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봉의 넬라 판타지아]
케이블 채널 tvN이 제작하는 ‘코리아 갓 탤런트(Korea’s got talent)’에 출전한 스물두살 청년, 최성봉군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군은 부모의 이혼으로 세 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으나 다섯 살 때 구타를 이기지 못해 고아원을 나왔으며 그 후 껌을 팔고 막노동을 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야' '너'로 불렀고, 본인도 이름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 그에게 그의 삶을 바꾼 두 분의 스승(?)님을 만나게 됩니다.
한 분은 포장마차하시는 아주머니로, 이름도 없이 '야' '너'로 불리던 소년에게 '지성'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학교는 마쳐야 한다"며 초등·중학 검정고시 공부를 하도록 독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검정고시 응시를 위해 주민등록 정보와 고아원 기록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원래 이름을 찾게 됐다고 합니다.
또 한 분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분입니다. 껌 팔러 나이트클럽을 들렀을 때, 그 날 따라 자주 듣던 시끄러운 노래가 아니라 클래식 성악곡이 그에 귀에 들렸던 것입니다. 아, 이런 노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던 그는 그 분이 인터넷 성악을 지도한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그 분을 찾아가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 분은 기꺼이 최군의 멘토가 되어 주시며, 그 분 덕분으로 난생 처음 대전 예고에 입학하여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됩니다. 또한 그 분의 권유로 코리아 갓 탤런트에도 출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최군의 이런 행운(?)은 제가 볼 때 결코 그냥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포장마차 아주머니를 만난 것도, 그 날 따라 시끄럽기만 한 나이트클럽에서 성악곡을 들은 것도, 최군의 고운 마음에 기인하는 것으로 저는 봅니다.
먼저, 최군이 거친 환경에 거친 마음을 내었다면 포장마차 아주머니 역시 그렇고 그런 청소년 중의 한 명으로 보셨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기에 최군을 눈여겨 보고 별 도움은 안 되더라도 꼭 그런 말을 전해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또, 거친 마음에는 설사 조용한 성악곡이 들렸다 하더라도 그런 노래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습니다. 노래란 마음밭에 내려앉는 씨앗과 같아, 마음밭이 거칠고 삭막하면 밝은 노래는 마음밭에 뿌리를 내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최군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기에 성악곡이 들려왔을 때 감응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군의 모습은 거친 삶을 산 분 같지가 않습니다. 물론 말이 없고 몸이 굳어있는 것은 지난 삶의 흔적일 수 있으나, 얼굴에는 그 흔한 주름 하나 없습니다. 거친 환경에도 찡그리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담담한 얼굴은 세상을 원망과 미움이 아니라, 담담하게 관조하였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최성봉군의 목소리입니다. 최군에게서 넬라 판타지아가 흘러나올 때 장진 감독이 깜짝 놀라 안경을 다시 치켜 쓰고, 송윤아위원, 박칼린 감독을 비롯하여 그 날 노래를 듣던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린 것은 지난 삶에 마음이 아파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험한 삶에도 어찌 저런 고운 노래가 나올 수 있을까(그것은 또한 그런 환경에도 어찌 저런 고운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말도 됩니다), 하는 놀라움과 감동이 그렇게 한 것이라 봅니다. 그것은, <목소리는 우리 마음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한, 원망과 분노, 증오가 담긴 마음에는, 최성봉군이 보여준 그런 맑은 목소리, 고운 노래는 결코 나올 수 없습니다. 오직 마음에 깊은 긍정, 희망, 그리고 감사가 가득한 마음에서만 그런 노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세상을 원망하고 함께 망가져서는 그런 목소리가 결코 나올 수가 없는 것입니다. 거친 마음에는 거친 목소리만 나옵니다(화날 때를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물론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최군의 노래 자체는 그다지 뛰어나다 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추어인 제가 보기에도 아직 다듬어야 할 곳이 많고, 특히 두 번째 출연하여 부른 <시네마 천국>에서는 음이 고르지 못한 듯한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예고를 중퇴(아마 등록금을 못냈던 듯)하고 비록 다른 분의 도움을 다소 받았다 하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쟁쟁한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최군이 이 정도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가히 감탄할 만 합니다. 천부적 재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박칼린 감독은 이를 <악기는 분명히 어딘가 안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게 감동적인 것은, 노래 자체보다 지금 말씀드리듯 최군의 고운 목소리였습니다. 목소리만 고우면 기술은 좋은 스승의 지도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보첼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는데, 사실 보첼리의 노래 실력은 정상급이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보첼리 역시 깊은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영혼의 노래는 실력의 유무를 너머 그 자체로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박칼린감독으로 하여금, <코갓텔의 결과에 관계없이 꼭 노래(lesson)를 지도해 줄 인연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말을 하게 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및 동영상 http://presentvill.blog.me/10113997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