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장로의정서#반유대주의
서평: 움베르트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
움베르트 에코(Umberto Eco)의 소설 <프라하의 묘지>(The Prague Cemetery)는 2010년에 출간된 역사적 픽션으로, 19세기 유럽의 음모론과 반유대주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 작품은 음모론과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허구로 변형되고, 허구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지를 탐구합니다. 에코는 픽션과 사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 사회에서 허구적 이야기가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특히,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과 같은 반유대주의 음모론의 창작 과정을 중심으로, 에코는 편견과 혐오가 조직적 정치의 도구가 되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 소설은 19세기 유럽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 속에서 탄생한 음모론의 본질과 이를 둘러싼 인간 심리를 탐구하며, 현대 독자들에게도 큰 교훈을 남깁니다.
줄거리 요약
소설의 주인공은 시모니니(Simonini)라는 위조문서 작성자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반유대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으며, 생애 동안 여러 음모와 위조 사건에 관여하게 됩니다. 시모니니는 프랑스 비밀경찰, 프리메이슨, 가톨릭교회 등 다양한 세력과 연루되며, 유럽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자신의 음모를 실현해 나갑니다. 그는 역사적 사건들을 교묘히 조작하고, 허구를 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능숙합니다.
소설의 중심 사건은 시모니니가 유대인들이 세계 지배를 모의하는 회의를 열었다는 내용의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을 위조하는 과정입니다. 이 문서는 역사적으로도 실제 존재했던 반유대주의 문서로, 이후 나치 독일과 같은 극단적 세력에 의해 유대인 박해의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시모니니는 이 문서를 만들기 위해 프라하의 유대인 묘지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는 유대인들이 이 묘지에서 비밀 회합을 열고 세계 정복을 모의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반유대주의를 조장합니다. 그의 문서는 다양한 음모론적 서사와 결합 되며, 유럽 전역에서 반유대주의를 확산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소설은 시모니니가 자신의 악행과 음모 속에서 점차 정신적으로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는 스스로 만들어 낸 거짓에 갇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끕니다.
주요 주제와 의미
음모론의 탄생과 확산
<프라하의 묘지>는 음모론이 어떻게 탄생하고 확산되는지를 중점적으로 탐구합니다. 에코는 음모론이 단순히 개인의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작되고 퍼뜨려지는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시모니니가 작성한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은 반유대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문서입니다. 에코는 이러한 음모론이 현실 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반유대주의와 혐오의 정치
소설은 19세기 유럽의 반유대주의가 단순한 편견이나 혐오에서 끝나지 않고,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시모니니는 유대인을 사회적 혼란의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이 원하는 권력과 부를 추구합니다. 에코는 이 과정을 통해 혐오와 편견이 어떻게 조직화되고 체계화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고로 읽힙니다.
기억과 정체성의 왜곡
소설은 기억과 정체성의 모호함을 강조합니다. 시모니니는 자신의 음모 속에서 점차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음모론과 거짓이 현실을 파괴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프라하의 묘지』의 가치와 교훈
역사와 픽션의 경계
움베르트 에코는 <프라하의 묘지>에서 역사와 픽션의 경계를 허물며, 허구적 이야기가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는지를 탐구합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구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킵니다. 에코는 소설을 통해 진실의 파편 속에 감춰진 거짓의 힘을 비판합니다.
현대 사회에 주는 경고
<프라하의 묘지>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도 유효한 경고를 제공합니다. 오늘날에도 음모론과 허위 정보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혐오와 편견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에코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소설을 통해 경고하며, 비판적 사고와 역사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에코의 독특한 문학적 스타일과 서사
에코의 문체는 복잡하고 정교하며,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역사적, 철학적 지식을 요구합니다. 이는 독자에게 도전적인 동시에 지적인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에코는 소설 곳곳에 실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배치하며, 픽션과 현실을 뒤섞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결론
<프라하의 묘지>는 음모론과 혐오의 정치적 도구화를 탐구하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묻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에코는 소설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복잡성과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깊이 탐구하며, 현대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소설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진실 탐구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문학적 걸작입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음모론과 혐오가 어떻게 사회를 파괴할 수 있는지를 깨닫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됩니다. <프라하의 묘지>는 복잡한 서사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대 독자들에게도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움베르트 에코(1932년~ 2016년)는 이탈리아의 소설가, 철학자, 기호학자로, 현대 지성계와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작은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1980), <푸코의 진자>(Foucault's Pendulum, 1988)등이 있으며 동명의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같은 픽션, 픽션 같은 사실의 묘사로 역사의 기록과 상상을 넘나드는 에코의 소설 <프라하의 묘지>는 반유대주의를 통해 거짓이 어떻게 역사를 낳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음모론은 시대를 막론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그 위세를 점점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인 에코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시모니니)는 여전히 우리 사이에 있다.”
글: <월간샤밧> 편집장
반유대주의에 관해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하는 도서입니다.
참고:
시온 장로 의정서란?
시온 장로 의정서(러시아어: Протоко́лы сио́нских мудрецо́в, 영어: The Protocols of the Elders of Zion), 간단히 시온 의정서(영어: The Protocols)는 전 세계를 정복하려는 유대인의 계획을 담고 있는 내용으로,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위 문서이다.
1897년 8월 29일부터 31일에 걸쳐 스위스의 바젤(Basel)에서 열린 제1차 시오니스트 회의에서 발표된 시온 14인의 장로들의 의결문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문서로 인해 유럽과 미국 사회의 반유대주의가 급속도로 악화되었으며 홀로코스트 등 대량 학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특히 주목받는 거짓 내용은 프랑스 혁명 등의 배후가 유대인이라는 내용, 프리메이슨 음모론의 주체, 세계 대공황의 배후, 공산 혁명의 배후가 유대인이라는 유대-볼셰비즘, 세계대전의 배후, 유대 금융가의 IMF 배후 등으로, 여러 국제적 이슈의 배후로 끊임없이 등장한다.
1921년 <더 타임스>의 취재로 허위 문서임이 밝혀진 후에도 이후 세계사의 중요한 변곡점에 어김없이 등장하며, 실제 포드자동차 창업주 헨리 포드는 1920년대 <국제 유대인> 이란 제목으로 미국을 통해 배포되었던 500,000개 복사본 인쇄에 자금을 대기도 했다. 이 책은 2013년 한국에도 정식 출간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시온 장로 의정서> 번역본이 있다. 그림자 정부라는 책을 쓴 이리유카바 최(한국계 캐나다인)가 이 책을 번역하고 해설을 붙여 '시온의 칙훈서'(勅訓書)(2006년)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시온 의정서의 역사적 의의는 현대의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가짜 뉴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음모론은 오늘날에도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지고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반유대주의자 세력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월간샤밧 티슈레이호와 <하나님의 시간표, 유대력>이 발간 되었습니다. 지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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