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종(血液癌)
차인태(車仁泰ㆍ68세) 아나운서는 흑룡(黑龍)의 해인 금년이 남다르다. 1966년 아나운서로 데뷔한 후 KBS와 MBC에서 32년간 활동하였으며, 1998년부터 경기대학교 다중매체영상학부에서 10년 동안 후학양성의 길을 걸어온 그가 2009년에 혈액암(血液癌) 중의 하나인 ‘림프종’이 발병하여 2년간 암투병(癌鬪病)을 이겨냈다. 지난해 11월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석좌교수로 임용돼 금년 봄 학기부터 강단에 다시 선다.
차인태 교수는 2009년 10월 폐와 심장 사이에 림프종 진단을 받고 1년 반 동안 9차례 항암(抗癌)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3월 항암치료를 끝내고 4월부터 OBS 토크쇼 ‘명불허전’ 진행을 맡아왔다. 요즘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차 교수는 “악성림프종 판정 후 왜 나여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며,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으로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항암치료가 3-4차에 이르렀을 때는 몸이 쇠약해져 거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입맛도 없고 잠도 편히 잘 수 없었다. 혈압이 60에서 40까지 떨어져 중환자실에 격리됐을 땐 ‘사람이 떠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힘든 치료가 계속되다 보니 ‘상황에 순명(順命)하겠다’는 생각이 들며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으며, 마음이 차분해지니 언젠가는 터널 끝이 보일 것이라는 희망도 샘솟았다고 한다. 결국 항암치료를 무사히 끝냈다. 투병생활은 그에게 나눔의 소중함도 가르쳤다.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는데 나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능력(能力)이든 재물(財物)이든 나눠야 남는다. 대단한 지혜(智慧)가 있어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차인태 교수는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癌)등록본부가 발표한 ‘2009년 암 발생통계’에 따르면 암으로 진단받은 암 발생자(發生者)는 192,561명(남자 99,224명, 여자 93,337명)으로 밝혀졌다. 또한 2000년부터 2009년말까지 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생존하고 있는 암 유병자(有病者)는 총 808,503명으로 암을 극복하였거나 암과 함께 살아가는 국민이 80만명이상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국인 평균수명(平均壽命)인 81세까지 생존한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3명 중 1명(남자 5명 중 2명, 여자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생존율(生存率)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2005-2009년 발생 암환자 자료에 의하면 5년 생존율이 62.0%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2009년에 많이 발생한 주요 암은 남녀를 합해 갑상선 31,977명(16.6%), 위 29,727명(15.4%), 대장 24,986명(13.0%), 폐 19,685명(10.2%), 간 15,936명(8.3%), 유방 13,460명(7.0%), 전립선 7,351명(3.8%), 담낭 및 기타담도 4,782명(2.5%), 췌장 4,427명(2.3%), 비호지킨림프종 3,873명(2.0%)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 중에서 10위(2009년)인 ‘비(非)호지킨림프종’ 발생자는 총 3,873명으로 남자는 2,167명 그리고 여자는 1,706명였다. 한편 2009년 ‘호지킨림프종’ 발생자는 220명으로 남자 146명과 여자 74명으로 집계되었다.
‘림프종(lymphoma)’이란 백혈병(白血病) 같은 혈액암(血液癌)의 하나로 림프조직 세포들이 악성으로 변하여 생기는 종양(腫瘍)을 말하며, 크게 호지킨림프종(Hodgkin lymphoma)과 비(非)호지킨림프종(non-Hodgkin lymphoma)으로 나뉜다. 호지킨림프종은 이 병을 1832년 처음 발견한 영국인 병리학자(病理學者) 토머스 호지킨 박사(1798-1866)의 이름을 딴 것이다. 비호지킨림프종이 훨씬 많이 발병하며 매년 4%씩 증가하고 있다.
림프(lymph)란 조직세포의 간극에 존재하는 조직액이 림프관에 들어 있는 것으로 림프액이라고도 한다. ‘림프관(管, lymph duct)’은 전신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곳곳에 ‘림프절(임파선, lymph node)’이 배열되어 있다. 림프절의 기능은 간질액 또는 림프에 있는 미생물을 여과하는 역할을 하며, 림프절의 대식(大食)세포는 이물질, 소산세포, 세포 찌꺼기를 탐식하고 파괴한다.
‘림프구(淋巴球, lymphocyte)’는 백혈구(白血球)의 한 종류로서 전체 백혈구 중 약 25%를 차지하며 크게 NK-세포(natural killer cell), T-세포, B-세포로 나눌 수 있다. 림프구는 림프절로 이동해 온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등을 공격하고, 세균이나 다른 이물질이 있는 경우 림프구와 형질세포는 이물질을 파괴하는 항체(抗體)를 생산하여 면역반응에 참여한다.
림프종의 WHO 분류에 따르면 호지킨림프종(전형적호지킨병, 결절성림프구우세형호지킨병), B세포 신생물(성숙 B세포 종양,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T세포와 NK세포 신생물(성숙 T세포 및 NK세포 림프종), 이식후 림프구증식성질환 등으로 나뉜다.
림프종 발생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나 바이러스 연관성, 비정상 면역(免疫)조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림프종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 및 조기발견의 방법은 따로 존재하기 않는다. 악성림프종은 단일 질환이 아니고 이질성 질환의 집합체로 각 아형(subtype)에 따른 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혈액종양내과(血液腫瘍內科) 전문의의 전문적인 견해가 필요하다.
림프종의 증상으로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있는 림프절(임파선)이 붓는 것이 흔하다. 림프절은 서서히 자라며 통증이 없고 단단하다.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지속되고 식은땀이 나며 최근 6개월간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면 악성림프종을 의심할 수 있다. 비호지킨림프종은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외에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계(消化器系)를 침범하여 복통, 장폐색, 출혈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코 속을 침범하여 코막힘, 코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진단은 종괴 부위를 조직 검사한다. 병리조직을 얻으면 기본적인 염색과 더불어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시행하여 종류를 구분하고, 분자유전학적 검사를 한다. 병기(病期) 결정을 위한 검사에는 일반혈액검사, 간기능검사 및 신기능검사 등이 있다. 혈청 LDH 및 요산치(尿酸値)의 증가는 종양의 크기를 반영하여 예후 예측에 도움을 준다.
흉부X-선 검사에서 비정상 소견이 나타날 경우 흉부전산화단층촬영(CT)으로 병기진단을 할 수 있으며 또한 방사선치료의 계획 수립과 림프종이 종격동, 심낭과 폐문부위를 침범했을 때 병의 치료 경과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복부 초음파 및 전산화단층촬영은 복부 및 골반의 림프종 침범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표준검사이며, 림프종의 골수 침범 여부를 알기 위한 골(骨)스캔 및 골수천자 및 생검, 뇌척수액검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양전자방출촬영(PET)을 이용한 전신 촬영으로 병기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림프종 진행단계는 ‘앤 아버 병기법(病期法)’에 의하여 1, 2, 3, 4기로 분류한다. 1기는 하나의 림프절이나 림프조직(비장, 흉선, 왈데이어 링) 부위만 침범한 경우이며, 2기는 흉격막의 한쪽편으로만 두개 이상의 림프절을 침범한 경우이다. 3기는 흉격막의 위아래로 모두 림프절이나 림프조직 침윤이 있는 경우이며, 4기는 림프절 외 조직 침윤 이외에 다른 장소의 림프절 외 장소의 침범, 두 곳 이상의 림프절 외 침범, 간 혹은 골수의 침범이 있을 경우이다.
치료는 국한된 호지킨림프종의 경우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가 주된 치료 방법이며, 진행 호지킨림프종은 항암화학요법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치료 방법과 절차는 예후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다. 호지킨림프종 1, 2기 병기는 대부분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여 완치율(完治率)이 높다. 3기인 경우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로 75% 정도가 그리고 4기는 항암화학요법으로 50% 이상의 완치가 가능하다.
비호지킨림프종은 여러 종류의 유형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조직검사 소견에 따라 크게 저등급, 중등급, 고등급으로 구분한다. 악성도가 낮은 저등급 림프종은 치료에 상관없이 수년간 생존하지만 완치가 되는 환자의 비율은 높지 않다. 중등급 림프종은 항암화학요법을 받을 경우 생존기간이 연장되며 환자의 약 50%는 완치가 가능하다. 고등급 림프종은 급성백혈병(白血病)과 유사한 경과를 보이며 적극적인 항암화학요법이 추천된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학교 보건학박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