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정부 정책으로 쿠마르는 인도로 돌아가야 하나?
>> 뉴욕 무역관, 차성욱 차장
쿠마르는 인도 뭄바이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다. MIT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인도 공과대 IIT(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 졸업 후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지 2년. 지금은 실리콘밸리의 유명IT기업에서 8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쿠마르가 미국에 올 수 있었던 건 미국이 운용하고 있는 전문직비자인 H-1B 덕분이다. 그런 그가 다시 인도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권하의 미국 하이테크 업계에 종사하는 인도 국적자가 처할 수 있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이긴 하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자 제한 정책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H-1B전문직비자로 미국 땅을 밟는 소위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 수는 미국 전체 인력의 1% 이하이지만, 이들이 하이테크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12%를 상회한다. 그 중에서도 인도 출신 IT인력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6년, 추첨을 통해 발급되는 H-1B 비자 총 8만 5천건 중 70%가 인도인들에게 돌아갔다. 컴퓨터 업계 종사자들에게 발급된 H-1B 비자 중 거의 86%가 인도 사람들에게 발급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 인도 IT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시스와 같은 기업은 많은 수의 영어에 능숙한 IT인력을 인도로부터 데려와 미국 기업에 취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의 정책은 우선적으로 H-1B와 같은 취업비자를 겨냥하고 있어 다수의 인도 기업 및 하이테크 기업, 그리고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도인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H-1B 비자 추첨 후 여러 인도 IT 기업들이 편법적인 인력송출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사후 관리도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백악관 선임정책고문 스티븐 밀러는 기존의 H-1B 취업비자 추첨 방식을 파기하고 고 연봉 직장 종사자들만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H-1B 비자 취득자의 최소 연봉을 13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H-1B 취업비자 변경안이 현실화된다면, 쿠마르는 3년차에 해야 하는 비자 갱신이 거절되어 인도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자 제한 정책은 단순히 쿠마르와 같은 인도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인도, 중국, 캐나다, 필리핀에 이어 H-1B 비자 취득 5위국인 한국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매년 약 5천명 가량의 미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H-1B 비자를 받아 취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비자 받기가 더욱 어려워져 그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비자 제한 정책으로 인도 IT 기업의 소위 인력송출 비즈니스가 위축된다면,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한국인들의 미국 취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취업 환경이 어렵더라도 외부 요인만을 탓하고 있을 수 없는 게 취업준비생의 현실이다. 이력서 작성, 인터뷰 스킬 향상, 네트워크 구축 등 혼자 준비하기에는 벅찬 여러 관문들이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KOTRA에 K-Move센터를 두고 적극적인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센터에서 열리는 각종 취업캠프 및 멘토링세션 등에 참석하는 것도 좋은 취업준비 방법이 될 것이다.
인도로 돌아가야 하는 쿠마르가 되지 않으려면, 최선의 노력과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비자 제도 등에 대한 주도면밀한 모니터링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