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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가중되는 대학재정 위기는 단협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조도 대학본부의 살림을 빤히 알고 있어 개선된 단협안이나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조용수 서강대 노조위원장은 “대학본부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 교섭을 시작도 못했다. 사전조율을 먼저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5~6년간 직원임금이 동결돼 대학가에서는 노조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노조원들의 반발이 크다는 것이다. 대학재정상 ‘돈 나올 구멍’이 없는 현실도 잘 알고 있는 노조 집행부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교섭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전반기 동안 추진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도 단협을 미루는 원인이 됐다.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이나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육성사업, 대학 특성화(CK) 사업 등 3대 재정지원사업 준비에 몰두하며 단협을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발표가 난 뒤 결과를 놓고 책임 소재를 묻는 대학도 있어 교섭은 더욱 지지부진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섭을 시작한 일부 대학도 노사간 상견례만 하고 일정을 미룬 경우가 많다.
일부 대학은 교섭 과정에서 대학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직원들의 제수당을 축소하거나 없애려 한다는 것이다. A사립대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7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대납사태가 터진 뒤 수당을 없애려는 대학본부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54개 대학의 노조가 사립대학교직원연금법에 따른 개인부담금을 법인이 대신 납부하도록 단협으로 체결한 것이 적발된 바 있다. 다수 법인이 이를 교비로 전가해 등록금으로 개인연금을 냈다는 비난을 받았다.
연장근무수당은 특히 화두가 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지급이 보장된 것이지만 실제로 지키는 대학은 얼마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대신 방학기간 중 단축근무를 하거나 다른 수당으로 지급해 왔는데 이마저도 없애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정부 고용부처에 제소하겠다는 노조의 협박성 발언에도 대학본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론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B사립대 노조위원장은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대납사태로 대학 직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탓”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대학가의 단협은 5월경 시작돼 8~9월경 마무리된다. 빠르면 3~4월 교섭이 시작돼 5월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대학 회기가 3월 1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일반기업에 비해 단협 교섭 자체가 늦다. 그러나 7월에 접어들어서도 대학의 절반 가량이 교섭에 돌입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단협 교섭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이광수 덕성여대 노조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대학가에서 교섭이 원활이 진행된 경우가 드물다. 예전에는 노조도 얻을 것이 있었고 대학도 방어할 안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론도 좋지 못해)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201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