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식사법
- 오향숙
푸성귀 같은 날들 집으로 가져와서
큰 그릇에 버무리면 사람이 모여든다
내 편과 네 편의 입맛 한때는 겉돌아도
속속들이 배어든 유연한 참기름 말
제 각각 살아있는 뿌리의 속마음은
밖으로 내뱉지 않아 싸울수록 순해진다
싱거운 나의 하루 쓴맛이 녹아들어
혀가 만든 비법 하나 스며든 인사이더
싱싱한 유일한 재료 입 닫고 귀를 연다
통섭의 사회 지향하는 울림, 오랜 여운 남겨
시조는 정형시다. 3장6구 정형 형식에 맞게 흠 없는 완결성을 요구한다. 형식상 흠잡을 수 없다 해도 내용이 빈약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단 한 명의 당선작을 뽑는 신춘문예 규정에 따라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심사위원도 아쉬울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 앞에 남은 작품은 ’인사이더 식사법’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배려, 통섭의 사회를 지향하는 울림이 시조가 지닌 미덕으로 가시지 않은 여운을 오래 머물게 했다. ‘푸성귀 같은 날들 집으로 가져와서/ 큰 그릇에 버무리면 사람이 모여든다’ 우리의 삶이 ‘푸성귀 같은 날들’이라니, 어찌 아니겠는가.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서로를 작살내는 작금의 현실을 보라. 이 시조에서는 ‘입맛 한때는 겉돌아도’ 서로를 껴안는다 라고 했다. ‘시란 무엇입니까? 메타포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싸울수록 순해진다’ ‘입 닫고 귀를 연다’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당선의 문을 넘지 못했지만 ‘움직이는 냉장고’ 외 2편, ‘선지국밥집’ 외 2편, ‘어느 엄마의 실버들 넋두리’ 외 2편의 응모작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선 시인에게 축하를 드리며 시조의 건강한 발화를 기대한다.
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