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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 윤지형의 교사탐구 2
▪ 지은이|윤지형
▪ 책 크기|신국판 ▪ 분 량|310쪽 ▪ 책 값|14,000원
▪ 펴낸 날|2013년 8월 16일 ▪ ISBN 978-89-6880-003-0 (03370)
▪ 분류 | 사회과학 》교육학 》교육-일반
▪ 펴낸 곳|교육공동체 벗
● 책소개
교사, 교사를 인터뷰하다
저자인 윤지형은 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해직의 경험이 있는 교사이다. 그는 오늘의 교육 현실을 ‘캄캄한 밤길’에 비유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적인 학교의 변화를 현실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명의 나무로 서 있는 교사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들은 삶과 교육 이야기를 기록했다. 우리 교육의 희망을 ‘교사’에게서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정년퇴임을 앞둔 노老교사가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며 수업을 통해 교사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까마득한 후배 교사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전교조를 날 세워 비판해도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교육 관료들 틈에서 학생인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배 교사야말로 동지이자 우리 교육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비평준화 지역의 신생 학교, 교장과 동료 교사들은 흡연과 폭력이 일상화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체벌보다 존중과 사랑이라고 믿는다. 흡연 3회 벌칙은 전학이 아니라 교사들과 함께하는 무박이일의 지리산 산행이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손을 잡고 당겨 주며 힘겹게 오른 천왕봉의 선물은 쏟아질 듯한 별빛뿐이 아니었으리라. 교사로서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던 일제고사 해직 교사. 이 젊고 맑은 교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두 번이나 파면한 사학 재단의 작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4년 동안 6번의 법정 다툼 끝에 힘겹게 복직한 그의 투쟁과 신념을 저자 또한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모두 15명의 교사들이 등장한다. 이상석, 조영선, 김경애, 허만웅 교사의 이야기는 ‘스승, 친구, 삶, 놀이’라는 학교가 회복해야 할 4가지 요소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범희, 박현숙, 고춘식, 조영옥 교사의 이야기는 잃어버린 학교의 원형, 즐겁고 행복한 수업 등 학교 변화의 희망을 보여 준다. 김영승, 심우근, 문희경, 한경숙, 정지영, 양혜정, 김은주 교사의 이야기는 교육 당국과 사학 재단의 폭력에 맞서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분투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안주할 수 없는 교육 현실을 고발한다.
저자인 윤지형 교사는 이렇게 한 점 ‘불빛’처럼 빛나고, ‘샘물’처럼 존재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자신의 소명처럼 여긴다. 어설픈 희망의 언설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희망을 증명하는 교사들과 마주하며 누구보다 저자 스스로가 힘과 용기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12년 10명의 교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과 1999년과 2002년, 2005년에 월간 《우리교육》에 <윤지형의 교사 탐구>라는 꼭지 이름으로 기고했던 5명의 교사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다듬은 것이다. 2012년 펴낸 《나는 왜 교사인가》의 후속편이기도 하다.
“나는 운동가, 개혁가, 투사, 혁명가를 만나러 갔는데 발견한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
세상은 그럴듯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학교의 변화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놀라운 변화 가능성을 보여 준 혁신학교도 있고 대안학교도 있다. 하지만 그 빛나는 성취를 이룬 학교들마저 한 점 불씨처럼 위태롭게만 여겨진다. 무언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문제는 결국, ‘교사’였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교사가 세상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그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런 교사와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교사, 존재의 이유>는 삶과 교육이 일치하는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화석이 되어 버린 스승과 제자,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되살리고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 또 가난한 달동네 공부방과 입시 경쟁이 판치는 학교에서 놀이와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삶과 놀이가 하나 되는 행복과 공동체적 삶을 경험하게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부 <학교의 변화를 소망하다>는 ‘혁신학교’와 ‘교장공모제’, 농어촌의 ‘작은 학교 살리기’를 통해 학교를 변화시키고 우리 교육에 ‘희망’의 단초를 제공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다. 3부 <교사는 분투한다>는 국가와 교육 당국, 사학 재단 등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웠고, 아직도 싸우고 있는 교사들의 증언을 담았다.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이자 야만의 기록이다. 일제고사를 반대한다고 교사를 해직하는 교육 당국과 사학 재단, 통일교육 세미나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한 사법 당국,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학교와 동료 교사, 학부모, 심지어 학생인 선도부와도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교사의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이야기한다 .
1부 - 교사, 존재의 이유
<분필과 제자, 저 ‘오래된 미래’를 살다>의 이상석 교사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낸 ‘스승’을 떠올리게 한다. 절도죄로 유치장에 갇힌 제자를 위해 장문의 탄원서를 검사에게 직접 전달하고, 졸업 후 사회로 내보낸 제자들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그런 스승 말이다. 또 찾아온 제자들과 맛있게 소주 한잔 기울이고 스산한 삶을 위로해 주는 그런 스승 말이다. 이제 정년을 코앞에 둔 노老교사 이상석은 자신이 세상으로 내보낸 제자들을 다 모아 놓고 퇴임식을 치를 생각이다. 그 전에, 여전히 아이들을 살리는 참된 교육은 분필(수업)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아픈 마음을 어떻게 안아 줘야 하는지는 바로 그 분필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순결한 양아치’들이 나는 좋다>의 조영선 교사는 ‘참 교사-좋은 교사’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이른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가 친구처럼 평등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꿈꾼다. 그래서 그녀는 학생인권운동을 함께하는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조영선이란 이름보다 ‘우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앞서 이상석 교사가 ‘스승’이라는 20세기 교사상의 전형이라면 조영선 교사는 ‘학생인권-친구’라는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교사상의 제시한다. <물만골 처녀 선생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김경애 교사는 부산의 물만골이라는 가난한 달동네로 이사해 공부방을 꾸려간다. 이사한 다음 날 수도가 얼어 씻지도 못하고 학교로 출근해야 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그 속에서 스물아홉 살의 젊은 여교사는 방과 후에 마땅히 깃들 곳이 없는 물만골 이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기도 하면서 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진실한 만남을 맺어 간다. <‘소’는 축제를 꿈꾸고 ‘뭇별’들을 반짝이고>의 허만웅 교사는 ‘연극-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공동체적 삶을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시 경쟁 체제 속에서 병들어 가는 아이들에게 연극은 사랑, 열정, 분노, 좌절과 사회,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차이에 대한 수용 등을 체험하게끔 하는 데 연극만큼 훌륭한 매개체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2부 - 학교의 변화를 소망하다
<학교는 ‘혁신’될 수 있을까……?>의 이범희 교장은 경기도 혁신학교인 흥덕고등학교에서 우리 교육의 병폐를 극복하고 학교의 새로운 원형을 만들기 위해 동료 교사들과 노력하고 있다. 비평준화 지역의 신생 학교인 흥덕고는, 흡연과 폭력이 일상화된 아이들과 매일 부대끼지만 체벌과 두발·복장 제한, 보충수업, 야자 등이 없다. 지난해엔 학생들을 낙인찍는 교사가 될 수 없어 교과부의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록 지침을 거부했다가 감사와 징계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감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이범희 교장과 교사들을 지지해 주었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진 것이다. <교실에서 행복하시나요?>는 ‘수업’을 통해 학교를 변화시킨 박현숙 교사의 이야기다. 그녀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행복한 학교로 유명한 경기도 시흥의 장곡중학교를 앞장서 만든 장본인이다. 그 핵심은 교사들의 공개수업 문화였고 수업의 변화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교사-교장’, 그 오래된 경계를 넘나들다>의 고춘식 교사는 교장공모제를 통해 한성여중 교장이 되었고, 이례적으로 임기를 마친 후 다시 평교사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교장으로서 동료 교사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또 교장인 자신도 수업을 하겠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유대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교장 임기 동안 매주 2~4시간씩 수업을 했고 시험 출제와 성적 처리까지 교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했다. 관리자로서 교장의 역할만을 강조해 온 기존 학교 풍토에서 볼 때 그의 행보는 파격이었지만 신선한 자극이기도 했다.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위한 연가戀歌>의 조영옥 교사는 ‘작은 학교 살리기’를 통해 농어촌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그녀는 농촌의 작은 학교에는 ‘익명의 아이들’이 없다고 말한다. 배움으로부터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고, 교사와 학생이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녀는 전교생이 17명뿐이던 경북 상주의 내서중학교를 전교생 50여 명의 학교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거대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삶을 나누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부 - 교사는 분투한다
<그 시험이 나를 ‘시험’했지만>의 김영승 교사는 MB 정권의 광란 중 하나인 일제고사 관련 해직 교사이다. 법원은 1심, 2심, 3심에서 모두 ‘파면 무효’ 판결을 내려 김영승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그가 재직하던 사학 재단은 그를 재차 파면했다. 다시 법원은 ‘파면 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재단은 복직 대신 김영승에게 ‘재택근무명령서’를 보내 그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는 4년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2013년 4월 꿈에 그리던 학교로 복직했다. <학교, 이 바람 부는 저잣거리에서>의 심우근 교사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싸움은 한국 교육 현실이라는 거대한 적과 기약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1987년 교단에 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학생생활규정의 촘촘한 그물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싸워 온 것이다. 2002년에는 학생생활규정이 학생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비단 학생인권뿐만 아니라 학교의 절대권력자인 교장의 비리를 고발하고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하는 등 외로운 싸움을 벌여 왔다. <‘전문직 노동자’의 길, ‘긴 숨’으로 간다>의 문희경은 투사적인 면모와 학자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 1986년 당시 사립학교 교사였던 그는 임신한 여교사에게 사직을 강요하고 법으로 규정된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사학 비리에 맞서 싸우다 해직된다. 이후 전교조 결성으로 두 번째 해직을 당한다. 그의 나이 마흔일곱에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아 만학의 길을 걷는다. 교직은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교육운동은 전문성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나라’ 교사였다〉의 한경숙, 정지영, 양혜정, 김은주 교사는 2009년 2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해직됐다. 2005년 10월 전교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에서 남과 북의 역사인식을 비교·검토하는 학술 세미나인 ‘통일학교’를 기획하고 발제자로 참여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올 1월과 2월 이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켜 왔는지 알고 있다. 사법적 판단은 종결됐으나, 통일학교 사건은 이제 역사와 정의의 심판을 남겨 놓게 됐다.
● 책 속에서
다시 묻건대, 학교의 변화는 가능할까? 교사들은 정녕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행복한 아이들의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 대저 역사는 진보하는가? 물론 나는 모른다. 다만 나는 되묻게 된다. 역사란 무엇이며 진보란 무엇인가……? 캄캄한 밤길이 내 앞으로 뻗어 있다. 대낮에도 캄캄한 길. 캄캄함, 이것만이 지금 내겐 가장 리얼리티고 가장 진실에 가깝다고 느낀다. 캄캄함 속에서 나는 겨우 안심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캄캄한 길 저편에서 반짝이고 있는 불빛 하나를 발견한다. 언제부터인진 모르지만 불빛은 홀로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길을 갈 수 있다. 오늘 타오르고 내일 꺼질지라도 그 불빛이 있기에 나는 한 걸음발을 내딛는다. 때론 목마른 길에서 옹달샘 하나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 역시 내일이면 바닥이 나고 무너지고 주위에 잡초만 무성하게 될지라도 오늘 그것이 있기에 나는 겨우겨우 교사의 길을 간다.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 어두운 세상 어딘가엔 스스로 불을 밝힌 선생님이 별처럼 존재하고 스스로 샘물이 된 선생님이 거짓말처럼 존재한다는 것, 존재하지 아니할 수 없다는 건 안다. 그리하여 내 마음은 학교의 변화도 역사의 진보도 아닌, 바로 오늘 한 점의 불빛, 옹달샘을 통해서만 비로소 열리고 내일이면 도로 닫힐 수 있음을 또한 나는 분명히 알게 된다. 때가 되면 다시 열리리란 것도.
_ <책을 펴내며>, 12쪽
“나이가 너무 들어 수술을 못 하는 의사는 첨단 의료 기기를 갖춘 수술실에 들어가선 젊은 의사들에게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펼친다고 해. 그런데 교사 사회는 나이 든 교사에게 배우려고 하지 않아. 새로운 수업 도구들은 젊은 교사들이 더 잘 다룬다는 거지.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분필인데 말이야. 인터넷 강의식 수업은 아이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드는 수업이잖아? 컴퓨터엔 온갖 자료들이 다 있을진 몰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고 아픈 마음을 어떻게 안아 줘야 하는지는 안 나와. 그건 분필에서 나오는 거거든.”
_ <분필과 제자, 저 ‘오래된 미래’를 살다>, 이상석, 31~32쪽
“그러니까 말이죠, 남을 괴롭힘으로써 내 존재를 과시하려는, 그래서 교사인 나를 고민하게 하고 내 에너지를 쓰게 만드는 그런 녀석들을 말하죠. 담배를 피운다든지 외모가 튄다든지 해서가 아니라 오직 남을 괴롭히기 때문에 ‘양아치’란 거예요. 앞에 붙는 ‘순결한’은 뭐냐고요? 어른들은 온갖 나쁜 짓 다 하고도 권력 뒤에 곧잘 숨는데 아이들은 그러질 못하죠. 그럴 힘도 빽도 없으니까요. 악덕과 거짓말이 그대로 다 드러나요.”
_ <‘순결한 양아치’들이 나는 좋다>, 조영선, 44쪽
“왠지 아세요? 여긴 말이죠. 사람이 사람으로 만나지는 곳이에요. 처음 공부방에 올라와 첫 수업을 딱 두 명의 아이와 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손에 만져지는 진실을 체험했다고 할까요? 처음엔 역사와 한문 따위를 가르쳤어요. 하지만 나중엔 이게 아니다 싶더라구요. 책 들고 하는 공부만 공부냐,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 훌륭한 삶의 공부도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분명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즐거운 생활’이란 과목을 만들어선 초등 중등 할 것 없이 모두 가방 없이 오는 날을 정했어요. 그런 날엔 영화도 같이 보고 연극도 만들고 줄넘기도 하고 그래요. 벌써 2년째죠.”
_ <물만골 처녀 선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경애, 73쪽
“거칠게 말해서 연극에는 온갖 상황이 다 존재하고, 온갖 상상이 다 동원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성장기에 겪을 수 있고 겪어 볼만한 모든 지각과 모든 감정들을 연극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는 거죠. 사랑과 열정과 분노와 좌절과 긴장과 공포, 그리고 그런 격정의 폭발과 함께 절제를 훈련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매개체가 연극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 풍경이나 사회 내막의 구조 따위도 생생한 체험을 통해서 이해도를 높일 수도 있겠지요. 연극이란 함께하는 이들과 늘 몸으로 부대끼면서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차이에 대한 수용적 태도, 즉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의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겁니다. 이게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 있어요.”
_ <‘소’는 축제를 꿈꾸고 ‘뭇별’들을 반짝이고>, 허만웅, 91쪽
‘혁신이란 무얼 자꾸 새로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형을 되찾고 ‘발견’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그렇다. 이를테면 인문계고교의 가장 비교육적인 관행이자 병폐인 강제적 야자와 보충수업을 발명한 것은 누구였던가? 그건 원래 없었고, 흥덕고엔 그게 없다. 체벌과 두발·복장 제한, 교문 지도는 누가 발명했던가? 그건 원래 없었고, 흥덕고엔 그게 없다. 아니 없어도 된다는 것을 한번 보여 주기 위해, 그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 혁신학교 흥덕고의 구성원들—학생, 교사, 학부모 그리고 교장 이범희는 오늘도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_ <학교는 ‘혁신’될 수 있을까……?>, 이범희, 127쪽
“아이들은 생각이 얼마나 자유롭고 말랑말랑해요? 정말 상상도 못 할만큼 훌륭하죠. 교사는 그런 아이들이 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가진 것도 별로 없으면서 자꾸 주려고만, 가르치려고만 하죠. 하지만 교사가 가르치려 드는 순간 아이들은 수업에서 빠져나갑니다. 아이들의 공허한 눈빛을 탓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들을 게 없으니까 안 듣는 거 아니에요?”
_ <교실에서 행복하시나요?>, 박현숙, 본문 153~155쪽
‘교사’ 고춘식을 탐구하는 마당에 ‘교장’ 고춘식 얘기가 자꾸만 길어지고 앞으로도 더 해야 하는 까닭은 교장 고춘식 속에는 속속들이 교사고춘식이 살아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교장이 되면서 자칭 “가장 탁월한 선택”을 했던 바 그것은 “교장도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유대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도 그랬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교사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도 그랬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학교를 민주화시킬 수 있는 멋진 제도가 바로 교장선출보직제지요. 하지만 난 이걸 ‘교장선출수업제’라 이름 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_ <‘교사-교장’, 그 오래된 경계를 넘나들다>, 고춘식, 본문 169쪽
그녀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농어촌 학교 살리기 운동을 고민 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학교는 작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음을 밝힌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가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희망을 만드는 곳’이어야 하는 한 ‘맑은 공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천연의 학습장’으로서 농어촌 작은 학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최적의 학교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농촌의 작은 학교에는 ‘익명의 아이들’이 없습니다.”
내서중에서의 행복한 분투를 통해 조영옥들이 확인한 작은 학교의 진실을 이보다 더 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단지 작기만 하면 될까? 교사들의 아낌없는 헌신과 학부모들의 동참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작지 않고서는, 도시의 대규모 학교라면, 그 어떤 바람직한 교육적 활동도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걸 누가 모르랴?
_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위한 연가戀歌>, 조영옥, 본문 196~197쪽
김영승이 해직당한 지도 어언 4년째,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다. 해직 직후엔 학교에서 일할 때보다 안팎으로 더 바빴으리란 건 이미 알고 있다. 해직 후 9개월여 동안을 학교 교문 앞에서 1인시위를 했던 그였다. “안으로 들어가긴 싫더군요.” 갑자기 쫓겨나게 된 선생님을 목도해야했던 어린 제자들을 차마 보기 힘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조리와 당면한 불의(일부 사학의 전횡)를 아이들에게 말하고 그걸 이해시키기란 쉽지가 않았을 것임도 두말해 무엇할까. 사립학교라서 졸업한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응당 있어야 할 김영승의 자리가 비어있는 이유를 동료들도 설명키 어려웠으리라.
_ <그 시험이 나를 ‘시험’했지만 >, 김영승, 본문 228~229쪽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Modern Times〉 첫머리에는 몰리는 양 떼와 아침 출근길을 달려가는 사람들을 견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거대 학교, 과밀 학급, 국가주의 교육과정, 성적 경쟁 속에서 병들어 신음하고 서로 싸우다 배겨 내지 못해 낙오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양계장 닭들을 견줍니다. 비좁은 시설 속에서 더 많은 달걀과 고기를 얻기 위해선 적정 수보다 훨씬 많은 닭을 길러야 하죠. 그러면 닭들은 스트레스가 쌓여 비실비실 죽거나, 여럿이서 가장 약한 놈을 쪼아 죽여 버립니다. 우리 학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죠.
대규모 공장은 거대 학교요, 목표 생산 물량은 산업 현장에 조달할 예비 노동자인 학생들이요,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와 작업 공정은 국가주의 교육과정이요, 자동화 컨베이어시스템은 1년 단위 진급·진학 제도요, 불량품 판별·제거 장치는 중도 탈락, 학생 퇴출 규정이요, 그리고 작업반장은…… 아! 이 얄궂은 운명은 교사, 바로 저네요.”
_ <학교, 이 바람 부는 저잣거리에서>, 심우근, 본문 256쪽
한 발 물러서면 완전 항복 요구가 들어올 것임을 누가 모르랴. 도교육위원회는 감사를 파견했지만 교사들은 초록이동색임을 확인했을 뿐이다. 다시 31명의 교사들은 ‘M여상의 교직 매도행위는 천하가 아는 사실인데도 감사는 형식에 그쳤음’을 지적하는 탄원서를 교육감 앞으로 보낸다.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그 끝은 문희경의 해임이었다. 그는 학교와 재야 단체 사무실에서 17일간이나 단식 농성을 했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서도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23일 만에 그는 단식을 풀었다. 진실과 거짓에 가장 민감할 나이인 여고생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항의 데모를 했고, 시험 답지에다가는 일제히 ‘㉯㉮㉱, ㉯㉮㉱, ㉰㉯㉮㉱’를 썼다고도 했다. 4명의 아이들이 제적을 당했지만 다행히 나중에 모두 복적되었다고 했다. 또한 그가 그토록 처절하게 싸우고 쫓겨난 후로는 적어도 결혼을 이유로 여교사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졌다고 했다.
_ <‘전문직 노동자’의 길, ‘긴 숨’으로 간다>, 문희경, 본문 267~268쪽
때는 교육의원 선거를 비롯한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 저쪽에선 이른바 진보 진영을 향한 공격이 필요했을 터이고 가장 때리기 좋은 약한 고리가 바로 전교조를 친북·종북·이적 단체로 모는 마녀사냥임은, 그것이 공안 당국과 수구 언론의 ‘짜고 치는 고스톱’임은 이쪽에서 보기엔 너무나 명백한 일이었지만 언론의 무차별 공세는 그 힘이 막강했다. 잠자고 있는 줄 알았던 국가보안법이 불쑥 그 괴력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나라의 ‘수구 언론 재판소’가 네 교사를 친북 교사, 종북 교사, 주사파 교사, 빨갱이 교사로 딱지를 붙이고 나자 경찰과 검찰이 우르르 달려들었고 그 후 6년여가 지나는 동안 대한민국 재판소(지방법원과 고등법원)는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며 이를 추인했고 지금은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_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나라' 교사였다>, 한경숙, 정지영, 양혜정, 김은주, 본문 286~287쪽
첫댓글 오우... 읽고 싶다...지금 당장... 여기서 5권 바로 주문해도 될까요? [604-701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로 73번길 36 부일외국어고등학교 교무실 국제교류부 박민영] 실수로 6권이 들어가 있어도 절대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습니다...
어제 택배발송했어요~^^
오늘 윤지형샘과 통화했는데 축하의 말을 못했네....기언샘 저도 학교로 5권만 보내주세요.
넹. 택배발송할게요~^^
리뷰 부탁드립니다....... 각 서점 링크는 답글에....
저도 여기서 주문할깨요, 내서중학교 선생님들이랑 또 교직에 있는 시동생들에게도 주고 싶네요. 10권 주문합니다. 주소는 경북 상주시 신봉동 동아아파트 107동 1503호 조영옥 계좌번호도 알려주시고요...
그냥 인터넷 서점에서 사는 게 나은가요? 그게 더 나으면 그렇게 하고요....
아니어요, 샘. 조합원은 70%에 받으실 수 있어요. 오늘 계산서 동봉해서 택배부칠게요.^^
아 예... 고맙습니다.
리뷰글 올리다 실패함: 교육불가능의 시대라는 진단을 내리는 이가 있는 현실에서 교사들의 분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년을 앞둔 노교사들의 지혜와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하고, 학생인권운동을 시작한 젊은 교사들의 패기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농촌에서 태어난 저로서는 상주시에서 작은 학교를 지키고 가꾸어 오신 조영옥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사학재단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선생님이나 국정원의 용공조작에 희생된 선생님들을 보는 마음도 짠했구요. 국정원장은 국회청문회에서 선서도 거부하는데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하는 말 때문에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받을까봐 자기 검열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움머~ 재도전을 권함.ㅋㅋ
교모문고에 두 번이나 썼는데 인증하고 사용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더라구요. 저 대신 위의 글을 올려줄 분 없나요?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산북중으로 다섯권 보내주세요. 조영옥 샘, 충북에 한 번 초청하고 싶네요.
넹. 5권 발송. 인증이 뭔지 모르겠으나 하시고서리...^^
3권 주문도 괜찮을까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 259-12 3층
넹. 계산서 동봉해서 보낼게요~^^
좋은 샘들의 얘기..읽으면서 반성해야겠네요. 나태하고 게으르고 타성에 젖은 내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