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25장 음모의 소용돌이 (7)
순식은 진헌공(晉獻公)과의 독대에서 말을 이어갔다.
"하나는 괵의 군사력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가 비록 2군을 창설하여 강한 군대를 보유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괵나라는 이미 진작부터 2군을 운영해왔습니다. 현재로서는 지킬 수는 있지만, 칠 수는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무엇이오?"
"괵과 우리 진(晉) 사이에는 우나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나라는 대대로 우리 진나라보다는 괵나라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우리가 괵을 치면 우나라는 반드시 괵을 도울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군사를 옮겨 우를 치면 이번엔 괵나라가 우를 도울 것입니다. 신(臣)은 두 나라와 싸워서 이겼다는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나라는 지금의 산서성 평륙현 북부에 위치한 희성(姬姓)의 나라로, 진과 괵나라사이에 끼어 있는 소국이다. 그러나 옛날부터 괵과는 이와 입술의 관계라고 불릴만큼 긴밀하고 우호적인 교류를 맺어왔기 때문에 순식(筍息)으로서는 이 점을 지적하지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럴 때 순식(筍息)의 모습은 영략없는 지략가이다.
진헌공(晉獻公)은 그의 논리 정연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풀 죽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괵나라를 이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단 말이오?"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이 두가지 어려운 점을 해결하면 능히 괵나라를 쳐서멸할 수 있습니다."
"그대에게 이를 해결할 묘책이 있소?"
"있습니다."
순식(筍息)의 말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진헌공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어서 그 묘책이란 것을 말해보시오."
"신이 듣건대, 괵공 추(醜)는 자만심이 강한데다가 여색을 몹시 좋아한다고 합니다. 주공께서는 먼저 괵공에게 미인과 재물을 듬뿍 보내어 몸을 굽혀 화평을 청하십시오. 그러면 괵공은 반드시 우리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고 마음이 교만해 질것입니다. 그럴 때 견융(犬戎)을 시켜 괵나라를 치게 하여 괵군과 견융이 싸우는 틈을 타서 군사를 일으키면 가히 괵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적을 교만하게 하여 승리를 거두는 계책입니다."
"우나라는 어찌하면 좋겠소?"
"그것은 괵공이 교만에 빠져 우리 진(晉)나라에 대한 경계를 늦추었을 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순식(筍息)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진헌공은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좋도다. 제나라에 관중(管仲)이 있고, 초나라에 투곡어토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순식이 있구나."
이때부터 진헌공(晉獻公)은 순식만을 믿게 되었다. 그것은 곧 사랑하는 아들 해제(奚齊)의 장래를 다지는 일이기도 했다.
괵나라로 보낼 화평 사신으로 대부 비정(丕鄭)이 임명되었다. 비정은 외교 전문 담당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교 일을 전담해온 사람이었다. 사위와 더불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중신 중의 한 사람이다.
- 화평이라고?
처음에는 냉소를 머금던 괵공은 진나라 사신 비정(丕鄭)이 데리고 온 미인과 열 수레의 재물을 보고 태도가 돌변했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누런 이를 드러내며 흡족함을 표시했다.
- 이제야 진(晉)이 우리 괵나라를 알아보는구나.
괵나라 대부 중 주지교(舟之僑)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비정(丕鄭)의 방문을 보고 한눈에 진나라의 화평 요청이 괵공의 교만함을 불러 일으키려는 계략임을 눈치챘다. 은밀히 괵공에게 간했다.
- 이것은 진(晉)나라가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수작입니다. 주공께서는 어찌 미끼를삼키려 하십니까?
그러나 괵공은 주지교(舟之僑)의 말을 거들떠보지 않고 비정(丕鄭)이 건네주는 미인과 재물을 받았다. 과연 괵공은 순식이 바라던 대로 진나라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없애고 우쭐대는 행동을 서슴지 않기 시작했다.
- 제환공(齊桓公)이 동방의 패공이라면, 나는 서방의 패공(覇公)이다.
그는 연일 미인들과 더불어 향락에 도취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주지교(舟之僑)가 다시 괵공에게 간했으나 괵공은 오히려 그를 변방으로 좌천시켜버렸다.
- 아, 괵나라가 망할 날도 멀지 않았구나.
그는 이렇게 탄식하고 부임지인 하양(下陽)으로 떠나갔다.
하양은 지금의 산서성 평륙현 동쪽 일대로서 황하 연안 북쪽에 있다.
때맞추어 서쪽 일대에 세력을 펴고 있던 견융(犬戎)이 괵나라 국경을 넘어 침공해왔다. 이 침공이 진나라 대부 순식(筍息)의 사주에 의한 것인 줄 알 리 없는 괵공은 친히 군대를 거느리고 상전(桑田) 들판으로 나가 견융과 대치했다.
🎓 다음에 계속........
출처 - 평설열국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