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쓸데없는 반연(攀緣)을 짓지 말라. 인(因)은 어쩔 수 없으나 연(緣)은 물리칠 수 있다.”고 말씀 하셨다. 반연’이란 ‘기대어 인연을 맺는다는 뜻’입니다. 나팔꽃같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식물을 반연식물이라고 합니다. 반연하는 인식작용을 능연(能緣)이라고 하고, 반연하는 인식 대상을 소연(所緣)이라고 하는데 능연과 소연의 차별이 없는 것을 참다운 지혜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보기 싫은 사람을 멀리하거나 배척하는 일도 ‘쓸데없는 반연’을 짓는 일입니다. 상대방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이 바로 반연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만들어 인연을 악연으로 푸는 일이 반연을 짓는 일입니다.
씨앗이 돌 틈에 떨어졌다고 '왜 하필 이런 곳에 떨어졌나, 정말 재수가 없다.'라고 투덜대 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불평하거나 불만을 갖는 대신 인(因)에 감사하며 잘 적응해야 꽃을 피우고 새로운 씨앗을 맺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기운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세상 살면서 이미 벌어진 상황을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한 상황이 지금의 내 현실입니다.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았을 걸.’하고 생각한들 모두 번뇌에 불과합니다. ‘나는 저 사람과 맞지 않아.’하고 고집하는 마음은 불행을 자초합니다. 세상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나와 맞지 않는 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 고정관념만 바꾸면 누구와도 맞추어 살 수 있습니다.
삶의 순간순간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수행은 이미 벌어진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순간 인연(因緣)을 선연(善緣)으로 푸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인연(因緣)이 악연(惡緣)으로 끝나면 다시 악연이 반복되어 끝없는 괴로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악연(惡緣)일지라도 선연(善緣)으로 풀면 악연이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