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늘 봄처럼 아쉽다. 가을은 여름과 겨울을 이어주며 뜨거움과 차가움 그 사이에서 때론 따뜻하기도, 때론 시원하게도 만들며 우리의 기분을 달래준다. 하지만, 왜인지 이 계절은 여름과 겨울의 욕심에 밀려 점점 짧아진다. 제주의 가을도 그렇다.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온다. 한라산에는 벌써 하얀 눈이 쌓여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제주에 찾아온 겨울. 난 가을의 계절이 그리워 마지막 주황빛 단풍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여행지가 몇 있다. 어음리 억새 군락지, 새별오름 등 황금빛 억새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면, 주황빛 단풍이 아름답게 피는 여행지도 있다. 바로 전에 포스팅했던 '천왕사'도 그중 하나이다. 오늘 내가 소개할 여행지는 제주도민 100명 중 5명도 모를 여행지이자,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대다수일 여행지 '하원 수로길'이다.
하원 수로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영실로 246
하원 수로길은 하원 마을에 논을 만들어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하였다. 1950년대 후반기는 전국으로 6.25 전쟁을 겪은 후 빈곤에 허덕이던 시절이였고, 더욱이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어서, 논이라곤 한 마지기도 없던 마을에 영실물과 언물을 하원저수지로 보내려고 수로길을 조성하였다.
그 후 주변 도로들이 개설 되기전까지는 한라산 등반 코스로도 많이 이용했던 길이었다. 이 수로길에는 영실 존자암과 볼래오름, 숯가마터, 수행굴, 무오항일항쟁 발상지 법정사, 화전마을터전 등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적들이 산재해 있어 조상들의 숨결과 삶의 추억이 깃든 생태문화 탐방로이다.
하원 수로길은 그렇다. 제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단풍. 이 단풍이 사방으로 가득 찼다. 가을 날이면 한라산 둘레길을 많이 찾곤 하는데, 이곳 또한 그 코스 사이에 있는 길이다. 영실 입구에서 시작해 무오 법정사까지의 하원수로길은 걷는 내내 단풍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길이다. 1950년대 만들어진 이 수로를 따라 탐방을 하는 코스인데 수로길이 들려주는 역사적 이야기와 단풍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곳이었다.
하원수로길을 가려면 일단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곳이라 한라산 영실 코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한라산 영실 코스 방향으로 약 500m 정도를 걸으면 하원 수로길 표지판과 함께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의 수로길을 따라 무오 법정사까지 리본으로 표시한 길을 따라 쭉 걸으면 된다. 이 하원 수로길 코스는 편도 4.2km의 코스로 짧은 코스는 아니다. 또한, 하원 수로길을 트레킹 하려면 무조건 트레킹화를 신으라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 돌 길이기 때문에 발끝마다 느껴지는 딱딱한 돌들이 걷는 내내 눈앳가시 처럼 다가올 테니 꼭 트레킹화를 신자.
또한, 한라산 영실 코스에서 출발을 한다면 하원 수로길은 편도 4.2km의 코스 내내 내리막 길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만약 이 코스를 8.4km 왕복으로 다녀오고자 한다면 생수를 꼭 챙기자. 반환점을 돈 순간부터 4.2km 오르막 길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또한, 편도로 가는 것도 고려를 해봐야한다. 산 자락에 위치하기 때문에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잡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니까.
붉은 단풍이 하원 수로길을 채운다
만약 여행을 끝내고도, 단풍의 향연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면, 근처에 있는 여행지 서귀포자연휴양림과 천왕사, 그리고 천아숲길로 여행을 같이 떠나보자. 단풍이 풍기는 붉은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무오법정사 항일운동발상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1100로 740-168
하원 수로길 여행 하다 보면 이곳 무오 법정사를 만날 수 있다. 이 무오법정사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유서 깊은 곳이다. 하원 수로길이 6.25 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이곳 무오법정사는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아픔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1918년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제주의 항일운동의 효시이며 1919년 3.1운동 이전에 일제에 항거했던 단일 투쟁으로는 최대규모이고, 특히 단순한 종교적 운동이 아닌 일제의 경제적 침탈에 대한 제주도민의 항일투쟁이며 국권회복운동이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유적지로 학술적,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가 높게 평가 된다. 법정사에서 일본의 통치를 반대하던 승려 김연일, 방동화등을 중심으로 법정사 신도와 민간인 400여 명이 힘을 모아 일으킨 항일 운동은 지금 제주가 한반도 위에 영위하고 있는 하나의 이유기도 할 것이다.
수로길을 따라 왕복 코스로 돌아오면 영실탐방로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더욱 제대로 트레킹을 하길 원한다면 법정사를 시작으로 원래 한라산 등산 코스였던 하원 수로길을 지나 영실탐방로로 여행을 떠나보자. 4.2km의 하원 수로길과 5.8km가 조금 넘는 영실탐방로를 같이 거닐다보면 단풍의 향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한라산 영실탐방로
영실탐방로는 영실 사무소에서 영실휴게소까지 2.4km의 자동차 도로 및 탐방로 병행 구간과 영실 휴게소에서 윗세오름대피소(해발 1,700m)를 경유하여 남벽분기점까지 5.8km를 걷는 탐방로이다. 편도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이 코스는 탐방이 편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