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말씀이 너무 좋아 중얼중얼 읽으며 암송합니다 (2024.7)
얼마 전 황해도 지역에 사는 북한 성도가 국경 지역에 나올 수 있어 어렵게 통화가 되었습니다. 감시가 심한 관계로 시간 약속을 하고 기다리다 전화기가 울려 받으니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긴장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박 선생이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반갑습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10년이 넘었는데 나를 기억하고 찾아줘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잠시 후 다시 연결되더니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저번에 집에 갈 때 제가 가져간 책 있잖습니까? 똑같은 거 구할 수 있습니까?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집에 가서 보다 보니까 한 권만 가져간 것이 후회가 막심합니다.”
북한 성도는 성경을 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래전 북한으로 돌아갈 때 작은 쪽복음을 가져갔는데, 얼마나 간절했으면 대뜸 성경부터 필요하다고 하는지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다음에 올 때 준비해 놓겠다고 하고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책 내용이 너무 좋아 통째로 외웠시오. 혼자 있을 때는 중얼중얼 외우니까 까먹지 않게 됩니다.”
“잘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혹시 주변에 믿는 다른 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걸 유심히 듣다 보면 ‘저 사람 믿는 거 아니야’ 하고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느끼십니까?”
“동네에 할머니가 흥얼흥얼 부르는 노래 가사가 꼭 중국에서 듣던 찬송가 같아서 그 노래 배워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놀라서 피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자녀들은 뭔가 달라 보였습니다. 아직 내 예감이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됩니다.”
“사는 곳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송장 치르게 생겼습니다. 못사는 사람들은 정말 보기가 딱할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지만 우리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 주십시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서둘러 전화를 끝내는데 안타까움에 목이 메였습니다. 비록 짧은 통화였지만 “아! 하나님께서 포기하지 않으시고 북한 영혼들을 끝없는 사랑으로 돌보시는구나!” 하는 감사의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오래전 가져간 쪽복음을 매일 암송하며 생명의 말씀으로 붙들고 믿음을 지키는 북한 성도들에게 더 많은 성경이 보내짐으로 마음껏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예배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길 간절히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