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26.7.17(금) 10;30-14;30
★산행코스;청계산입구역 2번출구-청계산 원터골입구-진달래능선-청계산 원터골 쉼터 원점회귀
★참가자(17명);김석희,김승열, 김원현, 김용석, 김우식, 김제형, 민병노, 박수환, 박영한, 성유경, 이광희, 이금노, 정완균,
전현철, 차성근, 한태식, 황재문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출구에서-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 대열동기회 산악회의 발걸음을 멈추는 법이 없다.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누군가는 노당익장(老當益壯)이라 부르며 놀라워하지만, 우리에게 산행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는 그런 자리였다. 2026년 7월 17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로 보석 같은 동기생 17명이 모여들었다. 허리협착증으로 지난 2년간 산을 멀리해야 했던 나였기에, 오늘 발걸음은 각별했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나선 것은 산 정상에 오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보고 싶은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누리고 싶어서였다. 우리는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원터골입구로 향했다. 늘 지나치기 일쑤였던 미륵당과 소박한 석탑이 오늘 따라 유난히 눈에 밟혔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사이에 지어졌을 미륵당 안의 석불입상은 오랜 세월 이 길을 지나던 나그네들의 안녕을 지켜주었으리라. 오늘날 원터마을 주민들이 여전히 동재(마을 제사)를 지내며 평안을 비는 것처럼, 우리 역시 마음 속으로 서로의 건강을 빌며 경부고속도로 밑을 통과하였다. 청계산 등산안내도 앞에서 김원현 회장의 코스 설명을 들은 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초록빛으로 우거진 숲과 시원한 계곡 소리가 우리를 반겼지만 바람 한 점 없이 습도 높은 여름날의 오르막길은 금새 온몸을 땀으로 적셨다. 진달래능선에 접어들어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을 때,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민병노 동기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털석 주저앉은 것이다. 늘 건강해 보이던 친구였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옆에 있던 박수환 동기가 다급히 친구를 보살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19 연락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다. '건강에는 장사가 없다.'는 옛말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남은 일행은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원터골쉼터로 향했다.
김원현 회장은 안심이 되지 않는지 연신 전화를 걸어 상태를 살폈다. 쉼터 바로 밑에서 숨을 고르며 각자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입안으로 퍼지는 달콤한보다 서로를 걱정하는 훈훈한 정이 마음을 먼저 채웠다. 과자 이름에도 정(情)이 붙는 나라라더니, 우리 동기들의 마음이야말로 그 어떤 정(情)보다도 깊고 진했다. 당초 목적지는 옥녀봉이었으나, 몸 상태가 좋지않은 친구를 그냥 놔두고 정상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원터골쉼터 일원의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기로 행로를 바꾸었다. 나는 후미에서 뒤쳐진 걸음으로 부지런히 쫒아갔지만 일행들을 놓치고 뜻밖의 풍경과 마주했다.
민병노와 박수환 동기가 다리 밑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시원하게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아플 때는 언제고 불과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어떻게 이 코스로 먼저 와 있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청계산 지형을 훤히 꿰뚫고 있는 박수환 동기의 기지 덕분이었다. 천만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큰 병원에 가보아야 한다는 걱정 섞인 당부를 건넸다. 곧바로 김원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병노의 무사함을 알리자 수화기 너머로 깊은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나 역시 친구 곁에 나란히 앉아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흐르는 물에 한여름이 무 더위가 씻겨 내려가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에 시간은 신선놀음처럼 흘러갔다. 다시 일행과 합류해 내려온 원터골입구에는 맛집들이 즐비했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 우리가 찾은 식당은 '부안애서(扶安愛書)'였다. 메뉴는 보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 전복삼계탕(23,000원), 점심식사는 박영한 동기가 미리 사두겠다고 못을 박아둔 상태였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마음씨가 붉은 단풍잎처럼 고운 친구의 정성 덕분에 상다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회식자리에 빠질 수 없는 술잔이 오가고, 권커니 잣거니 채워지는 술잔 속에서 정은 더욱 깊어지고 수다와 웃음꽃이 만발했다.
식사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김원현 회장은 8월 한 달은 혹서기라 쉬고, 선선해지는 9월에 다시 만나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청계산입구역에서 각자 해산하는 길, 동기들과 함께 어울려 보낸 하루 덕분에 귀가하는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처럼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아플 때 곁을 지켜주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추억의 무게를 더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담아 외쳐본다. 대열산악회 브라보!
미륵당
원터골굴다리(경부고속도로 터널)
청계산 등산 안내도에서 등산코스를 설명하는 김원현 회장
계곡을 따라 산행 시작
진달래능선으로 가는 오르막길
진달래능선
민병노가 목재계단에 주저앉은 상태
원터골쉼터 못미쳐서 간식으로 에너지 보충
원터골쉼터 부근에서 잠시 휴식
원터골쉼터에서 옥녀봉 까지는 850m
원터골쉼터
내리막 돌계단을 따라
원터골쉼터 일원에서 피서하는 산악회원들
원터골쉼터에서 약 12분 거리에 있는 다리밑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민병노와 박수환
산악회 일행들과 합류
시원한 계곡을 따라 원터골입구로 향하는 중
먼지털이기로 복장과 등산화를 깨끗이 씻고
부안애서 식당
대열산악회 노당익장들
전복삼계탕으로 호식
청계산입구역에서 각산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