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이삼 년 전에는 체중 관리 때문에 힘들었는데 올해 들어 운동량을 늘리면서 노력했더니 체중 관리도 잘 되고 있고 컨디션도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체질상 수분 흡수율이 높은 것인지 탄수화물이나 수분을 동료들보다 적게 섭취하는데도 체중은 많이 불어나는 편이다. 맥주 한 잔마저도 마시지 않고 군것질은 더더욱 멀리하고 있다. 먹는 행복이 없어져 아쉽지만, 몸은 한결 가벼워져 20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항상 해오던 등산까지 다른 운동으로 대체했었다. 이제는 날씨가 선선해져 쉬었던 등산을 다시 시작했더니 마음도 상쾌해졌다. 좋은 컨디션 이라는 것은 체력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더 많이 차지한다.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슬럼프까지 겪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하지만 한 가정을 꾸리면서 책임감과 승리욕이 커졌고 여러모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아내의 도움으로 한 번 더 도전해보자는 의욕이 생겼고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보겠다.
■ 53조와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작년부터 34조에 소속되어 활동했는데 신우철 조교사님이 정년퇴임을 하면서 소속 조를 옮겨야 했다. 갈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심스레 53조 김동철 조교사님에게 여쭈어보았다. 흔쾌히 승낙하시면서 53조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김동철 조교사는 예전 49조에서 함께 소속되어 가르쳐주던 선배이다. 기수 선배일 때도 잘 챙겨주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동생처럼 잘 대해주신다.
53조 마방은 개업한지 6개월 된 신생 마방이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마방을 개업해서인지 조교사님도 그렇고 관리사 형들도 상당히 의욕적이다. 기대보다 훨씬 마방의 체계도 빨리 잡혔다. 마필 수급도 꾸준히 늘고 있어 앞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 줄 것이다.
소속 조를 옮겨 다니며 그 마방의 특징 있는 장점들을 배워왔다. 경주 기승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마방에서의 마필 사양관리까지 노하우를 쌓아왔다. 올해 7월부터 53조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고, 이곳에서도 최대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배워갈 것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작년에 결혼했고 아직 신혼이다.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연상의 아내를 소개받았다. 만남을 이어가다 작년 4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1년 반의 시간이 지난 지금 여느 신혼부부처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아내가 임신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아이를 잃었다. 임신한 줄 모르고 약을 많이 챙겨 먹었던 것이 원인인듯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이 밀려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슬픔에 빠져있어 나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아내를 돌봐야 했다. 유산도 출산과 같다 하여 몸조리가 필요했다.
그런 일이 있었던 후 석 달 정도가 흐른 지금은 아내도 나도 심신이 어느 정도는 안정된 상태이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을 아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하려고 애쓰고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등산을 갈 때도 되도록 아내를 데리고 나간다.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 기승 횟수를 늘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자의와 타의로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한 몇 명의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고 이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정신무장과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언제부터 잘못되었는지 상기를 하며 고쳐야 한다.
어느덧 기수로 데뷔한지 10년 차가 되었다. 뒤를 돌아보니 후회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20조에 소속되어 한참 활동하던 2008년부터 49조에 소속되었던 2010년도를 거쳐 2013년까지는 그런대로 기승 횟수가 괜찮았었다. 그 뒤로는 한주에 한두 기승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게 되었다.
10년 동안 기승해오면서 순탄한 기승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환경적인 요인과 운이 따르지 않았다. 물론 나 자신의 능력이 너무 부족한 탓이 가장 컸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현실은 전혀 달랐고 사람 사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가 않았다. 3년 전에는 기수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슬럼프와 함께 정신적인 한계에 다다랐었다. 정체성에 혼란까지 찾아왔었고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때쯤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사랑의 힘인지 조금씩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 좀 더 버텨보자. 죽든 살든 가보는 데까지 가보자. 해서 지금까지는 버텨온 것이다. 이제는 가정이 생겼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나를 모두 잊어야 한다. 과연 내가 처음 기수로 데뷔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금의 나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시작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정도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요즘 기수들의 경쟁심이 더욱 심해져 두 배 세배의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
■ 대상경주 우승 경험이 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2009년의 `SBS배`대상경주에서 45조의 `한류스타`에 기승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큰 행운이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1,900m 장거리 경주에서 앞에 나가 한 바퀴를 돌았다. 2착으로 복병 마필이 들어와 큰 배당이 나왔던 거로 기억한다. 얼떨결에 들어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장거리를 선행 나섰기 때문에 직선주로에서 무뎌질 줄 알았다. 종반 추진할 때는 옆은커녕 앞도 제대로 못 봤고 마필의 목만 보고 죽으라 밀었던 기억밖에 없다. 들어오고 나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기수 인생에 대상경주의 우승은 엄청난 명예이다. 한 번도 없을 줄 알았던 대상경주 우승이 45조의 `한류스타` 덕분에 이룰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마필이고 잊지 못할 기억이다. 대상경주에 나가기 위해서는 좋은 경주마를 만나야 하고 전담 기수가 되어야 하고 능력을 끌어내 대상경주 출주 대상이 되어야 하고 미리 컨디션 맞춰야 하고 막상 대상경주 나가서도 전개를 잘 풀어야 하는 상당히 오랜 시간과 운과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솔직히 말씀드려 앞으로 대상경주에 나갈 기회조차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운으로라도 만약 기회가 찾아온다면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미리 준비해놓을 것이다.
■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아쉬운 마필이 있다면.
모든 경주가 아쉽다. 최근 기승한 마필을 말씀드린다면 3조의 `착한금아`와 53조의 `점입가속`이 상당히 아쉬운 마필들이다.
3조의 `착한금아`는 5군에 올라오면서부터 맡게 된 마필이다. 순발력이 좋아 선행으로 경주를 풀어가다 점점 지구력에 한계를 느꼈고 조교사님과 상의하며 따라가는 연습을 시키기로 했다. 두어 번 정도 실패를 했지만, 점차 뒷심이 보강되기 시작했다. 따라가는 버릇은 갖춰졌고 오히려 발주가 늦어져 발주연습으로 보완하고 있다. 최근 착순권에 올라오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제는 모래도 잘 맞고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다. 직전경주는 내측 게이트를 배정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3조의 `점입가속`은 준비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다. 내측 기대는 단점까지 마무리 조교에서 많이 좋아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상대도 해볼 만한 상대를 만났다. 다만 내측에 빠른 마필들 2두가 있어 그 부분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경주가 시작되자 생각보다 페이스가 빨랐고 외측 게이트에서 4코너 돌기 전에 조금 서둘렀더니 직선에서 서버리고 말았다. 기대보다 끝 걸음이 조금 부족했는데 패인은 코너에서 서둘렀던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마필 모두 너무나 아쉽고 기회가 이어진다면 단점을 보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기수생활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그 첫 번째로 힘들었던 체중 조절이 어렵지 않아졌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가 싶더니 이제는 내 몸도 각질 변경에 성공했는가 보다. 음식 조절 체중조절이 쉽게 된다. 이거 한 가지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노력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안된다 안된다 하니까 더 안 되는 것 같더라. 하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감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올해부터 조교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아직 준비할 것들은 많지만, 틈틈이 조교사 시험도 공부할 생각이다. 올해에는 면허 시험 자체가 없어서 준비되면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시험을 보려 한다. 차후의 일이고 당장은 기수로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끝났다는 확정이 될 때까지 도전하고 또 도전해 볼 것이다.
■ 검빛 팬들에게 한마디.
검빛 사이트의 조교 동영상은 기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상대 마필의 준비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어떤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에 검빛의 정보가 유용하다. 앞으로도 좋은 정보 부탁한다.
검빛에는 많은 팬이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의 실력이 부족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안겨드리는 경우가 많아 무척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렇더라도 응원을 해주신다면 그 응원의 힘은 제가 더욱 발전하고 나아갈 길을 열어 줄 것이다. 하마대나 예시장에서 이름과 함께 힘찬 응원을 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노력한 만큼의 보람을 느낄 것이다.
날씨가 또 금세 겨울을 향할 텐데,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행운과 평안함이 가득하시길 바란다. 이번 주에 모두 대박 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