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섬유의 보석’ 캐시미어, 진짜 최고급은 여기서 나온다
최고급 캐시미어 대명사 ‘네이멍구산’
어얼둬쓰 그룹이 네이멍구산 52% 공급
中 섬유 1위 찍고 금속 정제련까지 진출
어얼둬쓰=이윤정 특파원
입력 2023.07.19 06:00
지난 15일, 중국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어얼둬쓰시의 ‘한타이(罕台) 현대 캐시미어 산업단지(이하 한타이 단지)’. 중국 1위 섬유기업 어얼둬쓰 그룹이 운영하는 이 공장 안에선 소모기(梳毛·양모의 긴 섬유만 골라 다듬는 공정) 500여대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굵은 털을 모두 제거한 뒤 50~60번씩 빗어내는 공정을 거친 순백색의 캐시미어는 속이 훤히 보일 만큼 얇고 부드러웠다. 한타이 단지 관계자는 “가을옷을 만드는 지금이 최대 성수기라 정신없이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의 보석’으로 불리는 캐시미어는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고, 촉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네이멍구산 캐시미어는 최고급으로 꼽힌다. 겨울철 평균 영하 30도의 낮은 온도와 양질의 풀 등 캐시미어 생산에 필요한 산양이 지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자란 산양은 겨울 강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부드럽고 촘촘한 털을 갖고 있다.
중국 캐시미어 산업의 대표 주자인 어얼둬쓰 그룹은 네이멍구산 캐시미어의 52%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전체에선 22%, 전 세계에선 13%를 차지한다. 한타이 단지 관계자는 “특허 기술을 통해 양모를 깨끗이 세척, 최대한의 백색도를 갖춘 캐시미어를 생산 중”이라며 “다른 캐시미어 대비 보풀도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간 1500톤(t)씩 생산하는데,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t당 80만~100만위안(약 1억4000만~1억80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직계열화·대량생산 갖춰 1위 우뚝
1980년 설립된 어얼둬쓰 그룹의 전신은 ‘이커자오멍(伊克昭盟·옛 어얼둬쓰 지역명) 캐시미어 공장’이다. 어얼둬쓰 그룹 창립자 왕린샹(72) 회장은 이커자오멍 울 공장에서 견습생부터 시작한 현장직 출신이다. 그는 한 출장지에서 이커자오멍 캐시미어 스웨터가 해외에서는 원가의 수십 배 가격에 판매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독립해 캐시미어 공장을 따로 차렸다. 1995년 B주(A주 대비 시장 규모가 작고 외국인 위주 외환으로 거래되는 시장), 2001년 A주(내국인 위주 위안화 거래 시장)에 각각 상장됐다.
어얼둬쓰 그룹은 경쟁사 대비 빠르게 수직 계열화·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덕분에 창립 2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중국 최대 캐시미어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어얼둬쓰 그룹 관계자는 “캐시미어 원료 조달부터 소모, 염색, 방적, 제직, 완제품 판매까지 전 공정을 구축했다”며 “수출 위주 산업인 만큼 유럽, 미국, 홍콩, 동남아 등에 캐시미어 의류 제조 공급망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06년 왕 회장의 딸 왕전이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그룹에 합류하면서 어얼둬쓰 그룹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왕전은 중국 내에서 캐시미어가 ‘노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 브랜드 재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어얼둬쓰 그룹은 하이엔드 캐시미어 브랜드 ‘1436′부터 시작해 어얼둬쓰(ERDOS), 어얼둬쓰 1980 및 블루 어얼둬쓰, 어얼둬쓰 키즈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각 연령대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에 어얼둬쓰 그룹이 판매한 캐시미어 스웨터는 322만6000개에 달한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어얼둬쓰시에 있는 중국 1위 섬유기업 어얼둬쓰 그룹 공장. 직원들이 캐시미어 스웨터가 출고되기 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이윤정 기자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어얼둬쓰시에 있는 중국 1위 섬유기업 어얼둬쓰 그룹 공장. 직원들이 캐시미어 스웨터가 출고되기 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이윤정 기자
◇ 캐시미어 사업 한계에 금속 정제련 사업 진출
A주 상장 당시 이미 중국 내 최대 캐시미어 기업이었던 어얼둬쓰 그룹은 성장 정체기를 겪으면서 사업다각화에 눈을 떴다. 캐시미어 사업은 한계가 명확했다. 제품 가격이 높다보니 소비자 범위를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웠다. 이에 어얼둬쓰 그룹은 캐시미어 사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토대로 석탄 발전·화학·금속 정제련 사업에 진출했다.
특히 페로실리콘 생산을 포함한 금속 정제련 사업은 현재 캐시미어 사업을 제치고 어얼둬쓰 그룹의 최대 효자 사업으로 올라섰다. 페로실리콘은 전기강판 제작에 주로 쓰인다. 발전기, 변압기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 최근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모터 제작에 필요한 전기강판의 수요가 급격히 확대됐다. 지난해 어얼둬쓰 그룹의 매출 363억9300만위안 중 90%인 329억7000만위안이 금속 정제련 사업에서 나왔다.
어얼둬쓰=이윤정 특파원
어얼둬쓰=이윤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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