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 김소연
글 : 사시다 가즈
그림 : 아베 교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광고, 전시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996년부터
태국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약 1년 동안 가마이시 시의 코스모스 공원에서 희망의 벽화를 그렸고, 그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그림도 함께 그렸습니다.
사토루 할아버지와 사에코 할머니는 쓰나미로
인해 웃음도, 놀 곳도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밭에 코스모스 공원을 만든다. 어느 날 공원에서 놀던 사키는 그네를 타다 비에 젖은
커다란 공장 벽을 보고 쓰나미의 악몽이 떠오르고, 그 이야기를 안타깝게 들은 사토루 할아버지는 공장 벽에 밝은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벽화를
위해 공장 사장님은 기꺼이 공장 벽을 내주고, 먼 곳에 살던 화가도 찾아온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태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이 손을 잡고 나란히 선 그림이 들어가면서 마침내 희망의 벽화가 완성된다. 이제 코스모스 공원과 희망의 벽화는 대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오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살아남은 아이들, 그러나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가져온 엄청난 피해와 말로 다 하기 어려운 비극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질문이 어쩌면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크나큰 고통과 비극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복구와 극복을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2013년 출간된 [높은 곳으로 달려!]는 대지진이 발생했던 그날, 일본 가마이시의 어느 바닷가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바닷가에서 고작 4~5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은 거대한 쓰나미에서 무사히 도망쳐 모두
살아남았다. [높은 곳으로 달려!]는 이 기적과도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더불어 대재앙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아이들의
힘을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고 달려 목숨을 구한 아이들. 그러나 살아남은 아이들의 삶이 이전과 같은 수는 없다.
그날의 비극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그대로 스며들어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비에 젖은 커다란 회색 공장 벽을 보고 자신에게 ‘쿠궁, 몰려와 덮칠 것
같아’ 두려움에 눈을 감아 버리고, 그날 밤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소리가 쫓아오는 악몽을 꾸고 비명을 지르며 잠이 깨는 아이. 대지진과 쓰나미의
공포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쉬이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진심을 보여야 할
때
이 이야기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재앙 앞에서, 때론 어른들의 못나고 나쁜 세계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아이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는 한참은 부족한 그 아픔과
상처 앞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어떻게든 무엇이든 아이들을 위한 방법을 찾아 움직이는 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의 작가 사시다 가즈는 말한다.
“코스모스 공원 같은 따뜻한 공원이 일본 여기저기에, 아니 전 세계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수많은 ‘사키들’을 향한 우리 어른들의 ‘진심’이 시험대 위에 서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공원에서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는’ 아이, 흔들리며 피어 오르는 촛불을 보고 ‘정말로 아름답다고 느끼며’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