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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장자도·선유도·무녀도… 대장봉에 오르니 63개의 섬이 말을 걸어왔다
CNN ‘아시아 숨은 명소’
군산 고군산군도의 재발견
박근희 기자
입력 2023.04.08. 03:00
지난 2일 고군산군도 대장봉 정상에 오른 외국인 관광객들은 "spectacular landscape(멋진 풍경)!"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장봉 아래 펜션 주인은 "섬을 찾는 외국인 대부분이 대장봉에 오른다"고 전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 서해안에서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잔잔한 물속에 흩어져 있는 초록빛 언덕들이 주는 전망이 그림 같다. (중략) 세계에서 가장 긴 방파제와 다리는 섬을 본토(육지)와 연결해 바퀴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목적지다.’
지난해 말, 국립공원이 있는 일본의 소도시 ‘닛코’, 베트남 중부 고원 지방인 ‘달랏’, 싱가포르 북동부 연안의 ‘팔라우 우빈’, 말레이시아의 중서부 ‘이포’, 태국 동북부 지역인 ‘이산’, 중국의 ‘러산’ 등과 함께 미국 CNN 선정 ‘아시아에서 가장 과소 평가된 장소 18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에 대한 설명이다. 아시아 48국의 주요 관광 명소 중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숨은 명소’ 사이에서 반가운 이름 하나를 발견하곤 완연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 군산시 옥도면 고군산군도로 섬 여행을 떠났다. 꽃 무리보다 눈부셨던 봄날의 섬 무리 감상기.
◇‘바다 위 만리장성’ 달려 신시도
고군산군도로 가려면 ‘바다 위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새만금방조제(총 33.9㎞)를 관통해야 한다. 입도 전 레드카펫 밟는 듯 설레는 기분 덕에 앞으로 길게 뻗은 직선 도로가 지루할 틈이 없다. 방조제의 중간쯤,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오면 고군산군도의 관문과도 같은 섬 ‘신시도’에 닿는다. 신라 때부터 청어잡이를 위해 김해 김씨들이 살기 시작했다는 신시도는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됐다. 그 전까지는 군산항에서 무려 90여 분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던 외딴섬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 휴양림 내 숙박 시설이 모두 ‘오션 뷰’인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이 개장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숙박과 관계없이 입장료(성인 1000원)를 내면 당일 탐방도 가능하다. 자연휴양림이지만 꽃과 나무보다는 전망이 한 수 위다. “섬의 토질 때문에 식재할 수 있는 수종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게 김형주 숲 해설사의 말이다. 그는 “대신 바다를 가까이 둔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사스레피’ 나무 등을 관찰할 수 있다”며 “이곳 휴양림뿐 아니라 섬의 숲길을 걷는 동안 어디서 LPG 새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면 이것이 범인일 수 있다”며 사스레피 나뭇가지를 들어 보였다.
신시도에 자리한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의 커뮤니티센터 2층 바다 전망석에선 '고군산대교'와 '무녀도' 등 일대가 내다보인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신시도에 자리한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의 커뮤니티센터 2층 바다 전망석에선 '고군산대교'와 '무녀도' 등 일대가 내다보인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자연 휴양림 중에서도 모든 숙박 시설이 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고군산군도의 섬 이름과 열두 달의 순우리말 간판을 단 숙박 시설은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자연 휴양림 중에서도 모든 숙박 시설이 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고군산군도의 섬 이름과 열두 달의 순우리말 간판을 단 숙박 시설은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커뮤니티센터’ 뒤편 전망대나 휴양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원형 전망대’, ‘태양 전망대’ 등에 서면 세계 최장 1주탑 현수교인 고군산대교부터 무녀도의 무녀봉, 장구도, 관리도, 대장도, 선유도 남악산, 방축도 등이 뻥 뚫린 바다를 사이에 두고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맑은 날엔 ‘닭섬’이나 ‘하트 섬’ 등 작은 섬들도 조망할 수 있다. 휴양림 곁엔 등산객들에게 봄 산행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대각산이 있다. 봄이면 절벽에 군도를 배경으로 피는 꽃 ‘산자고’를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데 일부 구간은 암산을 타야 한다.
신시도엔 최치원이 글을 읽었다는 월영대도 기다린다. 새만금휴게소 주차장에서 걸어서 20여 분이면 닿는다. 적당한 시간에 오르면 군도를 슬며시 파고드는 일몰을 만날 수 있다.
◇‘모세의 기적’ ‘해식동굴’ 만나는 무녀도
고군산군도는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 군락이다. 고려 때 수군 진영을 두고 ‘군산진’이라 불리다가 조선 세종 때 진영이 육지로 옮겨가며 ‘옛 고(古)’자를 붙였다. 신시도를 시작으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등 비교적 큰 섬 사이엔 고군산대교, 선유대교, 장자대교 등 연도교(連島橋)가 놓여 차를 타고 쉽게 오갈 수 있다. 고군산군도 여행의 첫 번째 연도교이자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섬의 성찬이 시작된다.
신시도 건너편, 가까이 모여 있는 섬들이 마치 술잔과 장구, 무당이 춤을 추는 것처럼 생겼다는 ‘무녀도’엔 두 개의 ‘똥’섬이 볼거리다. ‘쥐똥섬’과 ‘똥섬’은 다른 섬에 비해 아담하지만, 서해 섬 여행의 묘미를 누려볼 수 있는 포인트다. 쥐똥섬은 물때에 따라 바다 갈라짐 현상, 일명 ‘모세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면 무녀도와 쥐똥섬 사이에 하얀 모래 카펫이 깔린다. 여행객 사이에 있던 한 마을 주민은 “코앞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지만,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10여 분만에 길이 잠긴다. 방심했다가 섬에 고립되는 사람도 많다”며 “안내 방송이 들리면 재빨리 빠져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식동굴 안에서 바라본 무녀도의 '똥섬'. 이름과 달리 원시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해식동굴 안에서 바라본 무녀도의 '똥섬'. 이름과 달리 원시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쥐똥섬에서 해안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똥섬이 나온다. 찾기 어렵다면 ‘해들목펜션’이 자리한 절벽 부근에 있는 게 똥섬이다. 해안탐방로 아래로 약 9000만년 전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거대한 작품이 기다린다. 똥섬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이름과 달리 원시적인 풍광이 기다린다.
방탄소년단 'RM 벽화'가 그려진 카페 '무녀2리 마을버스'. 2층 창가 좌석에선 쥐똥섬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방탄소년단 'RM 벽화'가 그려진 카페 '무녀2리 마을버스'. 2층 창가 좌석에선 쥐똥섬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똥섬과 이어진 해안 절벽 아래 해식 동굴 역시 물때에 따라 한정 시간만 모습을 드러낸다. 쥐똥섬은 은하수 사진 포인트로, 똥섬은 동굴 사진 포인트로 사진 동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두 섬 사이엔 ‘무녀2리 마을버스’ 카페와 ‘무녀도 갈매기’ 포장마차가 즐길거리다. 젊은 층 사이에서 ‘무녀도 핫플’로 소문난 곳들이다. 마당에 이국적인 버스들이 주차된 무녀2리 마을버스는 방탄소년단 팬인 ‘아미’들 사이에서 RM 벽화로도 유명하다. 2층 창가 자리는 쥐똥섬 전망대나 다름없다. ‘새만금 플로깅(plogging·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봉투를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기도 해서 이따금 관련 행사의 출발점 역할도 한다.
◇자전거·배 타고 ‘선유 8경’ 유람
무녀도에서 선유대교를 건너면 고군산군도의 대표 섬이자 중심 섬인 ‘선유도’가 기다린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거치며 고군산군도의 예고편을 맛봤다면, 이제 ‘본방’으로 들어갈 차례. 선유터널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선유도 삼거리로, 좌회전해서 장자대교를 건너면 장자도와 대장도로 이어진다.
선유도해수욕장 상공을 가로지르는 '선유 스카이 썬라인'. '선유도 명사십리'를 오른쪽에 두고 하강한다. 임동준 선유도어촌계장이자 선유도 관광협의회 대표는 "요즘 주말엔 하루 평균 400~500여 명 정도 체험한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선유도해수욕장 상공을 가로지르는 '선유 스카이 썬라인'. '선유도 명사십리'를 오른쪽에 두고 하강한다. 임동준 선유도어촌계장이자 선유도 관광협의회 대표는 "요즘 주말엔 하루 평균 400~500여 명 정도 체험한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선유도로 들어서자마자 탄성 내지는 괴성이 들려온다면, 선유도 해변 상공을 가로지르며 하강하는 ‘선유 스카이 썬라인’ 체험객들이 내는 소리다. 고군산관광탐방지원센터 부근 45m 높이 출발점에서 양주봉 입구까지 700m 구간을 매달려 내려오는 체험 시설(성인 2만원, 어린이 1만6000원)은 젊은 층뿐 아니라 50~60대에게도 인기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짜릿한 그 체험은 다음을 기약하고 명사십리를 자랑하는 선유도 해변(해수욕장)부터 찾았다. ‘십리’라 하지만 실제 길이는 1.5㎞쯤 된다. 4월의 선유도 해수욕장은 ‘바다 멍’ 즐기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한 모래사장 위 드문드문 놓인 이국적인 파라솔 아래 앉아 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물이 빠지고 펄이 드러나면 갯벌 놀이터로 어린아이들이 뛰어든다. 해변 끄트머리에선 바지락뿐 아니라 농게, 소라게 등과도 조우할 수 있다.
선유도는 본래 군산도라 불렸으나 섬의 북단 해발 100여m 봉 정상의 형태가 마치 두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선유도라 불리게 됐다는 설, 섬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들이 놀았다는 설 등이 전해진다. 그런 설이 아니더라도 눈을 돌리는 곳마다 수려한 장관 덕분에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선유도는 고려 시대엔 여송 무역로의 기항지 역할을 했고, 조선 시대엔 수군 본부 역할도 한 요충지였다. ‘난중일기’에 따르면 이순신이 명량해전 승리 후 열하루 동안 머물며 정비를 다진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 입지를 방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말엔 군도 해역에서 삼국·고려·조선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수중 유물이 대거 발견되기도 했다.
우뚝 솟아있는 '망주봉'(오른쪽)은 선유도의 수호신 같다. 잔잔한 바닷물에 비친 망주봉 반영은 데칼코마니 작품이 따로 없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우뚝 솟아있는 '망주봉'(오른쪽)은 선유도의 수호신 같다. 잔잔한 바닷물에 비친 망주봉 반영은 데칼코마니 작품이 따로 없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고군산군도의 중심이 선유도라면 선유도의 중심은 선유도 해변과 ‘망주봉’이라 할 수 있다. 해변 북쪽으로 우뚝 솟은 망주봉은 그 자체로 수묵담채화다. 베이지색에 가까운 두 봉우리는 마치 선유도 해변을 지키는 수호신 같다. 고군산군도 관광지원센터 고하영 문화관광해설사는 “선유도엔 많은 선비가 귀양살이를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선비들이 망주봉에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해 망주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고 했다. 망주봉은 여름철에 큰비가 내리면 7~8개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이른바 ‘망주폭포’는 망주봉 앞 바다 위 모래 언덕인 ‘평사낙안’ ‘명사십리’ ‘선유낙조’와 함께 선유 8경 중 하나다.
고군산군도 섬 여행을 테마로 한 유람선은 해상에서 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수단이다. 선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고군산군도 섬 여행을 테마로 한 유람선은 해상에서 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수단이다. 선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유람선에서 바라본 해식 동굴 '선유도 남문'. 새만금유람선 선장은 "이곳을 지날 때 한가지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유람선에서 바라본 해식 동굴 '선유도 남문'. 새만금유람선 선장은 "이곳을 지날 때 한가지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선유도는 차로 이동하기보다 자전거나 전기 스쿠터를 대여받아 둘러보면 알차다. 자전거로 선유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장자대교 건너 장자도, 대장도까지 다녀오는 데 대략 1시간이면 충분하다. 무녀도까지 반나절 만에 네 섬을 모두 둘러볼 수도 있다. 유람선 섬 투어(신분증 지참·2만~2만2000원)도 해볼 만하다. 바닷바람 맞으며 선장이 들려주는 군도와 기암괴석에 얽힌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난다. 코스에 따라 먼발치에서 봐야 했던 섬의 이면이나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말도, 방축도 등 다섯 섬이 호위 무사처럼 늘어선 ‘고군산열도’도 선상에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감상할 수 있다. 인어 등대, 기도 등대 등 바다와 섬 속의 ‘숨은 등대 찾기’ 등 깨알 재미는 덤.
◇대장봉 올라 군도를 발아래 두다
‘장자대교’를 건너면 장자도를 거쳐 대장도에 이른다. 대장도엔 고군산군도 섬 여행의 방점을 찍을 만한 대장봉이 기다린다. CNN 속 고군산군도의 대표 이미지도 대장봉에서 내려다본 섬 무리 풍경이다.
고군산군도 여행의 방점을 찍는 곳은 '대장봉'이다. CNN에 소개된 고군산군도 대표 이미지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군도 풍경이다. 가까이 장자도부터 장자대교와 장자도 스카이워크, 선유도, 무녀도를 포함해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고군산군도 여행의 방점을 찍는 곳은 '대장봉'이다. CNN에 소개된 고군산군도 대표 이미지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군도 풍경이다. 가까이 장자도부터 장자대교와 장자도 스카이워크, 선유도, 무녀도를 포함해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대장봉은 해발 142.8m로 높지는 않으나 만만하게 볼 코스는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구불길’로 올라가 대장봉 정상을 거쳐 나무 계단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하는데, 정석이긴 하나 길이 좁은 데다 일부 구간은 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목책,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는 코스도 노약자에게 쉬운 코스는 아니다. 계단이 가파른 데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해 ‘욕(하며 오르는) 계단’이라는 악명도 높지만, 길을 잘못 들 일이 없고 구불길보다는 ‘비교적’ 수월하다. 오르는 길엔 ‘할매바위’나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어화대’, 바다 전망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를 틈이 있다.
◇‘대체 불가’ 가마우지섬 낙조도
출발점에서 20여 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장봉 정상에 오르면 그동안의 수고를 잊게 할 만큼 과분한 군도 풍광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기다린다. 정상 전망대에서는 장자도부터 선유도, 무녀도를 비롯해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관리도 등이 원근감 있게 발아래 펼쳐진다. 이곳에서 일몰까지 감상하고 하산해도 좋지만, 명불허전 ‘선유낙조’를 놓칠 순 없다. 선유낙조는 선유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힐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선유도 솔섬 양주봉 부근에서 바라본 가마우지 섬의 낙조. 옆으로 누워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사람 얼굴 형상의 섬과 어우러져 각도에 따라 기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선유도 솔섬 양주봉 부근에서 바라본 가마우지 섬의 낙조. 옆으로 누워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사람 얼굴 형상의 섬과 어우러져 각도에 따라 기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일몰이 시작되기 전 선유도 해변 북쪽 솔섬 부근으로 가볼 것. 바다 위 옆으로 누워 입을 벌린 사람 얼굴 모양의 ‘가마우지섬’ 뒤로 해가 기울면서 이글거리는 오렌지빛 태양을 입으로 삼키는 듯한 신비로운 일몰이 당신을 기다린다.
[옥돌해변서 ‘만원의 행복’ 맛보고, 쥐똥섬 보며 해물라면 한 그릇]
고군산군도 구석구석 숨은 맛집들
'무녀도 갈매기' 야외석에서 '쥐똥섬'을 마주하고 먹는 해물라면과 해물파전. 맛에 앞서 분위기에 취한다. 옥돌해변의 '옥돌슈퍼' 평상 자리도 '오션 뷰 맛집'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무녀도 갈매기' 야외석에서 '쥐똥섬'을 마주하고 먹는 해물라면과 해물파전. 맛에 앞서 분위기에 취한다. 옥돌해변의 '옥돌슈퍼' 평상 자리도 '오션 뷰 맛집'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MZ 갬성’ 제대로네!” 무녀도 쥐똥섬 부근의 ‘포차’ 컨셉의 ‘무녀도 갈매기’를 찾은 30대 여행객의 말이다. 요즘 고군산군도에 딸린 섬마다 허름하지만 바닷가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맛집들이 덩달아 인기다. 해물라면·해물파전·바지락라면 등 메뉴도 거기서 거기, 맛도 엇비슷하지만, 무녀도 갈매기의 바닷가 파라솔 좌석, ‘옥돌슈퍼’의 평상 좌석 등은 전망 덕분에 냄비 라면, 우동 한그릇마저도 맛있게 느껴진다. 해산물과 바지락 넣은 라면은 8000원 선, 파전은 1만8000원~2만원 선.
옥돌해변 가까이엔 배가 불러도 지나칠 수 없는 주전부리가 기다린다. 바닷바람에 말린 오징어다.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 ‘미자네’로 불리는 건어물 노점과 인근에 있는 ‘우리 슈퍼’에서 맛볼 수 있다. 건어물 노점에선 오징어 한 마리와 쥐포 한 마리를 세트로 묶은 ‘만원의 행복’이 있다. 주문하면 인심 좋아보이는 ‘미자씨’가 정성껏 구워준다.
무녀도 '우리 슈퍼' 앞엔 봄볕 아래 오징어가 맛있게 건조되어 가는 풍경이 기다린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무녀도 '우리 슈퍼' 앞엔 봄볕 아래 오징어가 맛있게 건조되어 가는 풍경이 기다린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장자도에 들어서면 ‘호떡마을’이 마중 나온다. 촘촘하게 이어진 호떡집마다 ‘원조’ ‘직접 반죽’을 내세운다. 구운 스타일의 옛날 호떡이라기보다 기름에 튀겨내는 듯 익히는 요즘식 꿀호떡(2000원)을 판다. 카페 ‘호떡당’ 등에선 젊은 세대 입맛에 맞춘 크림치즈 호떡 등도 선보인다. 일대에서 1만원 이상 구매 시 공영주차장 2시간 무료 주차라 필수로 사먹는 분위기다.
식사를 위한 식당은 주로 선유도 고군산관광탐방지원센터 일대에 밀집돼 있다. 공영주차장 뒤쪽 ‘남도밥상’은 군산박대구이정식(1만5000원)을 먹으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 정식엔 맑고 시원한 바지락탕을 곁들여낸다. 팔팔 끓인 바지락탕에 칼국수(3000원)를 투하해 먹으면 더욱 푸짐하고 맛있다.
생선 박대구이와 바지락탕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남도식당'의 '군산박대구이정식'. 바지락탕에 칼국수를 추가하면 더욱 푸짐한 식사가 된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생선 박대구이와 바지락탕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남도식당'의 '군산박대구이정식'. 바지락탕에 칼국수를 추가하면 더욱 푸짐한 식사가 된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현지 주민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선유도어촌계수산물센터 ‘고래포차’는 싱싱한 회와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막회 세트'에 '물회'(맨 앞)를 곁들이는 이들이 많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현지 주민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선유도어촌계수산물센터 ‘고래포차’는 싱싱한 회와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막회 세트'에 '물회'(맨 앞)를 곁들이는 이들이 많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싱싱한 회를 맛보고 싶다면 선유도어촌계수산물센터 ‘고래포차’를 눈여겨볼 만하다. 2~3인이 막회(4만원)나 밑반찬과 맛보기용 해산물이 곁들여지는 막회 세트(5만원) 등에 매운탕(5000원)을 추가하는 게 기본이다. 공깃밥 대신 물회(1만5000원)나 멍게비빔밥(1만2000원)을 곁들이기도 한다. 멍게나 해삼, 소라 등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한접시(2만~2만5000원)’ 메뉴도 다양하다. 유람선 선착장, ‘기도등대’와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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