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왕 매운맛"
내 입에 딱 맞는 짜장맛 이었다
끓는물에 면과 건더기를 넣고 적당히 익힌다음 불을 끈다
냄비뚜껑을 비스듬히 덮고 세워서 적당량의 국물을 남기고 따라낸다
(적당량이 상당히 중요해서 멋과 맛을 좌우함)
매운맛 액상스프를 짤아넣고 동봉된 짜장 가루를 화산재 처럼 뿌리고 중불에 수분간 볶아낸다
뜨거운 황갈색 면빨을 후~후~불어가며 소주와 겯들이는 맛이란 여지것 개언되어 수식된 그어떤 형용사라도 갖다 붙이기가 미력하다
그러하던 "짜왕 매운맛"이 언제부턴가 시중에서 사라졌다 인기가 없어 판매 부진 했던가 보다
내 입맛이 좀 유별난건가?
이젠 매운맛 짜장을 해먹을수 없게 된건가 하다가 궁리끝에 매운닭발 소스를 발견 해냈다 볶는 과정에 이걸 넣었더니 예전의 훌륭한맛 이상이었다 지나놓고 보니 그렇다
육십 수년간 날 키운건 팔할이 잔대가리다 암만,
수년전 현역시절 진주 옆동네 사천에 출장 갔다가 하룻밤을 꼬박 새운적이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란게 현장 노가다라 생날밤을 새고나면 육신이 후들거린다 담날 점심, 그런 상태에서도 사천왔으니 사천짜장 먹어봐야 겠다는 엉뚱한 식욕이 생겼고 배달문의 해봤더니 그딴 짜장은 취급 안한다 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헛소리란걸 ㅋ
사천 출장가서 날밤샌건 사실이고
구성원들 개인 일정들이 안맞아서 또 가까운 근교산행을 하기로 했다
꽃마실에 모여 구덕 마루를 넘어 이어지는 능선길 따라 승학산 오르기로 했다
산행 과정이야 별일 없이 무사했으니 미주알 고주알 할것도 없다
정상석에서 사진찍고 커피 마시고 간식 먹고 멀리 내다보며 쉼 호흡 몇번 하는정도,
하지만 그날은 나만의 문제가 있었다 전날 늦은 시각에 먹은 짜장이 문제였던지 아랫배가 거북해지고 결국 참지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정상에서 느긋하게 쉬고있는 일행을 뒤로하고 급하게 하산했다 가파른 길이라 뛰지도 못하고 급한마음에 네발로 엉금 엉금 기면서 짐승처럼 내리다 결국 참지못하고 적당한 숲에서 일을 치뤘다
당연히 찝찝함이 남았고 지하철 하단역 화장실서 마무리를 하고나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홀로 귀가길 버스에 올랐다 여러번의 전화가 왔지만 차마 받지 못했다
여러번의 전화끝에 톡으로 사진이 날아왔다 무척이나 아쉽다면서
애초 계획중에 다대포에 들러서 방어회 한접시 하고 가자는것도 포함돼 있었으니
언젠가 박가는 내게 말했다
"행요, 행은 있지요 끈기가 없소"
옆에 있던 정양도 내게 말했다
"경열씨는 있지예 너무 물러터지가 늘푼수가 없어예"
박가와 정양은 부부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일심동체가 되어 날 갈구었다
십이지장을 떨며 환희의 송가를 부르듯...
이혼초기 소개해줬던 여자랑 잘안된게 못마땅 했었나보다 그때는...
인생을 조지는 나름의 비관적 시각이 있었다 추운 겨울을 안겨주는 23.5도의 자전축 때문에 늘 마음아파 하던 시기였다 우짜라꼬 ㅋㅋ
수일전 겪었던 배탈의 경우는 어떨까
지하철 역 화장실에서 마무리 해결했으면 끈기있게 일행들 기다렸다가 맛있는 방어회 먹고 웃으며 헤어져야 했을까?
울지마라, 니가 펼친 니 인생의 니초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