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22] 이명희(李名熙) - 부활의 체험을 맛보며 6. 부활의 체험 - 1
1 그러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고비가 두 번 있었다. 첫째는 7일 금식이었다. 입교하고서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입회원서 제출과 함께 7일 금식은 필수 과정이라는 것이다.
2 그러나 7일 금식이란 당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남의 일이지 내게는 해당 안 되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다. 7일 금식을 하면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끼를 굶어도 눈이 쑥 들어가고 허기지고 아무 일도 하지 못 하는데 어찌 하루도 아닌 7일을 굶겠는가 생각한 것이다.
3 그런데 10월의 어느 날 일요일 예배가 끝나고 청년회가 교회 2층에서 모였는데 선생님께서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계기 때마다 새로운 결심이 생기고 신앙생활에 진전을 꼭 보게 되는 것이다.
4 그날도 거의 말씀이 끝날 무렵 문득 금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면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결심을 하는 순간 어떤 공포심이나 주저감 같은 것이 없었으며 그렇게 두려웠던 금식도 순간적으로 한다는 생각을 하니 쉬 결심을 할 수 있었다.
5 집에서 하루를 쉬면서 금식을 하는데 어머니는 걱정이시고 형수는 웃기지 말라고 놀려댔다. 이틀째 되는 날 어머니가 어떻게 걱정을 하시는지 괴롭고 민망해서 있을 수가 없어 교회에 왔더니 한상길 소령이 자기 막사에 가서 하라고 한다.
6 용산 미 8군 내 장교 막사에서 생활을 하는데 밤에는 외국인들이 들어오지만 낮에는 아무도 없으니 조용해서 기도하기도 좋으니 거기 가라는 것이다. 그것이 좋을듯해서 용산 미 8군에 들어갔는데 말동무도 없고 적적하며 나흘째 되는 날부터는 힘이 없어 책도 읽을 수 없었고 누워있기만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7일 금식의 좋은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24시간이 너무 지루하고 정말 지옥만 같았다.
7 원래 살도 찌지 않는 작은 체구가 금식까지 하니 피골이 상접하고 더 작아 보이는데 밤에 가끔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다가 거실에서 휴식하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기도 하는데 역시 민망했다. 나중에 한 소령이 들려주는 말에 의하면, 밖에서 범죄한 사람을 은닉시켜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8 그러면서 금식을 한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금식하는 신부님들을 봤지만 그들은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밥이나, 고기, 빵을 먹지 않을 뿐 과일과 주스 등을 먹으면서 금식을 한다는 것이다. 정말 편리한 금식도 있구나 생각했다.
9 7일 금식을 하는 동안 사람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식사시간, 먹는 일이 없으면 인간은 얼마나 쓸쓸하고 재미없을까 하는 생각이 났으며, 음식의 귀중함을 더욱 알게 해주니 금식에 대해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10 금식이 끝나면 무엇, 무엇을 먹겠다고 먹을 것에 대한 스케줄을 짜보기도 했다. 금식 중에 나는 완전히 죽은 나요, 내 육체 속에 있는 죄의 찌꺼기까지 완전히 소멸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내 살과 피가 정말 새로운 살과 피로 되는 것 같은 감을 느꼈다. 풍문에 피가름이란 말이 있는데, 금식하는 나 자신의 피가 피가름 되는 것 같고 육체의 살이 살가름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11 정말 부활이요 거듭나는 사건으로서 구원의 첫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되니 은혜가 충만해지고 7일 마지막 날에는 힘이 들면서도 얼마나 즐거운지, 그리고 소생과 부활의 희망에 가득 차 벽시계의 바늘이 움직이면서 내는 똑딱거리는 소리가 지옥에서 천국으로 행진하는 축복의 소리로 들리기도 하며,
12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일요일 0시에는 나는 완전히 새사람이 되어 하나님이 계시는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는 기분으로 가득 차 정말 희망의 순간순간이었던 것이다. 0시를 울리는 시계 소리와 함께 기도하다 말고 “아버지 만세!” 하고 부르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 찼으며,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른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 끊일 줄 몰랐다.
13 그 기쁨과 환희가 단순히 다시 먹을 수 있다는 순전히 식욕의 기쁨이겠는가. 보다 깊은 종교적인 차원, 그것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의 부활의 팡파르와 같은 것이었으리라. 마침 그때가 추수감사절이었다.
14 그 막사의 냉장고에는 미국 사람들이 감사절에 즐겨먹는 칠면조 고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칠면조 고기를 넣고 끓인 죽으로 첫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영과 육의 소생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감사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