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하다보면 낚시꾼들이 선호하는 포인트만큼이나 선호하는 식당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게 주로 잡은 고기를 직접 손질해주는 식당이 되기 십상인데, 거기에 손맛까지 좋다면 금상첨화겠죠. 며칠간 낚시만을 위한 일정에 그런 식당이 잡은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다면 더더욱 좋을 것입니다.
언젠가 비양도에 특이한 민박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집은 천장이 유리로 되어있고 바닥은 화산송이를 깐 구들인데 밤이면 절절 끓는 송이바닥에 누워 비양도의 밤하늘을 볼 수 있다고.. 그 집은 이제 사라졌고 그 주인은 가파도로 자리를 옮겨 민박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음식 손맛이 좋아서 가파도에서 낚시를 할라치면 그 집에 꼭 들러야 한다는 낚시꾼들의 이야기도 들렸죠. 그런 주인장님이 이제 가파도에서 민박을 접고 제주 시내로 나오셨다며 낚시선배 한 분이 저를 데리고 점심을 사주시더군요. 먹고나니 뭐랄까, 뭔가 특이한 듯 무척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래서 저도 이 집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 집이 오픈한지는 이 포스팅이 올라가는 시점으로부터 약 3개월이 되지 않은 집입니다. 오픈은 얼마 안되었지만 주인장님의 손맛은 여전히 낚시인들의 입에서 회자되기에 저를 데려간 선배도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죠.
메뉴판입니다. 해물위주의 식단이라 생각했지만, 주로 하시던 업이 민박집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내주는 일이었던지라 해물 말고도 다양한 메뉴가 리스트되어 있습니다. 단품으로는 해초비빔밥이 가장 잘 알려져있는데 선배는 이날 스페샬로 주문을 해 주더군요. 1인 기준 2만 5천원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도착하니 예약으로 미리 차려져 있습니다. 전식이 무척 풍성합니다.
돼지고기 산적도 나오구요
석화와 뿔소라 회도 나옵니다.
어울리지는 않지만 스파게티에 부추전까지.. 조명이 좋지 않아 사진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약불에 은은하게 익힌 전복도 인원수에 맞추어 기본으로 나옵니다. 제주에서는 상에 전복이 안나오면 안되는 분위기죠..
보말무침도 나옵니다. 보말무침.. 자잘하지만 은근 맛이 있는것이,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전식이 날마다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총 세번 정도 가봤는데 전식 포함 상에 나오는 총 음식의 종류와 양을 주인장님이 그날 나오는 재료양을 가늠하여 상마다 적절히 조절하시는 듯 했습니다. 이날은 조금 적어보이지만 주꾸미와 다른 해물들이 나왔습니다. 작은 유리그릇에 보말죽도 나옵니다.
첫번째 메인으로 회가 나옵니다. 참돔과 광어회가 성게알과 함께 나옵니다.
회의 선도는 무척 좋습니다.
회 한점을 이렇게 성게알에 찍어 먹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죠. 성게알의 살짝 고소함이 회의 끝맛을 무척 북돋아 줍니다. 조합만 보아서는 정말 사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이죠.
다른 날엔 성게알과 회 한가운데에 산낙지를 내어주셨습니다. 물론 전체 상의 양을 고려하여 내어주신 메뉴이죠.
두번째 상은 탕수어에 튀김입니다. 참돔 한마리를 통으로 튀겨 해물이 가득한 소스를 올려 냅니다.
큼직한 문어다리와 함께 연근과 오징어 굴튀김이 나왔습니다. 자체만으로 보면 풍성함 그 자체입니다.
소스에 듬뿍 올라간 각종 해물들에 튀겨진 참돔의 두툼한 살을 보고 있자니 이게 남는장사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후에 갔을 때에는 우럭탕수가 나왔습니다. 핫바는 아이가 있다보니 서비스로 내어주신 것입니다.
식사로는 해초비빔밥이 나옵니다. 이것도 때마다 양이 달라져 나옵니다.
해초비빔밥은 차게 먹을 수 밖에 없다보니 이렇게 생선지리와 함께 먹습니다.
두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뚝배기에 담아 양을 넉넉하게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홍삼쥬스로 후식을..
먹고나니 무척 만족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가도 만족스러워 하시고 작은 회식자리로 가보고 했는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세번의 방문에 같은 메뉴를 먹어본 저로서는 약간의 걱정이 드는게, 같은 메뉴가 점점 양이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물론 손맛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 있는 여일함이 있었고 해초비빔밥이라는 메뉴도 독특함에 끌리는 음식이었습니다.
기우일수도 있고 쓸데없는 참견일 수도 있겠지만, 주인장님이 제주까지 오시게 된 건, 장사가 잘 되어 확장이전을 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에 밀려 할 수 없이 나오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전한 자리에서 새로이 시작한 장사가 아직은 안정될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부속섬이 아닌 시내의 번잡한 자리에 있다보니 이전과는 다른 관리의 문제나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겠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점점 양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에 대해 딱히 뭐라 할 말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만족감에는 상처를 받지 않았으니깐요. 그래서, 살짝 제안한다면.. 이 집은 되도록 빨리 가 보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좀 더 많이 주실때 경험해보시라는.. 제주에서도 이런저런 음식을 먹다보면 그 일관성에 살짝 질리곤 하는데, 이 집은 그런 단조로움을 살짝 깨어주는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와
정말 맛있겠어요
가보고프네요
용궁 식당 ...저도 자주 가던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