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책소개>
눈길 닿는 것 무엇이든 한 그릇의 맛있는 동시로 담아내다
『와글바글 식당』의 주방장인 시인은 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무엇이든 눈에 들어온 것이면 제 앞으로 가져와 살살 어루만져 한 그릇의 맛있는 동시로 만들어 낸다. 첫 번째 재료는 ‘노랑나비’다. “좁다란 골목에” 들어온 “노랑나비 한 마리”를 좇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봄이 펼쳐진다. 팔랑팔랑 그 작은 날개로 환한 봄을 가져왔다. 노랑나비의 움직임을 따라 봄이 그려진다(「봄길」). 노랑나비 혼자 봄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시인은 냇물에서 봄을 데려온 물고기를 발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냇물에는 아직 얼음이 버티고 있었다. “봄바람이 사르르 달래”도 “미적미적하”던 얼음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물고기들이 뛰놀고 있다. “물 골목으로 기지개 켜며 나오는 물고기들 하도 예뻐서” 얼음이 “깨끗이 마음 접고 뒷걸음”을 쳐 준 것이라 말하는 시인의 마음이 봄처럼 따스하다(「얼음이 떠난 까닭」).
지하철에서도 시인은 동시의 재료를 찾아낸다. 덜컹거리는 소리 속에서 신발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똑같이 맞춰 신은 커플 신발은 데이트를 갈 거라며 설레하고, 축구화는 뻥뻥 공을 찰 거라며 신나 있다. “지하철 안이 시끄러운 것은 신발, 신발들 때문이라며” 독자에게 신발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 눈짓한다(「신발들이 시끌시끌」). 어두운 밤 창문에 어른거리는 산 그림자를 가져와 시인은 마음이 흐뭇해지는 동시는 짓는다.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궁금한 산이 놀려온 거라고, 그러니 “산이 시무룩해”지지 않게 “도란도란 이야기보따리 풀고 웃음꽃 맘껏 피워” 달라고 부탁하면서 말이다(「산이 놀러 오면」).
시인의 시선은 동물, 사물, 자연을 고루 둘러보고, 이내 우리들 마음을 들여다본다. 개학 날 아침 이불로 몸을 친친 감으며 침대에서 누워 있는 아이. 실은 “침대에 꽉 눌러앉은 겨울 방학이” 학교 가지 말라고 “끈질기게 꼬드”기는 거라 한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고, 겨울 방학이 붙잡는 거라는 말에 공감이 가지 않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개학 날 아침」)
아이와 함께 길을 걷노라면 걸음이 느려지곤 한다. 아이들 눈에는 뭐 그리 재밌는 게 많은지, 길가의 작은 꽃도 한참을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고, 널린 빨래를 보고도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린다. 시인의 눈도 아이와 닮았다. 시인의 눈길 닿는 것 하나하나 이야기를 품고 그 싹을 틔운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매일 보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오늘따라 사랑스러워 보인다.
다채로운 맛을 자랑하는 동시들의 향연
무슨 맛 동시를 맛보시겠어요?
『와글바글 식당』에는 다양한 맛의 동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마음 따끈해지는 동시다.
웃음도/튀겨지면 좋겠다.//뻥!//하하하하하하하/헤헤헤헤헤헤헤/호호호호호호호/히히히히히히히//가득한 웃음/거리에 쌓아 놓고//지나가는 사람들에게/나눠 주고 싶다. _「뻥튀기」 전문
시인은 모두가 환하게 웃음 짓기를, 즐겁고 기쁜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슬픔을 없애 줄 수는 없겠지만 웃음은 나누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뻥 소리에 손톱만 한 옥수수 알이 구슬만 한 강냉이가 되듯이 웃음도 뻥 튀겨져 부풀어 오르기를. 그래서 웃음 뻥튀기를 수북이 쌓아 놓고 지나는 이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는 시인의 마음에 동시를 읽는 독자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오른다. 독자들 앞에도 어느새 웃음 뻥튀기가 배달된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듯 시인은 시종일관 애정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흙 속에 숨겨 둔 도토리”를 깜박한 다람쥐에게 건망증이 심해서 어떡하냐고 놀리거나 질책하는 대신, 덕분에 “울창한 참나무 숲”이 되었다고 칭찬한다(「참 좋은 깜박」). 거센 태풍에 기우뚱하게 기운 신호등을 보곤, “제 몸은 못 세워도 건널목 질서를 세우고 있다”며 기특해한다(「대단한 책임감」). 또 빗방울들이 “먼 길 즐겁게 가려고 하나 되어 흘러”간다는 것처럼 세상의 것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힘이 되어 준다(「먼 길 가려고」). 그래서 박소명 시인의 동시를 읽으면 내 편을 얻은 듯 마음이 든든해진다.
따뜻하고, 속 든든해지는 동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물 핑 돌게 알싸한 동시, 입 안에서 톡톡 튀는 동시, 마음이 사르르 녹는 동시, 감칠맛 나는 동시, 쫀득쫀득 씹을수록 재미난 동시도 있다.
마당가 감나무에/둥지를 튼 까치//가장 늦게/할아버지네 식구가 됐으면서//―깍깍깍 비켜./가지에서 늘 뛰놀던/참새들을 쫓아낸다.//―깍깍깍깍 가까이 오지 마.//나무 아래에서 지렁이 잡던/닭들까지 몰아낸다.//―요놈!/보다 못한 할아버지가/호통을 쳐도//―깍깍깍 어쩌라고요?/뻔뻔한 까치/똥까지 찍! 갈긴다. _「까치 요놈!」 전문
까치의 까랑까랑한 소리가 마치 대드는 아이 같다. 노려보아도 혼을 내 보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깍깍깍 울며 급기야 똥까지 갈기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 하지만 까치와 할아버지가 대치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깍깍깍깍 오늘은 또 까치가 뭐라고 하는 건지 귀 기울여 보자.
가랑잎들이/바람 선생님 따라//휘리릭 달리기//팔락팔락 철봉 위로 날아오르기//뱅그르르 모래에 착지//다시 구르기, 다시 도움닫기//도무지/쉬는 시간을 안 주는/바람 선생님//가랑잎들의 체육 시간/언제 끝나지? _「언제 끝나지?」 전문
시인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지 않고, 톡톡 튀는 발상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나뭇잎이 마치 구르고 돌고 도움닫기를 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나뭇잎들의 체육 시간이 꽤나 고되 보인다. 바람을 체육 선생님에 비유한 재치에 감탄이 나온다.
『와글바글 식당』은 다양한 재료로 다채로운 맛의 동시들을 선보인다. 포근히 안아 주기도 하고, 토닥토닥 위로해 주기도 하고, 함께 걱정도 해 준다. 대단하다고 응원도 해 주고, 당차게 외치기도 하고, 엉뚱한 상상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이 동시는 무슨 맛일까? 동시의 맛을 음미해 보길 바란다.
첫댓글 동시 맛집~~방문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