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미식수업
먹는다는 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 박현미 옮김
MY
2015년 10월 26일 출간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본의 사상가가 혼자 식사를 하며 깨달은 것들
먹는다는 것, 식食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식食을 어떻게 대하는가, 여기에는 삶을 대하는 그 사람의 태도가 녹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는 미식수업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날마다 먹고 마시며 대화하는 하루하루를 좀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에
이
책이 조그마한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말해보라. 그렇다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브리야 사바랭,《미식예찬》중에서
당신은 매일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습니까?
바쁘다는 이유로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웁니까?
‘뷔페’에 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합니까?
식당에 혼자 가서 음식을 먹을 용기가
있습니까?
일본의 대표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을 잇는 사상가이자 문예평론가 후쿠다 가즈야는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에 이어《나 홀로 미식수업》을 집필했다.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판단을 전해야 하는 비평가의 삶을
사는 저자는 무언가를 대할 때 늘 의식적인 생각과 태도를 취한다. 비평이란 객관적인 사실을 전하기보다는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고 논하는 것이기에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철저하게 의식하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전작《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에서는
타인과의 의식적인 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식食, 즉 먹는 행위’와 ‘미식’에 대해 말한다.
‘먹는다는 것, 즉 식食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먹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삶에 대한 자세를 알 수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음식을 소홀히 하는 것,
먹는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삶을 소홀히 여기는 것과도 같다고도 말할 수 있다. 식食, 먹는 행위를 대하는 저자의 자세는 이렇게나 진지하다.
저자는 사람들이 ‘먹는 일’을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 아니라, ‘먹는 일’을 통해서 보다 행복한 하루,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먹는 일이 즐겁기 위해서는 단순히 먹을 것과 먹는 사람만 있다고 될 일이 아니다. 먹는 일에는 장소에 대한 인식, 기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인식해야만 ‘먹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미식수업의 첫걸음이다. 먹는 일을 인식한다는 건 ‘자신이 매일 무엇을 먹는가’, ‘먹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 제대로 된 미학과 스타일을
가지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식을 대하다 보면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나 홀로 미식수업》은 먹는 행위를 통해서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가질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
저자는 자신의 ‘식食 스타일’을 알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혼자 식사하기’라고 말한다. 혼자 식사를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먹는 행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면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식사의 이상형이라고 한다면,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반드시
혼자서 식사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럿이 식사를 하다 보면 개인의 취향이 무시되고 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관계
때문에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어쩔 수 없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능한 한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서, 반대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을 끌고 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 먹겠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이래도 그만이고 저래도 그만인 상대와 함께 있는 것을
그만두고, 혼자 있기 싫다는 이유로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에게 중요한 인간관계도 알
수 있다. 혼자 식사를 해봐야 자신의 식사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혼자 식사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한 번은 통과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나 혼자 식사하는 일은 무척 두려운 일이다. 저자는 그런 두려움을 없애고, 혼자 당당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우선
혼자 식사하기 좋은 식당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법, 책과 함께 식사하는 법, 단골손님이 되는 법까지 세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프렌치 요리부터 허름한 선술집까지
누구보다 먹는 것에 까다로운, 고독하지만 행복한 어느 미식가의 食 이야기
저자의 미식수업은 무척 체계적이다. 수십 년간 고급 레스토랑에서 선술집까지 여러 종류의 식당을 다니면서 미식의 의미를 찾아내고,
자신만의 식食 스타일을 구축했다. 오랜 시간 저자가 경험한 미식수업을 자세하게 책에 담아냈다. 미식과 미각을 알기 위해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당부터 조금은 부담스러운 고급 레스토랑, 테이블 매너, 식기 사용법, 단골손님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까지 구체적인 미식법을
소개한다.
스스로 식사를 연출해볼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식사를 연출할 줄 알아야 한다. 가게를 선정하고 메뉴를
고르는 일은 미식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일인데, 이는 스스로 식사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연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차분하게 시작할 것인지, 절정은 확 달아오르게 할 것인지, 결말은 깔끔하게 지을 것인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연출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프렌치 요리라고 한다. 미식의 기본으로 프렌치 요리를 삼아, 프렌치 요리의 A부터 Z까지 자세하게
소개한다.
매너의 중요성 : 테이블 매너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질서를 지켜 타인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배려의 축적
매너는
식사에서의 규칙이다. 규칙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식사하는 공간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혼자만 식사를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과
식사 장소를 공유한다.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이 혹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다른 사람들이 가능하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불쾌함을 맛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규칙이 필요한 것이다.
먹고 마시며 대화하는 하루하루를 위하여!
저자의 말에 따르면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은 생활도 미식을 위해 설계된다고 한다. 설계도에 포함되는 것은 몇 개의 레스토랑, 고급 요릿집, 요리와 소재만이 아니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 위한 친구와 연인, 만남,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복장, 식사를 만족스럽게 맛보기 위한 건강, 그리고 무엇보다 풍부한 화제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런 요소들은 생활 전반에 흐르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비싼 식재료를 찾는 것이 미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싼 음식은 싼 음식대로, 가벼운 음식은 가벼운 음식대로 고르고 음미해서 한 끼 한 끼가 의미 있는 식사가 되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미식이다.
추천사
레스토랑 가이드북인가 싶었는데 음식에 대한 미학과 문화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고찰을
담은 책이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한번쯤 사색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꼭 추천하는 책이다. _아마존재팬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