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존재를 일깨운 임사 체험
열 아홉에는 임사체험 이라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일이기에 날짜까지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이 막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은, 8월 31일 저녁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들른 고모와 연극 공연을 관람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어둑어둑해질 저녁 무렵 고종 사촌 경란이와 함께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널 때였습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떼어놓는 순간 저쪽에서 달려오던 자동차가 나를 향해 덮쳤습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 두 개가 성난 사자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내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고가 나기 전날, 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모두 똑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집 안에 초상이 나서 상복을 입고 곡을 하는 장면을 꿈 속에서 본 것입니다. 연로한 조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셨기에 가족들 모두 두 분 중의 한 분이 조만간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내가 당할 사고를 예고한 것이었습니다. 나를 치었던 운전자는 면허증도 없이 차를 몰고 나온 사람이였습니다.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신호등에 걸리자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그만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고 장면을 본 사람들에 의하면, 몸이 붕 떠서 휘익 날아 지면에 닿는 순간 몇 바퀴를 뱅그르르 구르더니 마치 잠자는 듯 눕더라고 합니다. 뒤로 넘어졌더라면 뇌진탕을 일으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쪽에 자동차가 한 대 서 있고 웅성대는 사람들이 안됐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자세히보니 한 소녀가 땅바닥에피투성이가 되어 드러누워 있었습니다. 나였습니다.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나는 이렇게 하늘에 떠 있는 채로 그 모든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또 하나의 나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입니다. 순간 나는 내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전후의 사정을 모두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구나. 많이 다쳤구나. 나는··· 죽었구나. 그 때 갑자기 키는 육척 같고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까만 옷을 입은 사람 둘이 나타났습니다. 한 사람은 영구차 같은 데서 내려오고, 한 사람은 길바닥에서 불쑥 솟아올랐습니다. 저이들을 저승사자라고 부르는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내 둘은 나를 부둥켜 안고 울고 있는 고종 사촌 경란이에게 "무엇 하느냐. 집에 가서 알려야지"하고 호통을 쳤습니다. 경란이는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나 한 듯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신없이집으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저승사자인 듯한 두 사내는 내 몸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오늘 데리고 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내 육신이 놓인 앞에서 양손을 합장하고 절을 한 후, 허공으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애란아, 애란아" 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꿈 속에서처럼 들려왔습니다. 마구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누가 나를 부르지? 응, 응" 하며 눈을 떠보니 커다란 전등불이 두 눈 가득 들어왔고 부모님과 가족들이 퉁퉁 부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이었습니다. 나는 마치 깊은 잠이 들었다가 꿈 속에서 깨어난 기분이었습니다. "아빠! 왜 내가 여기 있어?" ''그래, 이제 됐다. 살았어. 우리 막내가 죽을 줄만 알았더니 살아났구나."
나는 이틀이나 응급실에서 혼수 상태로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앞이마에는 주먹보다 더 큰 혹이 솟아 있고, 앞니는 모두 부러졌으며,
오른쪽 다리는 놀란 피가 뭉쳤는지 공을 넣은 것처럼 부풀어 있었습니다.
머리는 뇌파 검사를 하느라고 온통 횟 가루 같은 것을 바른 채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내 의식이 중환자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현실을 인식하자,
온몸이 육신거리며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뼈 하나하나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부러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공간 속에 떠서 피로 뒤범벅된 내 자신을 내려 다보았던 것을 기억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영혼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인간은 육신의 목숨이 다하는 것으로 끝이 아닌 것입니다.
육신은 이미 숨이 끊어진 그 순간에
나는 또 하나의 나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습니까.
이 사건 후로 나는 자연스럽게 영혼의 존재와 윤회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 영혼이 소멸하지 않는 한 또 다른 몸을 빌어 태어 날 수밖에요.
윤회를 특정 종교의 법리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윤회는 종교와 관계없이 이 세계를 움직이는 우주의 질서라고 나는 단언합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 문제가 거론되었습니다.
면허증도 없이 운전을 했다니
피해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이는 형을 살아야 할 판이었습니다.
나를 죽음의 문턱에까지 몰고간 사람이니 미워할 수도 있었겠지만,
영혼의 실체를 체험한 나로서는 그 젊은 운전자를 처벌받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어서 친구분이었던 병원장님께 사정을 하셨습니다.
"자네는 확실히 유별나. 다른 사람들은 보상금 몇 푼 더 받아 내려고 진단서를 더 오래 끊어달라고 야단인데..''
병원에서는 이주 짜리 진단서를 끊어주었습니다.
나는 이주 만에 일단 퇴원했다가 사건이 잘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다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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