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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싸리재 종점 → 단군 성전 → 싸리재 → 계관산 → 작은 촛대봉 → 안부 → 석파령 → 청운봉 → 용화봉 → 흥국사 → 등선폭포 → 주차장'의 15km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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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관산
높이: 665m
위치: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북면, 강원도 춘천시 서면
계관산(鷄冠山·710m)은 춘천시 서면과 가평군 가평읍과 북면의 경계에 자리한 산이다. 복주산 광덕산을 지나온 한북정맥의 주 능선이 백운산을 지나면서 동쪽으로 슬쩍 곁가지를 뻗어 석용산을 밀어 올리고 다시 경기도 제일의 고봉 화악산(1,468m)을 드높이 쌓아 올렸다.
화악산은 서쪽으로 1,450m의 중봉을, 동쪽으로는 1,436m의 응봉을 거느리고 소백산(1,440m)을 능가하는 듬직한 산세로 서울과 경기도의 뭇산들을 의젓이 굽어보며 우뚝한 자태를 자랑하거니와 다시 응봉에서 남으로 뻗은 산줄기는 촉대봉(1,128m), 몽덕산(680m), 가덕산(858m), 북배산(867m)을 거쳐 이번에 소개하는 계관산을 지나 북한강과 평행선을 이루며 달려온 긴긴 줄기를 스르르 낮추어 해발 330m의 보납산을 끝으로 가평천이 흘러드는 자리목에서 북한강 푸른 물에 풍덩 잠기게 된다.
계관산의 가평군 들머리는 북면의 싸리재 마을버스 종점이다. 사단법인 단군정신선양회의 가평지부가 세운 단군 제단이 자리한 버스 종점에서 동쪽으로 이은 비포장 계곡 길을 따라가면 콘도식 민박집인 가평별장과 싸리재 산장이 나타나고 고갯마루를 향한 느긋한 산길이 펼쳐진다.
표지기 여럿 달린 710봉이 진짜 정상. 계관산의 산행 중에 몇 가지 의문이 있었다. 먼저 국립지리원의 5만분의 1 지형도 ‘춘천’ 지도에 계관산의 산 이름이 정상에서 남쪽으로 20분쯤 내려간 665.4봉 (일명 작은 촛대봉, 말뚝형 삼각점이 있음)에 표시되어 있다.
삼악산[三嶽山]
높이: 656m
위치: 강원도 춘천시 서면
삼악산은 소양강,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푸른 강변을 끼고 남쪽의 검봉, 봉화산과 마주하여 솟은 산이다. 주봉이 용화봉(645m), 청운봉(546m), 등선봉(632m) 셋이라 해서 삼악산이라 하는데 악산답게 제법 험하고 거칠다.
산 곳곳에 갖가지 모양을 한, 크고 작은 기이한 바위가 많다. 봉우리 사이의 주 능선은 바위로 되어있고 계곡이 뚜렷하다. 산세는 작지만 단조롭지 않아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삼악산 남쪽의 골짜기 초입은 마치 동굴 속을 들어가는 것 같은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유명한 등선폭포(일명 경주폭포)를 위시하여 크고 작은 폭포가 5개나 있고 그 외 오래된 사찰들이 절벽 위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산중에는 등선폭포와 상원사, 흥국사가 있으며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춘천시 전경과 봉의산, 중도와 붕어섬, 의암댐 등이 같이 어우러진 경치가 일품이다.
봄철이면 군락을 이뤄 등산로 주변과 능선 일대에 흐드러지게 핀다. - 한국의 산하
2018년 설날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물어물어 화악산을 홀로 다녀온 후[산행기] 의도치 않게 하나로 연결된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강씨봉, 청계산, 운악산, 명지산과 연인산에 올랐다[산행기]. 다녀온 여러 산을 자세히 알아보다 한북정맥[소개]과 그 지맥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정맥과 지맥 상에 있는 산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다른 산이나 코스는 관심이 안 가는데, 몽덕산에서 삼악산까지의 화악지맥과 주금산에서 천마산까지의 천마지맥은 꼭 가보고 싶은 코스라 2018년 산행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계절적 요인과 다른 산에 밀려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산악회에 맛을 들여 대중교통으로 몇 번씩 갈아타고 다니는 산행이 귀찮아진 걸 거다. 귀차니즘! 물론 아직은 가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고, 안내 산악회가 그 남은 산에 대해 산행을 계획하고 있어 귀차니즘도 통하지만!
마침 최근 매주 이용하던 산악회에서 12월 14일 토에 계관산, 삼악산 연계 산행 계획을 카페 게시판에 공지했다. 순서상 몽가북계를 먼저 하면 좋겠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 그나마 춘천 삼악산이 까만 소 100대에 끼어 있어 기회가 주어진 산행이라 그 산악회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내가 그 산행계획을 발견했을 당시 신청자가 채 10명이 되지 않아 성원 미달로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산행을 신청하지는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12월 7일 그 산악회를 이용해 백두대간 상의 함양 영취산, 백운산행[산행기]-내게는 빨치산 순례 코스라는 의미가 더 큰-, 다음날 다시 신청 현황을 확인해보니 큰 변화가 없었다.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번거롭지만,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회비를 내고 10번째로 산행을 신청했다.
이후 갑자기 신청자가 몰려 최종 42명의 등산객이 12월 2주 차 토 계관산, 삼악산 연계 산행을 같이하게 됐다. 내가 알기로 다른 안내 산악회는 이 코스 산행 계획이 없으니 조용하고 번거롭지 않은 산행을 기대할 만하다. 늘 그렇듯이 산에 가면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고민인데, 비상용 디팩에 라면 두 개와 햇반 하나 그리고 그것을 조리할 수 있는 도구는 가져가지만, 가능하면 과일과 비상식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이번에도 무알코올 산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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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 취중에도 다음날 산행 준비를 하고 잔 거 같다. 알람에 기상해 누룽지 끓일 준비를 하고 사과를 꺼내 씻고, 귤 몇 개를 들고 아지트로 가니, 어젯밤에 갖다 놓은 사과와 귤이 있었다. 술자리 이후가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할 일은 하고 잤다. 어쨌든 배낭을 다시 꾸리고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평소보다 5분 늦게 집에서 나섰다. 평소 신사역 도착 시간이 6시 55분경이면 이번에는 7시 2분이라 7시 10분 출발 차를 타는 건 문제가 없다.
신사역에 도착해 바로 역사 밖으로 나가, 다른 때와 달리 배낭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옆자리가 비어 배낭을 자리에 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솔자는 내 옆자리 등산객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예정대로 버스는 7시 10분에 싸리재 버스 종점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의 목적지가 가평이라 다른 산행과 달리 휴게소 들릴 일이 없어서인지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인솔자가 지도를 나눠주며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9시 이전 들머리 도착에 A 코스 계관산, 삼악산 연계 산행은 등선폭포 주차장에서 17시 마감, 삼악산만 하는 B 코스는 강촌출렁다리공원에서 16시 20분 마감이었다. A 코스와 B 코스는 버스의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A 코스 참여자와 B 코스 참여자 간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솔자를 사이에 둔 두 등산객의 다툼이 일단락되고 버스의 실내등이 꺼지자 바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시 실내등이 들어와 눈을 뜨니 8시 30분경으로 들머리 도착까지는 아직 30분이 남았다. 애초 도착 30분 전에 다시 설명하겠다고 했고, 공지대로 다시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주의 깊게 들은 얘기는 계관산이 동네 뒷산이라 길이 많다는 거였다. 등산객 용어로 '알바'하기 좋은 산! 그리고 산에 이정표가 별로 없어 삼악산까지 가기가 쉽지 않으니 자주 GPS를 확인하라는 얘기였다.
마감 시간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다시 등산객 사이에 설왕설래했지만, 어쨌든 A 코스 17시 마감, B 코스 16시 마감으로 결정이 났다. B 코스 인원 중 기다리기 지겨우면 강촌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8시 57분 싸리재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로가 상수도 공사 중이라 버스가 진입할 상황이 아니었다. 해서 버스에서 내려 A 코스 계관산, 삼악산 연계 산행을 시작했다. 애초 산행 들머리가 싸리재 버스 종점에서 싸리재 입구로 바뀌었다. 대략 거리상으로는 2.5km 정도가 더 늘었다. 비록 아스팔트 도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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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2명이 이번 산행을 신청해 14명이 A 코스 계관산, 삼악산 연계 산행에 참여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주변은 온통 흰 눈밭이었다. 산골답게 이미 부지런한 마을 주민은 집 앞 눈을 치웠지만, 도로는 약간 미끄럽기까지 했다. 술이 덜 깨 피곤한 몸을 끌고 선두에서 앞장서서 싸리재를 향해 갔는데 10여 분이 지나자 제일 후미에서 쫓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당시 트랭글이 알려주는 속도에 의하면, 4km가 넘었는데. 뭘,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애초 예정에 없었던, 도로 2.5km가 추가되어 서두는 거로 보였다. 처음 16km 8시간이 주어졌는데, 최종 18.5km가량으로 거리는 늘었지만, 시간은 그대로라.
9시 25분 애초 들머리였던 싸리재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8시간 중 25분을 사용했다. 처음 인솔자가 출발할 때 그 거리만큼 시간을 보상하겠다는 말을 들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애초 목표가 16시 날머리 도착이라 25분을 고려해도 날머리에서 곡차 한잔할 시간은 충분해 서두르지는 않았다. 길에서 만난 마을 주민 한 분과 얘기를 하며, 앞서가는 13명을 따라가다 고개를 도니 이정표 앞에서 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분이 아이젠까지 착용할 필요는 없다는 말에, 꺼내기도 귀찮고 해서 그대로 이정표로 가 계관산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인솔 대장이 그 길은 계관산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싸리재는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초행의 산은 산악회나 산행기에 충실하기로 했기 때문에 인솔 대장의 말에 따라 다시 도로로 나와 남들이 아이젠을 착용하는 동안 도로를 따라 싸리재를 향해 갔다. 그런데 길을 따라가다 보니 갈림길이 나오고 좌로 가면 '북배산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었다. 싸리재에서 북배산과 계관산으로 갈 수 있다는 걸 과거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정표에 계관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좌를 버리고 우측 길을 선택해 갔다. 내 뒤를 따라 몇 명의 등산객이 따라 오고 있었다. 인적이 전혀 없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며 길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막다른 길로 개인 소유의 주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번 올라온 길은 웬만하면 돌아가지 않는 습성상 그 오른편으로 보이는 능선으로 오르기로 했다. 지나가는 등산객 2명을 봤으니, 그 능선이 인솔 대장이 얘기했던 계관산을 오르는 지름길로 보였다. 결론적으로 싸리재에서 계관산을 오르는 건 도로를 따라 거의 다 올라 정상으로 가는 거고, 진정한 산행은 인솔 대장이 지름길이라고 했던 코스다! 어쨌든 막다른 집 마당에서 능선의 등산로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대략 20여 미터의 관목 지대를 통과해야 했다. 많은 등산객이 실수든 뭐든 이 코스로 등산로로 접근했는지 급경산 관목 지대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밧줄을 찾기까지 낙엽 위에 눈까지 내려 미끄러운 곳에서 길을 만들며 가야 했다. 와중에 미끄러져 넘어지다가 위가 질린 관목에 눈 옆이 찔려 상처가 나기도 했다. 조금만 빗나갔으면 눈동자에 찔렸을 듯.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맨손으로 가시나무를 잡아 손바닥 곳곳에 가시가 박히고 피가 난 건 얘깃거리도 아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등산객 중 한 명만 계속 따라오고 나머지는 다시 돌아 내려갔다. 우여곡절 끝에 등산로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했는데, 왜 산악회나 인솔자가 이 길을 버리고 싸리재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1.3km 구간에 해발 330m를 올라가는 급경사였다. 어느 산이라고 깔딱이 없겠냐 마는 문제는 쌓인 낙엽으로 안 그래도 미끄러운데 눈까지 내려 더 미끄러웠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네발로 기어 올라갔지만, 눈에 처박히는 불상사는 피할 수 없었다. 대략 3번 정도 처박히고 와중에 한 번은 머리부터 파묻히기도 했다. 양다리의 장딴지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바람에 쥐가 나는 사태까지 갔다. 비상용으로 가져 다니는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면 되지만, 배낭을 벗고 꺼내고 하는 귀차니즘과 조금만 가면 괜찮겠지라는 믿음에 그냥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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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0분에 이번 산행의 첫 번째 깔딱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계관산 정상까지 1.7km는 정상 직전 깔딱을 빼면 쉬운 능선길로 아이젠 없어도 갈 만했다. 대한민국 산이 다 그렇듯이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깔딱을 올라야 한다. 계관산도 당연해 능선길이 끝나자 가파른 깔딱이 나타났다. 홀로 낙엽에 쌓인 눈에 만들어진 앞서간 인적을 따라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산세로 봐서는 바로 치고 올라가야 할 거 같은데 흔적은 산을 우회하고 있었다. 급경사의 정상 비탈에 만들어진 우회로는 평소에도 쌓인 낙엽 때문에 가기가 힘들었을 거 같은데, 그 위에 눈까지 있어 제정신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그렇게 가다 앞에 바윗덩어리가 보이고 그 위가 정상인 거 같았다. 그래서 유심히 보니 그 바위를 따라 철봉이 박혀있고 줄이 매여 있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은 없었지만, 그쪽으로 방향을 틀까 하고 유심히 봤다. 그런데 그 길은 일단 눈 쌓인 바위를 올라야 줄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는 구조라 포기했다. 같은 이유로 앞서가던 등산객도 정규 등산로가 아니라 산비탈을 따라 길을 만들며 진행한 거 같았다. 뒤에 등산객 한 명이 내가 움직이는 걸 보고 따라오고 있었다. 비탈을 따라 맨손으로 삐져나온 나무뿌리를 잡고, 등산화를 길에 박으며 길을 가니 20여 미터 앞에 싸리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안전한 길인데, 진행 방향 우로는 잡을 게 없고, 좌로는 급경사의 비탈로 미끄러지면 100여 미터는 그냥 굴러갈 거 같았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중간에 멈춰서 아이젠을 착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 앉아서 착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잘 못 하면 미끄러져 떨어지는 곳이라 미끄러져도 밑의 큰 나무에 걸릴 수 있는 곳에서 배낭을 벗고 아이젠을 꺼내 한 발씩 착용했다. 그 와중에 뒤따라오던 등산객은 그 잠깐의 시간도 못 참아 추월해 갔다. 그 과정에서 둘 다 미끄러질 뻔하기도. 그나마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4점식 아이젠이라 착용이 쉬워 다행이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나자 미끄러질 거라는 공포는 없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싸리재에서 올라오는 정규 등산로를 만난 시각이 11시 정각이다. 눈에 쌓인 계단이 나타났고 그 계단을 오르자, 계관산 정상이었다. 정상에는 A 코스를 선택한 14명 중 싸리재가 아닌 지름길을 택한 6명 중 나를 포함 2명이 있었다. 여유를 좀 즐길까 하는 순간 싸리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의 소리가 들렸다. 더 지체했다가는 인증 찍기가 힘들 거 같아, 두 명 중 한 명에게 부탁해 인증을 찍은 후 11시 5분에 정상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석파령을 향해 갔다.
해발 735m의 계관산 정상에서 해발 350m의 석파령까지는 대략 6km 정도로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능선길이다. 그 코스에서는 거의 시속 3km 정도로 간듯하다. 다행히 그 구간은 육산이라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어도 별 부담을 느낄 수 없었다. 덕분에 미끄러운 낙엽과 눈이 쌓인 등산로를 쉽게 갈 수 있어 좋았고.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했던 이 코스의 주의 사항이 맞았다. 동네 뒷산답게 곳곳에 길이 있었고, 이정표는 미비해 알바하기 딱 좋았다. 그리고 인적이라고는 우리에 앞서간 두 명의 등산객이 남긴 게 다였다.
석파령을 향하는 길목에 정상석 대신 산악회에서 나무에 달아놓은 '작은촛대봉' 명패가 있는 봉에서 10여 미터 가자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리고 인적은 "계곡리 등산로 입구" 쪽으로 나 있었다. 거기는 남녀 한 쌍의 등산객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은 우로 가라고 했다고 다들 기억하고 있어 인적을 따라 계곡리 쪽으로 사람들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나도 따라 내려갔다. 그런데 앞서가던 등산객 둘이 인적이 사라졌다고 멈춰 섰다. 그걸 무시하고 인적이 없는 길을 따라 계속 가며, 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상에는 석파령이 내가 향하는 쪽이 아니라 왼쪽에 있었다. 고로 길을 잘못 들었다.
바로 뒤로 돌아 어떡할지 망설이고 있는 두 사람을 지나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올라간 후 이정표에는 표시되지 않은 길로 석파령을 향해 갔다. 그런데 그 길은 급경사의 계단 길이었고 저 멀리 먼지에 가린 우뚝 솟은 봉우리 3개가 보였다. 그게 삼악산이다. 계관산 정상을 떠나 20여 분 내려왔는데 그동안 생각보다 많이 내려왔는지 앞에 보이는 삼악산이 위압적이었다. 그걸 본 등산객 모두 "우리가 저기를 올라가야 한다고?"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뭐라든 삼악산을 향해 앞장서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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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52분 임도? 를 통과해 석파령을 향해 갔다. 능선을 따라 석파령으로 가는 길은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얘기했듯 지리한 코스인데, 그나마 볼만한 주변 산세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안개 때문인지 흐릿해 잘 보이지 않았다. 가끔 흐릿함이 사라지고 산세가 보이는 경우 그 산세에 감탄했다. 그리고 카메라는 드는 순간 보이지 않던 앙상하지만 울창한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려 짜증이 났지만, 어쩌겠나? 누구처럼 사진 찍겠다고 멀쩡한 나무를 자를 수는 없지[기사 보기]!
12시가 지나 계속 삼악산을 향해 갔다. 딱히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어제 마신 술기운일 수도 있고 아침으로 끓여 먹은 누룽지 덕분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점심은 먹어야 할 거 같았다. 나에 앞서가던 등산객은 햇볕 잘 드는 마른 풀밭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겠다고 배낭에서 이거저거 꺼내고 있었다. 그때까지 해장을 위해 라면을 끓일 것이냐? 애초 예정대로 과일과 비상식량으로 배를 채울 것인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고로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 앞을 보고 갔다. 그러다 12시 45분경 길이 꺾이는 지점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통나무로 만든 긴 의자가 있었다.
이번 산행 처음으로 배낭을 벗어 의자에 두고, 배낭에서 디팩 두 개를 꺼냈다. 라면을 끓일 분위기는 완벽했지만, 땡기지가 않아 처음 계획대로 사과 하나와 귤 두 개, 미니 핫 바 두 개, 꼬마 소시지 하나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해서 꼬마 소시지를 먹고 있는데 등산객 두 명이 나타났다. 그리고 내게 석파령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봤다. 거리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트랭글이 알려준 거리에 의하면 석파령까지는 대략 2km 정도가 남았다. 물론 내 나름 계산 방법에 의해 나온 결과다. 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2km 정도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그 시각이 12시 51분이다. 그러자 다시 시간을 묻더니 시간은 반이나 지났는데 아직 반도 못 왔다고 본인들은 중도 탈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등산객이 하나둘 모여 그 자리가 번잡스러워 소시지 하나만 먹은 상태에서 사과는 손에 들고, 나머지는 다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떠났다. 사과를 잘라 먹으며 10여 미터 가자 이정표가 나타나고 거기에 석파령 2km라고 씌어있었다. 그걸 보고 모든 정확을 분석해 계산한 거였지만, 나름의 계산이 정확했음에 뿌듯함을 느끼며 계속 갔다. 그런데 먼저 사과를 둘로 쪼개 반쪽을 먹고 남은 반쪽은 배가 불러 먹기가 힘들었지만, 처치 방법이 없어 그냥 먹었다.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내 용량은 사과 반쪽에 귤 두 개라는 걸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석파령을 향해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트랭글에서 12km? 7.5km?를 지났다는 멘트가 나왔다. 들리기로는 12km로 들렸다. 내 계산상으로는 9km 내외였는데, 그래서 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12km가 맞았다. 트랭글의 멘트도 듣지 못하고 12km를 온 거다. 어떻게 보면 남은 거리에 집중하느라 지나온 거리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어쨌든 드디어 1시 30분 석파령에 도착했다. 앞서가던 두 등산객은 석파령 휴식처에 앉아 점심을 먹었고, 나는 다음 목적지인 청운봉을 향해 길을 갔다.
석파령에서 청운봉에 이르는 등산로는 관리가 되지 않아 쓰러진 고목이 곳곳에서 등산로를 막고 있었고, 낙엽이 계단을 가리고 있었다. 밤사이 내린 눈까지 수북이 쌓여 험로 중 험로였다. 그나마 계관산 정상 바로 아래서 착용했던 아이젠을 벗지 않아 갈 만했지만, 엄청 힘든 길이었다. 역시 눈 내린 겨울 산은 평상시 대비 최소 1.5배는 힘들다. 체력이 바닥났음을 절감하며 올라가니 눈앞에 성벽이 나타났다. 정상에 있는 성벽이다. 삼악산성이라고 알려진!
2시 23분 청운봉 정상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에서 대부분 나보다 앞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다 내게 추월당했던 두 등산객이 역시 다음 목적지인 용호봉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설왕설래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다보니 내 뒤 5~6m 뒤에서 따라 다니던 등산객이 다음으로 도착해 넷이 정상에 있었다. 앞섰던 두 등산객이 길을 찾기 위해 분주했고, 나는 따뜻한 물 한 모금하기 위해 이번 산행 두 번째로 배낭을 벗었다. 물이 식기를 기다리는 동안 청운봉 좌, 우에 있는 봉우리를 관찰했다. 그 결과 좌에 있는 게 삼악산의 정상인 용호봉이고 그리로 가는 길은 산성 `위로 가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길의 상태를 보니 산성내지 암릉이라 길을 가는데 아이젠이 방해가 될 거 같아 벗어 배낭에 매달았다.
어느 정도 식은 물(보온병 성능이 좋아 그 뜨거움이 이틀을 간다.)을 마시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두 사람, 그리고 이제야 점심을 먹기 시작하는 한 사람을 뒤에 두고 용호봉을 향해 갔다. 물론 산성 위로! 산성에 올라서는 순간 왼편으로 춘천시와 의암호가 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난 얼마 전 다녀온 가리산의 소양호와 의암호를 구분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호수에서 눈을 돌려 앞에 보이는 용호봉을 보자 그 모습에 위압을 느꼈다. 과연 저기를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청운봉이 525m고 용호봉이 650m 거기다 청운봉에서 고개로 내려간 다음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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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44분에 청운봉, 용호봉 갈림길 고개에 도착했다. 이정표에는 없지만, 잘 다듬어진 흥국사로 내려가는 지름길이 보였다. 날머리 도착 목표가 4시였으나, 2km가 늘어난 걸 고려해 4시 30분까지 도착하면 곡차 한잔할 시간은 확보된다. 고로 정상에 3시 30분까지 도착하면 되니 시간적 여유는 많았다. 남은 거리는 불과 750m! 평소 같으면 10분 이내에 도착할 거리였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체력 낭비가 심해 30분 이상 걸릴 거라고 몸이 알려주었다.
예상대로 헉헉대며 힘겹게 정상을 향해 악으로 깡으로 기듯이 오르느라 이번 산행 내내 뒤에서 따라오던 등산객에게 먼저 가라고 길을 양보해야 했다. 역시 눈이나 얼음이 있으면 문명의 이기를 사용해야 한다. 악착같이 맨몸으로 해결하겠다고 덤벼 체력 낭비만 심했고, 가장 중요한 다리 근육은 다 놀라고 긴장해 오르막 한 발을 내딛기도 쉽지 않았다. 역시 겨울 산은 지팡이와 아이젠이다! 한 발 한 발 힘겹게 올라 3시 15분에 이정표에 의하면 바로 위에 보이는 정상까지 250m 남은 갈림길(실제는 25m)에 도착했다. 그 직전 결정적인 순간에 설왕설래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두 사람이 정상에서 내려와 흥국사 쪽으로 갔다.
정상에 오르자 나를 앞질러 갔던 익숙한 등산객은 인증을 찍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인증을 찍은 후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면인 등산객에게 인증을 부탁해 사진을 찍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삼악산 정상 용호봉을 삼악산 ‘전망대’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미세먼지로 조망이 좋지 않았다는 거. 적당히 구경하고 그 등산객이 준 귤을 까먹으며 하산을 시작한 시각이 3시 27분이다. 내 주머니에도 귤이 들어 있어 볼록했지만, 거절할 상황이 아니라 받았다.
악이라 이름 붙인 산답게 암릉을 따라 하산해 3시 37분에 '큰 초원'에 도착했다. 수백 명이 둘러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분지로 '큰'초원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삼악산성이 있었으니 그 당시 연병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2.8km 떨어진 등선폭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삼악산 정상 용호봉에 올라갈 때와는 차원이 다른 등산로를 따라 5분 정도 내려가니 돌로 만든 333개의 계단이 나왔다. 그 계단을 보는 순간 여기만 내려가면 사실상 다 내려간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버스에서 했던 인솔 대장의 말이 정확했다. 우리가 서(계관산)에서 동(삼악산)으로 가는 산행이라 처음에는 눈으로 고생하겠지만, 하산지점에서는 눈 구경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한. 그래서 아이젠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도 했던.
그뿐만 아니라 반대편과 달리 삼악산이 까만 소 100대 산이기 전에 한국의 산하 100대 명산에 끼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산이라 등산로나 이정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333계단을 다 내려가 조금 더 가자 "작은 초원"이 나타났다. 작은 초원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수십 명은 야영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대충 작은 초원을 둘러보고 하산을 계속해 3시 56분에 흥국사에 도착했다. 등산로는 절을 우회해 나 있었지만, 그냥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라 절로 들어가 대웅전과 탑을 구경하고 물 한 모금 하고 나왔다. 흥국사에서 등선폭포까지 남은 거리는 1.7km 그때 시각이 3시 59분이었다. 뭔 짓을 해도 4시 30분이면 날머리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각이었다.
흥국사 바로 아래 허름한 집이 보였다. 그 집을 보는 순간 산장 또는 매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흥국사를 나와 그 집에 도착해 살펴보니 매점이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오대산 노인봉의 털보가 운영하는 거였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노인봉 산장이 폐쇄되어 이리로 옮긴 거로 보였다. 다람쥐도 쥐라며 때려잡던 그 털보! 들어가서 곡차 한자하고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배도 고프고 칼로리도 보충해야 하는데 적당히 곁들일 먹거리가 보이지 않아 곡차는 날머리에서 마시기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곡차의 아쉬움을 달래며 하산을 계속해 4시 19분에 드디어 용호봉 하산 기준 첫 번째 폭포인 '주렴폭포'에 도착했다. 처음 등선폭포에 관해 들었을 때 강촌의 구곡폭포와 같은 거대한 하나의 폭포일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등선폭포는 좁은 협곡 사이에 작은 폭포 여러 개가 계단을 이루고 있었다. 위에서부터 "주렴폭포", "비룡폭포", "옥녀담", "백련폭포", "승학폭포", 마지막이 "등선 제1폭포" 순이었다. 다른 폭포는 그렇다 치는데 "옥녀담"에는 실망이 컸다. 한국의 유명한 어느 계곡이든 선녀탕을 능가하는 게 옥녀탕인데. 이 계곡은 주렴폭포의 선녀탕(이것도 지극히 실망이었지만)보다 못했다. 그나마 도로에 바로 접한 폭포라 날이 춥고 흐렸음에도 가족단위의 관광객 몇 팀은 있었다.
아주 비좁은 협곡 사이에 있는 폭포를 다 구경하고 협곡을 벗어난 시각이 4시 30분 정각이다. 1957년에 등선폭포 기념비까지 세울 정도로 대단한 폭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기념비를 지나자 좌우로 식당가가 나타났다. 붐비는 식당으로 바로 들어가 곡차를 마실까 하다가 일단 버스의 위치를 확인하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해 버스가 가까운 유료 주차장이 아닌 저 멀리 무료 주차장에 서 있는 걸 확인 후 등산앱을 종료하고 다시 걸음을 돌려 식당가로 갔다. 이번 화악지맥 계관산, 삼악산 연계 산행이 종료된 거로 그 시각이 4시 32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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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으로 들어갈까 살펴보며 식당가를 걷고 있는데 예닐곱 명의 등산객이 한 식당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복장이 동네 단골인 거 같아 더 볼 것도 없이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식당에는 두 명이 밥을 먹거나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 산악회 이름을 대니 본인도 그 팀이라며 다른 등산객은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해서 조금 늦을 거 같다고 얘기해 주고 뭐가 먹을만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감자전을 추천해, 바로 곡차와 감자전을 주문하고 난롯가에 앉아 눈에 빠져 흠뻑 젖은 등산화를 벗고 양말을 신은 채 발을 말렸다.
내가 감자전을 주문하자 껍질을 깎아 물에 넣어뒀던 감자를 강판에 갈아 전을 부쳤다. 그때 내게 어디서 왔는지 물었던 등산객이 인솔 대장에게 전화해 버스 출발 시간을 물어봤다. 2km를 초과했으니 당연히 그만큼 추가 시간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5시 정각 출발한다고. 그 시각이 4시 44분이니 내가 곡차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은 10여 분 정도였다. 물론 그 시간이면 곡차 한 병 마시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맛이 예술인 감자전과 곡차 한 병을 비우고 4시 56분에 그 식당을 나와 기다리고 있는 버스로 갔다.
기다리던 버스로 가 내 자리에 배낭을 두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B 코스 몇 명은 강촌에서 전철로 서울로 떠나, 버스는 올 때와 달리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물론 일찍 출발한 등산객은 대장에게 먼저 출발한다고 연락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인솔 대장이 인원을 파악하더니 아직 한 명이 안 왔다고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다. 좀 지나 화장실 갔던 사람이 다 들어오자 다시 인솔 대장이 인원 파악을 했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배낭을 보고 아직 안 왔는지 물었다. 해서 애초 출발 때부터 없었다고 얘기하니 놀라더니, 그럼 다 도착했다며 기사에게 출발하자고 했다. 예정대로 5시 정각 출발한 버스는 7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신사역에 도착했다.
산악회 산행 계획과는 다르게 '싸리재 입구 → 싸리재 종점 → 계관산 → 작은 촛대봉 → 안부 → 석파령 → 청운봉 → 용화봉 → 흥국사 → 등선폭포 → 주차장'의 19.43km(트랭글 기준), 총 7시간 37분 계관산, 삼악산 연계 산행을 했다. 이동 7시간 18분, 휴식 19분! 공사 때문에 애초 들머리였던 싸리재 종점이 아니라 싸리재 입구에서 시작하는 바람에 코스가 길어져, 거의 20km에 육박하는 거리였다.
역시 눈 내린 겨울 산은 지팡이와 아이젠이 필수다.
산행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상처 난 오른쪽 눈이 아프고, 살기 위해 끝까지 버틴 왼쪽 종아리는 뭉친 근육으로 걷기가 힘들다.
삼악산 세 개 봉만 종주하는 B 코스를 했던, 등산객의 말에 의하면 거리는 짧지만, 삼악산도 쉬운 산이 아니라고. 산행 재미나 조망이나 한 번쯤은 가봐야 할 산이 삼악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