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와 5가지 발효차를 6대 다류라 하는데, 6대 다류의 명칭과 개념이 정립된 것은 20세기 중후반이다. 내보기에.
발효의 정도와 마른차나 찻물의 빛깔은 6대 다류를 나누는 일관된 기준이 될 수 없는데, 같은 다류에 속하는 차들도 발효도가 서로 다르고, 다른 다류라도 발효도가 비슷하면 찻물빛이 비슷하다.
차의 이름은 산지와 차의 형색과 향미 그리고 그 차에 얽힌 이야기 등의 조합이었는데, 화개유차, 서호용정, 우치옥로, 안계철관음, 군산은침, 육안람차 등이 그렇다. 산지와 6대 다류의 조합도 생겨 났는데, 하동녹차, 기문홍차, 다질링홍차, 케냐홍차 등이 있다.
차의 형색이나 향미가 6대 다류와 전혀 관계가 없지는 않으나, 내 보기에는 차의 성질을 살펴서 5행에 따라 다류를 나눈 것 같다.
차의 성질은 원료엽과 제조법에서 오는데, 품종, 채취, 가열, 발효, 숙성 등이 그 요소들이다.
다음은 6대 다류와 5행을 짝지은 것이다.
녹차- 청황(靑黃). 청차- 청목(靑木). 홍차- 홍화(紅火). 황차- 황토(黃土). 백차- 백금(白金). 흑차- 흑수(黑水).
1. 청차에 대하여
청차의 제법은 '널어두기 - 뒤집거나 흔들기 - 익히기 - 비비기 - 말리기'이다.
여기서 널어두기와 뒤집거나 흔들기를 반복하는 것을 주청(做靑. 푸르름 만들기)이라 하는데, 청차 특유의 공정으로 찻잎의 가장자리부터 산화발효가 일어나서, 꽃향기나 과일향 그리고 회감미(回甘味)가 난다.
청차는 봄의 나무와 같이 생기발랄하다. 나무는 흙에서 양분을 모으고 햇볕을 받아서 자라난다. 봄의 새싹들은 뾰족하게 위로 돋아오른다.
사상(四象)으로는 소양(小陽)에 해당된다. 소양인은 가슴이 발달한 체형이다. 명랑활달하여 사교에 능하다. 위장이 강하고 신장이 약하다.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며 기름지고 진한 맛을 좋아한다. 영리하나 경솔하기 쉽고, 자재다능하나 끈기가 부족하다. 오락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물러나 쉴 줄을 알아야 한다.
2. 홍차에 대하여
홍차의 제법은 '널어두기 - 비비기 - 띄우기 - 말리기'이다.
길게 시들리고 세게 비비고 강하게 띄워서 만든다. 강발효차로서, 그 향미가 짙고 뒷맛은 깔끔하다.
홍차의 성질은 불과 같다. 불은 열기가 퍼져 오른다. 불은 연료가 필요하고 타고나면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사상(四象)으로는 태양(小陽)에 해당된다. 태양인은 어깨가 튼실하고 기골이 장대하다. 통찰력이 있어 통솔을 잘 한다. 폐장이 강하고 간장이 약하다.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다. 배려를 잘 하지만 강폭할 때가 있다. 권세가 없으면 슬퍼하고 화를 낸다. 명예욕과 인정욕구를 잘 다스려야 한다.
3. 백차에 대하여
백차의 제법은 '널어 말리기'이다.
일창으로 만드는 백호은침은 응달에 널어서 길게 말리고, 일창이삼기로 만드는 백모란이나 수미는 햇볕에 널어서 말린다. 그래서 백호은침의 빛깔은 회백색이고 백모란이나 수미는 흑갈색을 띤다.
백차는 가을 바람처럼 서늘한데, 그 향미는 녹차보다 청량하고 황차보다 은은하다.
사상(四象)으로는 소음(小陰)이다. 소음인은 허리가 유연하다. 영리민첩하여 인기가 좋다. 비위가 약하여 적게 먹으니 기력이 약하다. 시기와 질투를 경계하고 분파주의에 기울지 말아야 한다.
4. 흑차에 대하여
흑차는 두텁게 쌓고 온습을 가하여 길게 띄워서 만든다.
미생물 발효가 일어나서, 갈흑색을 띠고, 향미가 부드럽고 평안하다. 물처럼.
사상(四象)으로는 태음(小陽)에 해당된다. 태음인은 엉덩이가 실하고 비후한 이가 많다. 사려가 깊고 살림살이를 잘 한다. 간장이 강하고 폐장이 약하다. 음식을 가리지만 많이 먹는다. 진중하고 재물을 잘 모은다. 과욕을 경계하고 음모를 꾸미지 말라.
5. 황차에 대하여
황차의 제법은 '널어두기 - 약하게 익히기 - 비비기 - 약하게 띄우기 - 말리기'이다.
약하게 띄우는 것을 민황(悶黃, 황차 특유의 발효 공정)이라 하는데, 산화발효를 하는 청차나 홍차와 다르고, 두텁게 쌓아서 미생물 발효를 하는 흑차와도 다르다.
원료 찻잎을 씹어서 맛보면 몹시 쓰고 떫고 텁텁하다. 익히기와 띄우기와 묵히기를 통하여 차의 향미와 성질을 순화시키는 것이 제다의 열쇠인데, 찐녹차 보다는 덖음녹차가 약발효차보다는 강발효차가 갓 만든 차보다는 오래 묵힌 차가 달고 부드럽다.
황차는 성질이 온화하고, 녹차보다는 부드러우며 홍차보다는 매끄러운 향미를 가졌다. 그러므로 비위가 약한 이나 심신이 피곤할 때에 마시기 좋다.
6. 녹차에 대하여
녹차는 '익히고 비벼서 말린' 차이다.
주요 공정인 익히기(살청, 殺靑, 푸르름 죽이기)를 통하여 산화발효를 억제시켜 만드므로, 흔히들 녹차를 불발효차라 한다.
그러나 익히기를 통하여 산화효소가 다 실활되는 것도 아니고, 널어두기와 비비기와 말리기의 과정 속에서 경미한 발효와 숙성이 이루어 진다.
제대로 덖어 익히고 고르게 비벼서 잘 덖어 말린 덖음 녹차의 성질은 청순(淸純, 맑고 순수함)하면서도 유연(幽然, 그윽함)하다.
녹차의 향미는 황차보다 신선하고, 청차에 비하여 감윤(甘潤, 달고 매끄러움)하다.
그러나, 설익히거나 태우거나 고르게 익히지 못하여, 풋냄새, 탄냄새, 잡냄새가 나고 쓰고 떫고 텁텁한 차는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