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기도(장명숙, 안젤라메리치, 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지만, 여전히 부러운 느낌이 드는 대상이 있으니 “모태 신앙이에요”라고 말씀하시는 신자분들입니다. 대한민국 보편적인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저는 어려선 할머니를 따라 절에도 가봤고 할머니 돌아가신 후론 어머님 따라 점집에도 가본 경험이 있는 평범한 젊은 애였습니다. 그런 제게 가톨릭은 어쩌다 명동대성당 앞을 지날 때 새어 나오던 가슴 가득 스며드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라디오의 좋아하는 클래식 프로에서 즐겨 듣던 아베 마리아, 헨델의 메시아 등 모두 긍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결혼 후 2년 만에 가톨릭으로 세례를 받자는 남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음도 모두 이 긍정의 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결에 세례는 받았어도 기도도 미사 참여도 어느 것 하나 열심인 게 없는, 한마디로 무지몽매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살아오는 여정에서 많은 시련과 고비를 겪으며 필사적으로 기도에, 신앙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련들이 닥쳐왔습니다. 특히 큰아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 날, 수술 도중 수술실에서 나와 들려주시던 의사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곧 떠날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라는 문장보다 무섭고, 무거운 문장을 제 일생에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울부짖었던 “처음처럼 제게 도로 주시면… 주님의 뜻을 따라 살겠습니다”라는 기도는 하늘에 닿아 처음처럼 도로 주셨습니다. 말짱하게….
그 이후 묵주 기도, 매일 미사, 성경 읽기 등 주님의 뜻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야말로 저 급할 때만 하느님께 매달리고 귀찮게 구는 엉터리 신자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라노에서의 객지 생활이 외로워 신앙의 벗이 될 친구를 만나게 해주십사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이탈리아가 가톨릭 국가이니 사회 전반의 모든 문화가 가톨릭에 기반을 두기는 하지만, 최후의 만찬 그림이 있는 성당에서 주님의 배려로 만난 친구 집안은 유독 신앙심이 깊은, 생활 속에 신앙을 실천하는 집안이었습니다. 떠돌이 난민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신앙인의 품격, 어려운 처지에 처한 이들을 위한 따듯한 배려 등 ….
어머님이 쓰시던 묵주로 같이 묵주 기도를 올리며 친구가 제게 들려주었던 얘기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이 묵주알을 굴리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을 걸 생각하면 어머니가 너무 그립고, 어머니의 기도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이만큼이라도 온 것 같아.”
아! 그때 느꼈던 부러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머님의 쌓여진 기도.
비록 제겐 윗대의 쌓여진 기도가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기도가 필요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제 자식들을 위해 부러워하는 에너지를 오롯이 모아서 기도를 쌓으리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