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은 아플 '통'에 바람 '풍' 자를 쓴다.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 최고의 성군이라 불리는 세종대왕도 통풍에 걸렸다는 기록이 있다.
복잡한 여성편력과 여섯 번의 결혼으로 유명한 영국의 헨리 8세도 통풍을 앓았다.
성공한 CEO, 앤 여왕, 세종대왕, 헨리 8세를 언급할 때 여러분은 눈치챘는가?
통풍은 '제왕의 병'(The disease of kings)인 것을! 환경이 너무 좋아서(?) 생기는 병이란
뜻이다. 한편으로는 병증 중에서 가장 통증이 심해 '병의 제왕'(Kings of diseases)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주위에도 통풍으로 고생하는 이가 여럿
있다. 평소 맥주와 치킨을 즐겨 먹던 친구 남편은 50대 중반에, 발에 통풍이 왔다.
그는 발이 너무 아파 걸을 수가 없어 한동안 기어다녔다고 한다. 60세인 H는 통풍으로 진단
받고도 맥주를 끊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신장에 생긴 돌인 요산 결석으로 인해 극심한
허리 통증을 겪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통풍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통풍에 걸리는 이유는 너무 잘 먹어서다.
여기에는 술도 포함된다. 통풍을 앓고 있는 환자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왕이나 귀족 같은
상류층에 나이 들고 얼굴이 붉고 뚱뚱한 남자이다. 그런데 과거 상류층만 먹을 수 있었던
육식과 알코올을 요즈음에는 누구나 쉽게 자주 먹는다. 퇴근 후 고기 안주에 술 한잔
곁들이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저녁 풍경이다. 그만큼 통풍이 일반인에게 흔한 질병이
되었다. 그렇다면 고기와 술을 많이 먹는 것이 왜 통풍을 일으키는 것일까?
통풍의 원인은 혈액 속에 요산(uric acid)이 증가해서다. 요산은 음식에서 섭취한 ‘퓨린’이라는
물질을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로 흡수하고 남은 물질이다. 그리고 우리의 신장은 체내에
요산이 과다하게 쌓이지 않도록 요산을 오줌으로 배설한다. 그런데 체내 요산이 너무 많이
생성되거나 배설이 잘 되지 않으면 고요산혈증이 된다. 혈중에 요산 농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우리 몸의 요산을 높이는 음식은 소. 양. 돼지와 같은 붉은 육류와 간, 콩팥 등 내장 부위,
그리고 청어 ·고등어•참치같이 기름진 생선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음식들은 현대인이
즐겨 먹는 식재료다. 그런데 이런 음식을 지속해서 섭취하면 체내에 요산이 증가한다. 한편,
요산 배설을 저하하는 원인은 요산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신장의 고장이나 요산 배설을
방해하는 술, 아스피린, 이뇨제 복용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고기는 체내 요산을 올리고, 술은 요산 배설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다. 고기와 술의 조합이
통풍에 걸릴 확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요산이 정상보다 증가한 고요산혈증이
오랫동안 지속하면 혈중에서 과다해진 요산이 작고 뾰족한 결정체(통풍 결절tophus)를
형성한다. 이 요산 결정이 엄지발가락이나 무릎관절에 염증을 유발해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통풍이다. 다시 정리하면 요산 결정이 조직에 침착하여 염증을 일으킨
질환이 통풍이다. 실제 관절염의 6~10%가 동풍으로 인해 발병한다는 것이 밝혀질 만큼
통풍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편 건강검진 데이터를 보면 요즈음은 요산 수치가 7.0mg/dl 이상인 고요산혈증인
사람이 많다. 그런데 고요산혈증이라고 해서 전부 통풍 환자는 아니다. 통증이 수반되지
않으면 통풍이 아닐 확률이 높다. 이때 정확한 판별을 위해서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산 수치가 높을수록, 기간이 지속할수록 통풍 관절염이 발병할 소지가 올라가는
사실은 여러 임상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 혈액 내 요산 수치가 7.0mg/dL가 넘으면 고요산혈증이라고 부른다. 통풍을 일으키는
전제 조건이다. 그런데 고요산혈증이 통풍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이때는
무증삼 고요산혈증이라고 한다.
*퓨린(purine)은 질소가 함유된 유기 화합물이다. 퓨린의 함량은 정어리, 고등어, 간, 소의
콩팥, 맥주에서 높다. 퓨린의 최종 분해 산물이 요산이다.
- 이여민 박사 저, ‘동네병원 인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