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차가 큰 환절기가 오면서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 사망원인 2위로도 꼽히는 심뇌혈관 질환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보다 환절기에 더 많이 발생한다. 기온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혈관 이완이 늦어져 수축기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
특히 심근경색증·협심증·동맥경화증 등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급성 심혈관질환과 중풍·뇌졸중·뇌경색과 같은 뇌혈관질환 모두 고혈압과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재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증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고혈압·고지혈증이 있으면 더 위험하다”며 “발견 즉시 치료를 한다고 해도 사망률이 30~40%가 넘고 증상이 심각하면 1~2시간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혈관건강을 챙겨야 한다. 특히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은 이상지질혈증이다. 이상지질혈증은 총 콜레스테롤·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가 기준보다 높거나 HDL 수치가 낮은 경우를 말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가운데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사람을 약 71%로 추산하고 있다.
최성희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이 ‘일반질환’으로 분류돼 질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저해되고 있다”며 “이상지질혈증은 조기에 발견해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이 짝꿍이 된 것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탓이 크다.
LDL은 혈관 내막으로 콜레스테롤을 옮겨 혈관을 좁아지게 만든다. 심장은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을 흘려보내기 위해 더욱 강한 힘으로 밀어내 혈압이 높아진다. 이 때 혈관 벽에 상처가 생기고, 침착물이 쌓여 혈관이 더 좁아지고 혈압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은 좁아진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이나 몸 밖으로 배출하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 또 동맥에 침착물이 쌓이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L 수치를 높이는 것이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예방하고 해결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B세포와 T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여성은 폐경 이후 HDL 수치를 더 주의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HDL을 높이고 LDL을 저하시켜 혈관건강에 기여한다. 그러나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혜택을 받지 못하면 HDL 수치가 급감하고 이상지질혈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중성지방 수치도 높아 심뇌혈관질환 가능성도 크다.
생활에서 HDL 수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식단과 운동, 금연이다.
식단은 채소·과일·식이섬유 비중을 늘리며 등푸른생선·아몬드 등 HDL 수치를 높이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중성지방이 높으면 HDL이 떨어지기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면 걷기·자전거타기 등 가벼운 운동으로 체중조절이 필수다.
운동으로 올라간 HDL은 활동성이 높아 음식으로 섭취한 HDL보다 기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연은 HDL을 높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신체건강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스타틴 등 지질강하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반인 2882명을 대상으로 함께 진행한 인식도 조사에서 ‘이상지질혈증이 어떤 질환인지 안다’고 답한 응답자는 46%에 그쳤으며, 이상지질혈증이 있더라도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 ‘약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65%였다. 이 결과를 놓고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세미나에서는 전문가들은 ‘질환에 대한 이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우려했다.
정인경 경희대병원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핵심인 LDL을 낮추려면 약물치료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운동과 식사조절만으로 LDL 수치를 조절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 가운데 10% 정도 수준이다. 운동이 약물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외에도,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있어 약물치료 중요성과 인지도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