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인근 묘 위치”명칭 부여
역사·지역 외면‘탁상공론’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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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연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 수암스님은 "행정 편의적 발상에 의해 5백년간 지역에서 사랑받았던 화계사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화계사로 복원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새 도로 명 사업에 의해 5백년간 멀쩡하게 사용되던 지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삼각산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은 6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화계사 인근에 위치한 ‘화계사길’이‘덕릉로’로 변경된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5백년 간 사용된 지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화계사 로(路)’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한신대 교차로)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까지 연결된 4차선 도로. 도로는 강북구 인근 도봉구, 노원구를 경우 경기도 ,남양주시까지 관통하고 있다. 화계사 창건 이후 지역에서 문제없이 사용된 도로명이 변경된 것은 행정안전부가 새 도로 명 명칭으로 남양주시가 제시한 ‘덕릉로’를 채택했기 때문.
이에 대해 수암스님은 “경기도 별내면 흥국사 근처에 위치한 덕릉은 조선 선조임금 부친인 덕흥대원군의 묘로 정식 왕릉이 아니다”라며 “마을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을 불린 덕릉을 역사와 전통이 깃든 화계사로를 대신해 도로 명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역사왜곡”이라고 성토했다.
수암스님은 이어“새로 제정된 도로명 제7조에도 도로 명 부여 ․변경은 지역적 특성, 역사성, 위치 예측성, 영속성, 지역주민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도록 돼 있다”며 “강북구청, 서울시, 행정안전부 등 관련 공무원들이 혹여 근처에 화계사가 있어 종교적 이유로 화계사로를 폐지하고 덕릉로로 변경했다면 이는 종교차별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며 도로 명 복원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스님은 또 “화계초등학교, 화계유치원, 화계교회, 화계맨션 등 이 지역에서 ‘화계’라는 명칭은 특정종교의 이미지를 넘어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라며 “지역주민들을 위해 10만평 대지를 공원으로 조성, 운영하고 있는 화계사의 지역적 공헌을 봐서라도 화계사로 폐지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화계사에서는 오는 7월 15일까지 도로 명 변경과 관련 이의제기가 가능함에 따라 사찰 신도, 지역주민 등을 중심으로‘화계사로’복원을 위한 서명 작업에 돌입했다.
화계사 측은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져 있는 도로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강북구청, 서울시, 행정안전부 측에 우리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며 “지역적 특성, 역사성, 영속성 등에서 충분한 명분이 있기 때문에 화계사로로 도로 명이 복원될 것으로 자신한다. 불자들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치중 기자 주간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