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나가고 있는 아내와 천주교 교리 문제로 토론을 해 본 일이 있으십니까? 상상만 해도 아주 재미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만약에 아내가 교리를 아주 잘 알아서 꼬치꼬치 따지듯 이야기하면, 남편은 자기 아내를 도저히 당해낼 수 없으니까 ‘성당에서 많이 배웠구먼’ 또는 ‘이제 보니 성당에서 완전히 세뇌교육을 받았군’하고 어물쩡 대답하고 말 것입니다.
반대로 아내가 성당에는 다니지만 교리를 잘 모르는데 남편은 자신이 아는 지식으로 아내에게 조목조목 따지면서 ‘신앙이란 그저 마음 약한 사람이나 갖는 거야’하고 밀어붙인다면, 아내는 화가 나고 약이 올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를 것입니다. 아내의 약오른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남편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잘 아는 어느 외짝교우의 남편분은 젊었을 때 종교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여 성경을 세 번 이상 읽으셨던 분입니다. 그래서 아내와 종교적인 논쟁을 하면 늘 이긴답니다. 물론 성당에는 안 나가면서 자기가 마음 속으로 믿는 하느님만 진짜 하느님이라고 하면서 자주 아내와 토론을 한답니다. 종교의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설득력있게 말하는 남편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아내는 ‘성당에 가서 신부님이나 되세요’라고 시큰둥하게 말하면서 토론을 마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외짝교우의 남편 분이 이런 이야기를 전해 주면서 그래도 아내에게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에 신부님이나 되라고 하는 것 아니겠냐며 기분좋게 웃으셨습니다.
아내와 종교 문제에 대하여 전혀 말하지 않는 남편이 계시는가 하면 자주 토론을 하는 남편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또는 ‘너나 믿으라’는 식으로 전혀 무관심하게 처신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아내와 가끔 신앙 문제를 두고 이야기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지 서로에게 대화는 유익할 것입니다. 교리 지식이 부족한 아내라면 스스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며, 동시에 아내의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남편이 배우거나 다시 생각해 볼 만한 말도 반드시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부부끼리 나누는 신앙적인 대화는, 아내가 신앙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 남편으로서 알아둘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남편은 자기 아내의 신앙심을 통하여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절대로 서로 우기면서 다투지는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 배우겠다는 자세로 토론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 진지하게 토론을 한다면 자녀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2023년 11월 8일(수)
- 서석성당 주임 이태원 시몬 신부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