먹으면 트렌스 지방으로
변하고 감자 튀김의 경우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발암물질이 허용치의 500배 이상으로 증가되고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지나친 맛의 유혹에 빠뜨리는 요리는 주의한다.
따라서 이렇게 자연의 성질을 잘 활용하고 다스리면서 자연스럽게 식단을 짜서 먹으면 음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큰 차이 없이 다 얻는다. 음식 하나로 치유의 모든 것을 환원시키려는 것은
착각이며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음식에 대한 지나친 강박적 태도 역시 병(암)에 대한 두려움의 한 표징이거나 자기 몸과 자연에 대한 불신의 한 단면일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무엇을 선택했든
감사한 마음을 받아들라. 실제로 암에서 자유로워진 환우들 중에서 완전 생채식은 고사하고
비건 채식인조차 만나는 일은 드물다. 내 책의 주인공인 구대장은 물론 대다수 장기 생존 암 환우는 화식과 생식 크게 따지지 않고 채식 위주로 식사를 했고 암 환우들에 사이에 암 치료에 좋다고
떠도는 동물성 식품도 종종 섭취했다. 물론 원칙을 철저히 스스로 잘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무리해 가다가 지쳐 쓰러지거나 포기하는 것보다 현 자기 수준을 잘 평가하여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시작하여 차츰 원칙을 세우는 속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치유는 어는 한 순간 정지된 사건이 아니라, 삶의 과정이며 동시에 최종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현재 큰 병이 없기도 하지만 나 역시 아직은 입맛의 즐거움을 주는 화식을 적당히 즐길 생각이다. 다만 점차 음식의 양을 줄이고 생채식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그 길이 내 육신의 안녕과 내 영혼을 더 맑게, 지구를 더 푸르게, 타 생명의 고통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생채식, 그 이름은 사링이다.
게으른 농부의사 강정 임동규(생명채식하고 곶감 농사짓는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