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스님
옛날 어느 절에 보살님이 한분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보살님은 법당에 올라가서 펑펑 우는 것 이였습니다. 하도 서럽게 우는 지라, 그 절에 주지스님께서 우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보살님이, 스님! 이년의 팔자는 무슨 팔자가 이렇습니까? 서방이라는 것이 허구헌 날 술만 먹고 와서 저를 개 패듯이 때립니다. 온 몸이 퍼렇게 멍이 들어 성한 곳이 없습니다. 어찌 해야 합니까? 죽어야 합니까? 도망가야 합니까? 헤어져야 합니까?
헤어지자니, 자식들이 불쌍하고, 살자니 이렇게 매만 맞으니 이 놈의 노릇을 어찌 합니까? 그 말을 듣고 있던 스님께서 보살님! 내가 좋은 방법을 일러 줄 테니 그렇게 하십시오. 오늘 집으로 돌아가셔서 갈대를 한 열 다발 묶어서 방 네 구석에 두십시오. 그리고 서방님이 밖에서 들어오면 오장육부를 뒤집는 말을 하십시오.
그러면 괜찮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보살님 집으로 돌아와서 스님께서 일러준 방법대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평소에는 말도 못하고, 때리면 도망가던 아내가 시비를 걸고 욕을 하니, 그 처사님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방에 있는 갈대로 마구 때렸습니다. 방에 있던 열 묶음 갈대가 다 망가지도록 보살님을 때렸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딴 사람이 된 것입니다. 아무리 심한 욕을 해도 때리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보살님이 다시 절에 가서 스님께 여쭸습니다. 스님! 이것이 무슨 조화 입니까? 신통방통하게도 이젠 때리지를 않습니다. 그러자 주지 스님이 보살님과 처사님의 전생을 얘기를 해줬습니다.
보살님은 전생에 마부(馬夫)였습니다. 처사님은 전생에 말이었고요, 마부와 말이다 보니, 평생을 말을 때리다 보니, 그게 전생에 업 갚음으로 때린 만큼 맞은 것입니다. 갈대 묶음으로 때렸으니, 평생 맞을 것 다 맞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때릴 빚이 없어서 때리지를 안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과(因果)는 이렇게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