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80세 모자란 서너 달 임박해지니 시한부 인생이란 생각이다. 사람은 원래 시한부 인생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젊은 시절 시한부 인생이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엇이든 가능성만 생각되고 젊음의 기상은 늘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숙명의 기회가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종착역 직전의 눈앞이라 생각도 정리하는 습관이다. 그냥 되는 대로 사는 것이 쉽게 사는 것 같아도 그럴 수는 없다. 살면서 저지른 그림자가 흠 되지 않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림자를 바꾸어 꾸밀 생각은 아예 없고 생각부터 사랑하는 자세로 보듬으며 여며야 한다. 지금까지 미움을 참지 못했더라도 다시 생각하고 사랑하는 방법으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원망한 일이 있었더라도 생각에 남아있다면 사랑으로 전환해야 옳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만큼 행복한 생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미워진 사람과 보고 싶지 않던 사람부터 사과하는 생각으로 마음가짐을 바꾼다. 제일 먼저 생각을 바꾼 사람이 아내다. 맞선도 없이 부모 주선으로 결혼한 아내가 여드름 왕으로 미워했다. 그러나 살아보니 장점이 자꾸 나타나고 자식들은 여드름이 전혀 없어서 안심되기도 했다. 주위 예쁜 사람들과 자꾸 비교하니 미워질 수밖에 없는 생각이었다. 딸을 먼저 넷을 줄줄이 연거푸 낳았다. 그래도 그 불평은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내 책임도 같았고 그보다 많이 낳아주는 일이 나에게는 바라는 일이다. 자라면서 형제가 많은 가정이 부러웠던 평소의 내 생각 때문이다. 아들을 둘 연속 낳아도 교육 걱정은 하지 않았다. 무모하게 자신만 가지고 아들 더 낳기를 기대한 일이다. 그러나 아내는 병원에 갔다 와서 아들도 더 낳는 일을 멈추었다. 불평이 있었지만 이일도 거기서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사회에 미워진 사람도 없지는 않은 일이다. 공직에서 승진대상자 경쟁에는 미움도 생긴다. 사오서칠의 유행어가 만드는 일도 미운 사람을 향한 원망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사무관 서기관도 인생 목표일 수는 없다. 그런 대상자들도 이미 먼저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이다. 인사과 실무자가 사석에서 인사과장님과 같이 근무하고 싶다고 부탁드리라는 온정의 도움말도 들었다. 고마운 말이지만 나는 명예퇴직 선망으로 방향을 돌렸다. 공직보다 글을 써서 인생관을 다시 만드는 일을 택했다.
자기의 적성 기능에 맞는 직업이라야 인생을 올바르게 사는 일이다. 그래서 고급 공무원이 되고 싶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공정하고 일만 잘하는 노력으로 승진하는 사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유행어가 사오서칠인 듯하다. 오직 나의 목표를 다시 정하고 성직자가 살아가는 과정처럼 그 길이 부러웠다. 세상에 왔다가 나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루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는 무엇인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다. 내 인생에 맡겨진 사명 같은 부여받은 명령을 순종하듯 그런 것이다.
20세기 말경에 내가 인터넷 홈페이지 만드는 기술을 익혀 손수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큰손자가 보고 하는 말이 할아버지 지금 홈페이지 운영에 돈이 들지만 잘하면 돈을 벌면서 운영하는 기능이라 했다. 당시 초등학생 손자가 하는 말이다. 지금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타고난 성품이 너무 착해 변호사보다 다른 직업을 먼저 선택했다면 성공이 더 빨랐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변호사 자격을 갖고 사법제도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앞으로 직접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학업도 진로 선택이 아주 중요하듯 직업도 초기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
스마트폰 사용 시대 홈페이지도 모바일로 바꾸어야 하나 내 실력이 미치지 못해 블로그를 사용한다. 내 블로그에는 많은 사람이 읽고 있어 적정 시간만 빌려주면 400만 원을 준다고 자주 유혹받는다. 초등생 손주의 충고도 격려로 생각되는 시점이라는 인생 졸업반 생도의 때를 넘긴 느낌이다. 아직 이뤄 놓은 보람도 없이 사는 날까지 사람을 사랑하는 서툰 노력이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 삶이다. 남자는 80 고개 넘기는 일이 매우 어렵더라는 노령 선배들의 충고도 늘 생각한다. 사람을 미워하는 일이 얼마나 불행이었나 하는 것은 절실히 경험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80 고개를 바라보면서 절감한다. 사람을 넘어 사물을 사랑하는 진리를 터득하고 실천하며 사는 삶을 날마다 생각하고 싶다. (글 : 박용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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